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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왜 요즘 들어서 글쓰는 것이 재미없어지고 있는지. 모든 책에서 하나같이 좋은 메세지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나는 그동안 그러려고 무리수를 두었던 것 같다. 어느덧 글쓰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다가 잠시 거울 앞으로 가서 내 모습을 바라보면 정수리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럴듯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인생의 귀한 시간을 할애하여 글을 남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더 이상은 그런 식으로 안이하게 글을 써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오늘은 내가 겪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실제로 겪은 일이기도 하고 나의 삶에 큰 의미를 둔 일대 사건이었다. 이 이야기를 마치게 될 때쯤 당신은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베스트셀러보다는 크게 인기가 많지 않은 책에 더 눈길을 많이 주는 편이다. 베스트셀러라고 일부러 피하지는 않지만, 숨은 보석과 같은 책들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번에 읽은 책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원제 : Black Sheep | 리처드 스티븐스 지음 |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03월 21일 출간』도 베스트셀러는 아니다. 하지만 좋은 책이다. 적어도 개인적인 입장에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는 좋은 책을 만났다. 나는 책장을 덮으면서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지만 망설였던 이야기를 이끌어낼 용기를 얻었다.

나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간단히 훑고 넘어가자. 이 책의 내용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인 저자 리처드 스티븐스Richard Stephens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금기시하는 것들에 실제로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것들, 달리 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들’의 장점이 이 책에 나온다. 그런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가 그 대상으로 언급하는 것들은 ‘성행위, 음주, 욕설, 집착, 스트레스, 시간낭비’이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죽음’도 그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즉 저자가 말하는 ‘위험한 것’이라는 것은 ‘금기시하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저자는 위험한 것을 무릅쓰는 것, 즉 금기를 깨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에 좋은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저자의 생각으로부터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한다. 내 생각에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우리에게 가져올 수 있는 진정한 장점은 따로 있다. 위험을 무릅쓰는 결정은 우리가 부당한 권위에 대항할 용기를 갖게 해주며,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자각하고 이를 지킬 수 있게 해준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다.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권위에 대항하여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킨 경험에 관한 것이다. 나는 이 힘든 과정을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

당시는 내가 대학원에 다닐 때였다. 대학원 말에 나는 지도 교수와 큰 불화를 겪었다. 내가 전부 잘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교수로부터 받았던 처우는 지금 생각해도 정도가 심했다.

나는 분명히 학생 신분으로 학문을 닦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런데 점차 내가 그곳에서 하는 일 중 상당수가 교수의 뒤치다꺼리로 채워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이 쌓여갔지만, 두 가지 이유로 나는 그것을 감내했다. 첫 번째는 인내도 배움의 과정이겠거니 생각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중도 포기하면 지금까지 들였던 시간과 노력이 쓸모없어진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그런 타성에 젖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우리는_왜_위험한_것에_끌리는가

하지만 어느 날 교수는 선을 넘고 말았다. 그때는 석사 학위 논문과 졸업을 준비하지 못한 채 3년을 채워가는 상황이었다. 나는 기약 없는 미래에 어둡고 힘든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비탄에 빠진 내 모습을 보고 교수는 “넌 어차피 나이도 젊은데 내 밑에서 몇 년 더 지낸다고 나쁠 것 없잖아.”라고 말했다. 이 말의 뜻은 곧 내 삶의 소중한 시간을 자신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여긴다는 것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가 받고 싶지 않은 고통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남도 자신이 감당할 생각이 없는 일을 내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인생을 자신이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것처럼 내뱉은 교수의 한마디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 결국 나는 3년 만에 대학원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동안 여러 시련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만약 교수의 권위에 압도되어 그간의 부당한 처우에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간다면, 훗날 어려운 일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그렇지 뭘. 그때도 그랬는데.’라며 조용히 회피하고 넘어가게 될지 모른다. 나는 그렇게 되는 것이 진심으로 두려웠다. 내 손으로 내 인생을 구하고 싶었다.

나는 기어이 ‘위험’을 무릅썼다. 세상 밖으로 교수를 끌어내어 정면으로 맞섰다. 다만 여기서 ‘정면으로 맞섰다’라는 것은 대단히 순화한 표현이란 것임을 밝힌다. 당시에 내 고통에 공감한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이들은 학계, 언론계, 종교계, 경제계, 정치계 등 각계각층에 두루 포진해 있었고, 또 그만큼 복잡한 역학관계가 얽혀있다. 여기서 글로써 다 밝히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다만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분위기만이라도 전하자면, 나와 그 교수의 정면 충돌은 며칠 간 주요 포털 사이트 첫 화면과 주요 일간지 그리고 공중파 뉴스를 떠들석하게 하였다. 인터넷 기사마다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많은 이들은 나의 아픔에 공감하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교수와 정면으로 맞선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적으로 나는 교수로부터 사과를 받고 화해하였다. 또한 논문을 마무리하여 석사 학위까지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대담하게 교수의 권위에 맞선 결과이다.

(지금 당신의 호기심이 발동해 인터넷 검색을 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교수와 화해하면서 모든 기사에서 우리의 신상을 추정할 수 없도록 조처했다. 사사로운 정보보다 정말로 내가 무엇을 전하고 싶어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요컨대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내 인생에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 나 자신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켜내었다. 내 소중한 인생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이에게 ‘나는 당신이 그럴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라는 것을 똑똑하게 보여주었다.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확실히 깨달았으며, 앞으로 인생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어떠한가. 주위를 둘러보자. 혹시 마땅히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는가. 부당함을 느끼지만 당신 홀로 권위에 대항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가. 그래서 그냥 되는 대로 살려고 하는가.

열정 페이, 갑을 문화 등 우리 사회에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이제 당신부터라도 앞에 놓인 부당함을 거부하여 스스로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도록 하자.

물론 세상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것을 뛰어넘을 때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 위험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생각해보자. 당신 스스로가 자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데, 누가 당신을 위해 대신 위험을 감수해 주겠는가.

당신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고 부당한 권위에 맞서 싸울 결심을 한다면, 당신의 진심에 공감하며 도움의 손을 건넬 이들은 세상에 생각보다 많다. 이것은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다.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의 15개의 댓글

  1.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자신을 스스로 지켜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확보될 수 있는 거라는 뜻에 공감합니다. 이 책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읽고 싶어져서 바로 주문했습니다. 나눠주신 말씀 염두에 두며 잘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빗소리 편안한 밤입니다. 행복하세요.^^

    1. 잘 읽고갑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잊고 살아가는지도 모르지만
      한 아기가 세상에 빛을 보는순간
      각자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것은 아닐까요^^

      행복하고 멋진시간 보냇세요^^
      고맙습니다^^

  2. 수직적 구조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당면하는 일들을 해쳐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가슴벅찬
    감동으로 전해지네요.인간승리 입니다.

  3. 안녕하세요. 글을 올리실때마다 잘 읽고 있는 구독자입니다. 이번 논제는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네요.
    우선 저희 남편도 비슷한 경우에 처해져서 회사를 박차고 나왔으나 1여년의 세월동안 가족들과 저에게 많은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주었고 그 결과 저는 아주 피하고 싶은 낫지 않는 병에 걸려서 지금도….결과는 더 좋은 회사에 입사해서 지금은 잘 다니고 있습니다. 자기가 바라던 회사. 그래서 모두들 다 잘 되었다고, 아니 더 잘되었다고들 말하죠.

    저의 경우는 오래전 대학교 다닐시절에 님과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아주 혼자서 외로이 싸웠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제 생각에 제가 상대방의 행동을 극복하고 이겨냈다고 생각하고, 다른 한편 으로는 상대편은 아주 코웃음을 치겠죠.

    그런데 요즘 제 딸 아이가 저랑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는데 제가 감히, 그것도 단호히 네가 맞다고 말을 못 한다는 말입니다. 슬픕니다. 그것은 바르지 못한 생각이고 바르지 못한 행동이다. 이렇게 말해주고 네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말해주어야 좋은 부모일텐데….어제도 애기를 하는데 기가 막히고….제가 생각해도 어린 학생들이 너무도 영악하여 내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모두들 그걸 따라한다더군요. 자기에게 불이익이 돌아오지만 그래도 그런 행동은 안 하겠다고 단호히 애기를 하는데…..저는 아무말도 안 했습니다. 비급한 엄마죠?

    아직도 결론이 나지않았어요. 법에도 저촉되지않고 어떻게 생각하면 사소한, 조그마한 부조리들. 학교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성적과 관련된 일련의 행동들…..뭐라고 말해줘야 할까요?

  4. “내가 받고 싶지 않은 고통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에 많은 공감을 합니다. 저 역시 그것이 당연한 거라 생각합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간혹 남에게 인격적 모독을 당하면 발끈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은 이들을 모독하고 고통스럽게 하는것은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글 덕분에 다시 한번 저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는지, 남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지 않는지 돌이켜 보게됩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5. 공감합니다. 저도 사실 얼마전에 회사를 뛰쳐 나왔는데 높은 페이를 눈 앞에 둔 상태였어서 아직도 미련이 남습니다. 그 회사를 나온 이유가 직원을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 하나였습니다. 물론 오너들은 직원을 갈아낄 수 있는 부품으로 생각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회사는 직원을 갖고 노는(?) 곳이었습니다. 아닌 척 하면서 그러는게 더 역겨웠고 억대 연봉이 가능한 업무 방식 실행을 며칠 앞두고 있었지만 직원을 강아지쯤으로 생각하는 그들과 파트너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기름틀에 쥐어 짜는 식이라면 욕하면서도 다녔을텐데 그들의 속이 빤히 보이는 앞뒤가 다른 음흉한 오만이 그들을 상종하고 싶지 않게 만들었네요. 새로운 방식 적용을 못 하고 나와서 아쉽고 미련은 남지만 후회는 없네요.

  6. 한 눈에 시선을 끄는 컨텐츠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진정성있는 좋은 글들을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세요^^

  7. 공감하는 좋은내용 고맙습니다. 그런데 윗사람으로부터의 해방은 좋은데, 조직에서 아랫사람들로부터 해방될려면 어떠한 방법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경험 많으신 선생님의 의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8. 항상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화려한 수사 없이 담담하게,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는 글이어서 더욱 공감이 가는것 같습니다. ‘내 인생을 내 손으로 구하고 싶었다’ 이 부분에서 마음이 먹먹해 집니다. 저도 힘들 때마다 제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응원드립니다.

  9. 감사한 글 잘읽고 있습니다. 부당한 일에 맞서는 용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가끔은 그냥 넘어갑니다. 복잡하게 얽힐 일, 시끄럽게 전개될 일을 피하기 위해. 회피를 선택하는거죠
    이책은 그런 나의 행동에 도전장을 던져주는거겠죠. 찬찬히 읽고픈 마음이 듭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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