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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 마인드

큐리어스 마인드

당신이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이 사람이 내가 맞나?’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뭐라고 콕 찝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어색하고 생소한 느낌이 있지는 않았는가. 분명히 당신은 맞는데, 평소 당신이 스스로에게 갖고 있던 인상과는 약간 다른 느낌. 이처럼 카메라라는 객관적인 기계가 만들어낸 결과물조차도 당신이 가진 관점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관점이 나와 다른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것은 ‘타인이 당신이란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당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것’ 사이에 무시할 수 없는 간극을 만든다.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따라서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타인의 눈에 세상이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눈에 비치는 것만을 타인이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고집 때문에 갈등과 분쟁이 생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다른 사람도 우리의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다.

『큐리어스 마인드 원제 : A Curious Mind | 브라이언 그레이저, 찰스 피시먼 지음 | 박종윤 옮김 | 제프 쿤스 그림 | 열림원 | 2016년 03월 10일 출간』의 저자 브라이언 그레이저Brian Grazer는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을 ‘호기심’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한다. 여기서 말하는 호기심은 보편적인 의미보다는 조금 더 인간관계에 무게가 실린 ‘호기심’이다.

이 책의 저자인 그레이저에 대해서 잠깐 소개하자면,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8마일8 mile』,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 등을 만들었고, 오늘날 할리우드Hollywood 최고의 영화 제작자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큐리어스 마인드』는 그의 첫 번째 책으로,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의 삶을 역동적으로 이끌어온 힘인 ‘호기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그레이저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아버지처럼 변호사의 길을 가기 위해서 법학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낮선 사람들의 대화에 호기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던 그레이저는,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에서 법률사무원 자리가 났다는 정보를 얻고 마음이 움직여 그 길로 전화를 걸어서 취직을 한다.

그곳에서 그레이저가 처음 맡은 일은, 말이 법률사무원이지 실제로는 서류 배달원이었다. 할리우드의 유명 작가, 감독, 제작자, 스타들에게 계약서 같은 서류를 전달하는 것이 워너브라더스에서 그레이저가 처음 맡은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그레이저는 남다른 행보를 보인다. 보통 할리우드에서 이름 있는 사람들의 경우 서류 배달원이 계약서를 들고 와도 집사나 비서들이 대신 받아 전달한다. 하지만, 그레이저는 ‘직접 전달해야 하는 문서’라고 말하며 꼭 그 서류의 수신인인 유명 인사들과 대면할 기회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다른 자리에서는 만나기 어려울 다양한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할 기회를 만들어가고,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이들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그레이저에게 하나의 삶의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된다. 그레이저는 돈이나 일자리와 같은 이해관계를 떠나서 순수하게 한 사람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의도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남을 만들어 간다.

그레이저는 이것을 ‘호기심 대화’라고 부른다. 이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알지 못하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레이저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부터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호기심 대화’를 이어간다.

큐리어스_마인드

그레이저가 ‘호기심 대화’에서 유명 인사와 나눈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사람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는 그레이저의 ‘호기심’ 주제였다. 그리고 이런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호기심 대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그레이저는 ‘호기심 대화’ 성사시키기 위해서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몇 주가 소요되는 것은 예사이고, 심지어는 몇 년에 걸쳐서 ‘호기심 대화’ 자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 시도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거절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집념이 있었기에, 그레이저는 남들이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 제작자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지적 자양분이 되었고, 그가 만드는 영화 안에 녹아든다.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그레이저의 ‘호기심 대화’에 비견할 수 있는 사례들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나는 가장 먼저 조선일보의 ‘위클리 비즈’와 손석희의 ‘뉴스룸’에서 진행하는 인터뷰가 떠올랐다.

나는 몇 년째 RSS 리더를 활용하여 위클리 비즈를 구독하고 있다. 이 주말 섹션은 전세계의 주목받는 경영자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데, 그 수준이 아주 높다. 매주 한 번 발행되는 위클리 비즈의 인터뷰 하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기자들은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인터뷰 하나를 위해서 몇 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 결과물을 편하게 읽어볼 수 있는 입장에서 그저 그분들께 고마울 따름이다.

한편, 손석희가 자신의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룸’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또한 국내외에서 쉽게 섭외하기 어려울 법한 사람들이 자주 나온다. 영화 배우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나 트위터Twitter 회장 잭 도시Jack Dorsey가 대표적이다. 그들이 손석희와 마주앉아 자신들의 삶에 관하여 풀어놓는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추측이지만, 손석희도 자기 나름의 ‘호기심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오늘날 ‘자기 홍보’가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다. 나를 남에게 알리기에 앞서 내가 남을 알기 위해서 호기심을 가져야함을 강조하는 그레이저의 인생관은 그래서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끝으로, 나는 외과 의사로서 내가 환자와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지 돌이켜 보았다. 환자들은 의사들이 환자들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봐 주기를 원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증상을 이해하고, 병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동안 나는 충분히 환자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는가. 나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환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무엇을 피하고 싶어 하는지에 관하여 진정한 호기심을 가졌는가 되돌아보았다. 환자가 나를 알아봐 주기를 바라기 이전에, 내가 환자를 알아봐 주는 것이 먼저라는 배움을 얻으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큐리어스 마인드”의 4개의 댓글

  1. 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그들이 원하는 바를 안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대하는 가족과 동료에 대해서도 호기심 대화가 필요하겠네요.

    1. 호기심에서 지식의 탐구와 확장이 이뤄지고
      새로운 것의 발견과 발명이 나오지요!
      저도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 호기심많은 아이로 살았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호기심을 갖기엔 넘 나이가 많은 듯…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이 세상을 살도록 도와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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