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현대 사회에서 광고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틀을 제시한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정해준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따라가는 길이 항상 옳은 길은 아니다.

여기에 아주 오랫동안 전파를 탄, 그래서 당신도 쉽게 떠올릴 만한 광고가 하나 있다. 그 광고에서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배리 마셜Barry J. Marshall이 나와서 당신 위 속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가 위염과 위궤양, 더 나아가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억제한다는 모회사의 유산균 발효유를 마시라고 권한다.

이 광고가 방송을 통해 소개된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짠 음식이나 탄 음식처럼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받은 이 균은 이제 사람들 위에서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질병과 관련 있는 박테리아bacteria를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해 온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원제 : Missing Microbes | 마틴 블레이저 지음 | 서자영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09월 22일 출간>의 저자 마틴 블레이저Martin Blaser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유해성과 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먼저 저자 블레이저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면,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및 미국 전염병 학회 회장을 역임한 미생물 전문가이다. 아울러 뉴욕대학교의 인간 미생물군집 프로젝트의 센터장이기도 하며, 미국 국립보건원의 자문 역할도 하고 있다. 한마디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유해성을 주장한 마셜에 못지 않은, 미생물 분야의 최고 석학 가운데 한 사람이다.

마셜은 자신의 위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이식함으로써 위궤양의 주 원인임을 입증하려 했다. 그리고 블레이저도 역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자신의 위에 이식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전혀 반대였다. 블레이저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장점을 입증하려 이와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블레이저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중요한 혜택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소실되면 우리가 다른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사례로 든 것이 역류성 식도염이다. 우리가 흔히 ‘쓴물이 올라온다’라고 표현하는 그 증상이다. 그 쓴물의 정체는 우리 위에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데 필요한 위산이다. 높은 산성을 띄고 있는 이 액체는 원래 위 속에 머물러야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식도를 통해 넘어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역류성 식도염을 완화시킬까.

원리는 알고 보면 단순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염을 일으키는 바로 그 작용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벽을 헐어내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한다. 그 과정에서 위산을 생성하는 세포도 함께 주기적이고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다. 결과적으로 위 속에서는 위산이 너무 과도하지 않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인간은_왜_세균과_공존해야_하는가그런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제거된 위에서는 염증 반응이 억제된다. 결과적으로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가 떨어져 나가는 정도가 감소한다. 이어서 위산이 지나치게 생성되게 되고 그 가운데 차고 넘치는 것이 식도를 통해 역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식도를 통한 위산의 역류가 지속되면 식도암의 하나인 식도선암을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은 위궤양과 위암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제거하지만, 이것은 위 안의 균형을 망가뜨리고 위 벽 세포의 주기적 교체에 문제를 발생시켜서 식도암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든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사라짐으로써 발생될 수 있는 문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우리 몸의 방어를 담당한 면역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블레이저의 연구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없을 때 천식, 셀리악병celiac disease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이 더 많이 나타난다. 셀리악병은 밀가루의 주요 단백질인 글루텐에 대한 알레르기로 나타나는 만성 소화장애를 일컫는다.

사실 이것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블레이저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예를 든 것은 오늘날 우리 몸 안에서 상재균normal flora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상재균이란 우리 몸에 존재하지만 해를 끼치지 않고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균을 말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몸속에 존재했던 상재균들은 그들이 놓인 환경과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몸에 유익한 기능도 제공한다. 하지만 70여 년 전 페니실린을 시작으로 항생제가 쓰여지기 시작한 이래, 우리 몸 속의 수많은 상재균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병원균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상재균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는 지식도 극히 제한적이다. 그것이 사라졌을 때 초래할 결과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항생제는 꼭 필요한 상황에서 최소한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항생제가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도 항생제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평소에 항생제를 복용하는 흔한 이유인 감기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감기를 일으키는 병원체가 크게 두 가지라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너무 깊게 들어가지는 않겠다. 다만 그것이 크게 박테리아와 바이러스virus 두 가지라는 것만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박테리아는 기본적으로 여느 동식물처럼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쉽게 말해서 독립적인 생명체이다. 환경이 좋으면 스스로 번식한다. 반면에 바이러스는 홀로 생존하거나 번식할 수 없다. 박테리아 및 다른 동식물 세포를 감염시켜서 그 세포의 시스템을 활용해야만 생존하고 확산될 수 있다.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감기라고 부르는 질병 가운데 80% 이상은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감기의 20% 미만에서만 박테리아가 원인이다.

따라서 감기의 80%에서는 항생제의 치료 효과가 없다. 대부분의 감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보통은 충분한 수분과 영양 공급을 통해서 저절로 회복되는 경과를 밟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머지 20%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거의 모든 감기에 항생제를 투여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 당장의 증상 완화를 위해서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사용한다. 그 결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몸 안의 다양한 유익한 상재균들이 사라진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면역력 저하를 비롯해서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크게 세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것은 블레이저가 제안한 것을 내 나름의 관점으로 다룬 것이다.

첫째로, 우리는 항생제를 쓰기 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열이 나거나 근육통이 생기면 그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빠른 해결책을 원한다. 하지만 항생제는 가급적 나중을 위한 수단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일시적인 불편함을 덜어내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댓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쿠키 상자에서 쿠키를 빼먹는 것과 같다. 지금 먼저 맛있는 쿠키를 빼먹게 되면 당장에는 즐겁지만 나중에는 별로 먹을 만한 것이 남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금 필요한 항생제를 모조리 사용해 버린다면, 머잖아 내성균이 널리 퍼져서 더 이상 사용할만한 항생제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내성균의 출현 뿐 아니라 상재균을 죽이는 것도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이 치러야 할 큰 댓가이다. ‘벼룩 잡고자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처럼 경미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무심코 투여한 항생제가 우리 몸 속을 사막으로 만들 수 있다.

둘째로, 유기농으로 기른 음식 재료을 먹어야 한다. 유기농은 항생제와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유기농이 아닌 방식으로 길러진 음식 재료 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나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항생제 오남용이라고 하면 질병 치료 목적으로 직접 복용하는 항생제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항생제의 가장 큰 소비처는 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고, 수산물을 양식하는 과정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항생제 소비량 가운데 70%가 사료에 투입된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식량 생산에 항생제가 쓰이는 목적이 동식물의 질병 예방이나 치료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투여되는 용량은 질병 예방과 투여에 필요한 양보다 적다. 그럼에도 항생제를 투여하는 이유는 질병 치료 목적과는 상관없이 식량의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섭취하는 상당수의 음식에는 이미 항생제가 축적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항생제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고자 한다면, 약으로 복용하는 항생제 못지 않게 음식물에서 오는 항생제에 대한 통제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치는 다소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무항생제로 기른 음식을 구입하는 것이다.

셋째로, 의사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도의 항생제를 처방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왜 그럴까. 의사들은 환자들로부터 능력이 있다고 평가 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단기간의 증세 완화 여부로 의사의 능력을 평가한다. 때문에 의사로서는 지금 당장 증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는 항생제에 손이 갈 수 밖에 없다.

의사들도 항생제 오남용이 상재균의 소실과 내성균의 출현 등 사회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안다. 하지만 대다수 의사들에게 ‘사회적’이란 말이 가지는 의미는 곧 남의 일이란 뜻과 다르지 않다. 의사들은 그보다는 자기 환자를 빨리 회복시켜서 좋은 평가를 얻는 것에 가장 관심이 크다.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우선 의사부터 항생제에 의존하여 손쉽게 치료 효과를 보려는 시도를 삼가야 한다. 더 나아가서 ‘항생제를 습관적으로 처방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해가 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사람들을 설득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상재균의 필요성, 그리고 이를 위협하는 항생제의 위험성을 살펴보았다. 이어서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어떤 대안이 있을지도 살펴보았다.

‘라듐 걸스Radium girls’라는 말이 있다. 20세기 초 미국 뉴저지의 공장에서는 여공들이 라듐이라는 방사성 물질을 이용해서 시계의 야광판을 색칠하는 작업을 했다. 이들은 라듐이 묻은 붓끝을 뾰족하게 하기 위해서 입으로 붓을 모으는 작업을 했다. 당시는 라듐의 위험성이 알려지기 전이었고 그저 야광을 띄는 신기한 물질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여공들 대부분은 라듐이 뿜어낸 방사능 때문에 빈혈, 골절, 턱 괴사 등의 고통을 겪게 된다.

항생제가 가져오는 효과가 라듐의 야광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항생제가 사라지게 한 상재균 때문에, 라듐이 뿜어낸 방사능과 같은 재앙을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는가.

오늘 글을 시작하면서도 말했지만, 다른 사람이 모두 따른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올바른 길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의 무한함 때문에 지식의 불완전성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지식의 불완전성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지식에 대한 과신을 삼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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