마시멜로 테스트

1960년대 후반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부설 유아원에서 훗날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실험 하나가 진행된다. 이 실험은 아이들 앞에 마시멜로가 하나 담긴 그릇을 두고 15분을 혼자 있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앞에 놓인 마시멜로 하나를 두고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15분이 지나기 전에 앞에 놓인 마시멜로를 먹어 치우거나, 먹지 않고 15분을 버틴 후 하나를 더 가질 수 있다.

이것은 아이들의 자제력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설계된 실험이다. 즉 무엇이 아이들의 자제력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알아보기 위한 간단한 실험이다.

하지만 수십 년 후 의외의 사실이 밝혀진다. 이 실험에는 당시 그 유아원에 다니던 저자의 두 딸도 있었는데, 이 딸들을 통해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 가운데 일부가 훗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당시 실험 결과와 훗날 아이들의 삶의 질 사이에 흥미로운 상관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저자는 그날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삶을 체계적으로 추적해 본다.

결과를 살펴보니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실험 당시 마시멜로를 더 얻기 위해서 15분을 버틴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훗날 학업에서 더 높은 성취를 이루는 경향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15분을 버틴 아이들이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음이 밝혀졌다.

후속 연구 결과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이 받아들인 메세지는 명확했다. 네댓 살에 지나지 않는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마시멜로 앞에서 보여준 작은 자제력이 훗날 그 아이가 살아갈 인생이 얼마나 성공적일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훗날 얼마나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궁금해 한다. 지금 부모로서 잘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혹시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훗날 자기 아이가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이를 위해 지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다.

나도 이제 막 7개월을 넘어선 딸이 있는 아빠의 입장에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내 아이가 만족스런 삶을 사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잘 되기를 바라는 만큼 훗날 이 아이가 얼마나 행복할지 무척 궁금하다.

그런 궁금증에 ‘마시멜로 실험’은 간결하고 명확한 답을 제시하였다. 아니 적어도 그런 것으로 보였다. 사람들은 ‘마시멜로 테스트’가 아이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예언적 실험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실험을 창안하고 50년 가까이 연구에 매진해온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은 사람들의 이런 인식이 오해라고 말한다. 월터 미셸은 <마시멜로 테스트 원제 : The Marshmallow Test | 월터 미셸 지음 |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사 | 2015년 01월 20일 출간>를 통해서 세간의 오해를 풀고 반 세기에 걸친 자신의 연구 결과가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초에 저자가 자제력 연구를 통해 밝히고자 한 것은 ‘잘 될만한 아이들은 태어날 때 정해져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제력을 키움으로써 훗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 사람의 능력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른바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지’를 밝혀내기 위한 오래된 질문에 관한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써, 자제력이 훗날 한 사람의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을 저자는 보여준다. 그리고 이 자제력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한 아이가 훗날 살아갈 삶의 질은 유전적 요인 못지 않게 환경적으로 어떻게 길러졌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마시멜로 테스트’가 흔히 한 아이의 선천적 잠재력을 평가하는 도구로 간주되는 현상은 분명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세간의 오해에 대해서 연구를 창안한 학자로써 거듭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내 생각에 아마도 이러한 오해는 불명확한 미래에 대해서 쉽고 간단하게 답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즉, 자기 아이가 미래에 얼마나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지 대해서 지금 당장 알고 싶어하는 어른들의 욕구가 원래 연구 결과가 담고자 한 의미를 변질시킨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아이가 유전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부모로서 아이를 잘 키워내야 하는 압박감을 다소나마 덜고 싶은 심리도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아이의 자제력이 뛰어나다면 그 공을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 자신들에게 돌릴 수 있고, 혹시라도 자제력이 부족하다면 훗날 아이가 뜻대로 자라지 않더라도 변명거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연구의 본래 의미로 돌아가보자. ‘마시멜로 테스트’는 아이들의 자제력을 키워주면 그들이 훗날 더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이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드러난 몇 가지 단서로 아이들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자제력을 키울 수 있는가’이다.

모든 연구는 답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자제력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월터 미셀이 반 세기 넘게 찾아다닌 질문에 대한 답이고, 그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이 책이 담고 있는 핵심 메세지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마시멜로_테스트위대한 학자의 평생에 걸친 연구 결과를 몇 줄로 요약한다는 것은 주제 넘는 일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오해처럼 또 다른 오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하지만 내가 느끼고 배운 것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누군가 연구 결과를 쉽게 접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정리를 통한 도움의 가장 첫번째 수혜자는 나 자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자제력을 키울 수 있는가’에 관해 내가 정리한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다.

첫 번째, 어른들이 약속을 지킨다.

‘마시멜로 테스트’를 받기 위해서 마시멜로가 담긴 접시 앞에 앉아있는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자. 아이들이 15분을 기다리는지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실험을 진행하는 ‘어른들의 말을 믿느냐 아니냐’이다. 만약 어른들의 말을 신뢰한다면 15분 뒤에 실제로 마시멜로를 하나 더 얻을 수 있다고 믿을 것이고 그러면 지금 당장 하나를 먹고 마는 것이 손해라는 것을 이해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15분 뒤의 더 큰 보상을 위해 지금 당장의 식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자제력을 키울 수 있는 지를 결정짓는 출발점에는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해 지금 힘들더라도 꾹 참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겠지만, 그 말이 통하려면 당신이 먼저 아이들이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어른들 스스로가 철저히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말에 아이들과 여행을 가기로 약속을 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런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은 당신이 하는 말에 신뢰를 하게 될 것이고, 당신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조언도 따를 것이다. 자제력은 당신이 키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당신을 믿은 결과로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다.

두 번째, ‘만약에 계획If-Then Plan‘을 준비한다.

자제력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판단이 흐려진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 장치가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이 장치를 ‘만약에 계획’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는 예상할 수 있는 상황과 그것에 대한 대응을 하나의 묶음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 8시가 되면 일어난다’는 묶음, ‘집에 돌아오면 숙제를 먼저 한다’는 묶음 같은 것이다. 이런 것들을 일종의 매뉴얼처럼 숙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제력을 발휘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돌발 상황에서는 판단이 흐려질 수 있고 따라서 자제력도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만약에 계획’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테면, ‘낮선 사람이 먹을 것을 주면 거절한다’라든가 ‘위험한 곳을 마주치면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같은 것이 있다.

물론 이때도 중요한 것은 ‘만약에 계획’을 어른들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어른들의 ‘만약에 계획’은 ‘새해가 되면 담배를 끊는다’처럼, 아이들의 ‘만약에 계획’과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른들이 자기들 나름의 ‘만약에 계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들도 자제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세 번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한다.

감정적으로 흥분된 상태에서는 지금 당장의 욕구에 충실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자신을 한 발 떨어져서 보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것을 ‘벽에 붙어있는 파리의 입장이 되어 스스로를 주시하는 것’에 비유한다.

지금 눈 앞에 놓인 상황에서 벗어나 전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고 어른과 아이가 다르지 않다. 충동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단지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지 헷갈리는 것 뿐이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시각을 열어주면, 자제력은 저절로 따라온다.

오늘은 이전부터 꼭 한 번은 다루고 싶었던 주제인 자제력에 대한 이야기를 <마시멜로 테스트>를 중심으로 풀어보았다. 아이들이 훗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데 자제력은 중요한 요소다. 다만, 흔히 알려진 바와 같이 마시멜로 테스트를 통해서 드러난 결과가 그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제력이란 것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키워갈 수 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 핵심은 단순하다.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을 솔선수범으로 먼저 보여주는 것,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안전장치를 미리 마련하는 것, 객관적인 시각으로 남의 입장에서 서보는 훈련을 하는 것, 이것들이 바로 아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긍정적 신뢰를 길러주는 방법이고 스스로 자제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들이다.

마무리하며, 오늘 글에는 한 가지 반전이 있음을 밝히고 싶다. 오늘 글은 누구를 가르치기 위한 글이 아니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생각을 조용히 정리하기 위해서 쓴 글이다. 그리고 훗날 나의 아이들이 이 글을 읽게 될 때, 나 자신이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기 위해서 미리 준비하며 쓴 글이다. 마시멜로를 하나 더 얻기 위해서 15분을 기다린 아이의 마음으로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며 쓴 글이다.

“마시멜로 테스트”에 대한 22개의 생각

  1. 세번째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한다. 저 자신도 어려운데 아이를 가르치는 것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책에 구체적인 방법이 나오나요? 아이에게 마시멜로 테스트했는데 기다리지 않더군요. 책이 궁금해지네요. 이렇게 정리하는 기술도 부럽습니다. 자주 들를께요.. 제가 들어오는 길을 잘 찾을수 있다면요.

    1. 우리 자신도 객관적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요. 그 말씀에 공감합니다.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은 구체적인 방법이라기 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위한 근본적인 사고방식입니다. 그럼에도 그 자체로도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메일 알림 신청을 하시면 이어지는 글을 놓치지 않고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되는데, 우선 제가 초대 메일도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 제가 그 나이에 시험에 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철이 없어서 덥석 물지 않았을까 하고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아이를 하나 더 낳았으면 이런 실험도
    해 보는건데 아쉽네요~ ㅎㅎ

    젊은아빠엄마들이 이글이나
    책을 읽으면 더좋은 부모가 될수
    있을텐데 하는마음입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4. 기다림이란
    믿음위에 올려진 설래임이요
    현실조차 흔들리는 불신에선
    더 빠른 이탈만 꿈틀거렸던 그 날
    생각닙니다
    감사합니다 남겨주신 좋은글~*

    1. ‘기다림이란 믿음 위에 올려진 설레임’이란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제가 긴 글로 전하고자 한 메세지를 짧은 한마디로 요약해 주시는군요.
      귀한 답글 고맙습니다.

  5. 좋은 글
    아침에 읽게 되어 감사합니다.
    자녀들 앞에서 부모로서,어른으로서 내가 먼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침을 얻습니다.
    좋은부모,좋은어른이 되도록 자신부터 노력하겠습니다

  6.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유익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겸손한 태도로 글을 시작하고 끝맺으시는 모습도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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