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나는 이제껏 레고LEGO를 장난감으로만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레고라는 일개 장난감이 갖고 있는 비범한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접하였다.

단종된 레고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원래 가격에서 서너 배에서 심지어는 수십 배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영화 스타워즈Starwars 시리즈로 출시된 밀레니엄 팔콘Millennium Falcon 우주선 모델 제품은 2007년 당시 500 달러에 출시되었으나, 단종된 2016년 현재 6,000 달러에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무려 12배에 달하는 가격 상승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격은 조금씩 올라간다. 상황이 이러하니 레고와 재테크의 합성어인 레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알다시피, 이것은 그림이나 조각 같은 예술품에서는 오래된 현상이다. 특히 시대적 의미가 크거나 오래된 예술품의 경우 그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역사적인 예술품에는 희소성을 넘어선 유일성이 있다. 세상에 단 하나인 예술품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격도 상승한다.

하지만, 레고는 다르다. 레고는 기본적으로 공산품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제품이 이러한 위상을 차지한 경우는 사례는 흔치 않다.

하나의 장난감 브랜드에 불과한 레고가 이렇게 특별한 지위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레고의 탄생과 시련 그리고 극복과 부활의 여정을 다룬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 원제 : Brick by Brick | 데이비드 로버트슨 , 빌 브린 지음 | 김태훈 옮김 | 해냄출판사 | 2016년 03월 10일 출간>는 레고가 오늘날 폭넓은 연령층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성장한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서 그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

레고는 1932년 덴마크Denmark의 작은 시골 마을 빌룬Billund에서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Christiansen이 조립식 나무 블록을 출시하며 시작되었다. 이름의 유래는 덴마크어로 ‘잘 놀다’라는 뜻을 가진 ‘Leg Godt’를 줄인 것이며, 회사 이름인 동시에 제품 이름이기도 하다.

초창기부터 ‘최고만이 최선’이라는 모토와 함께 품질에 대해서 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세우고, 앞선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데 힘쓴다. 1947년 덴마크의 장난감 제조 업체로서는 최초로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를 도입한 것이 그 좋은 예다. 당시 플라스틱 사출기의 가격은 레고 전년도 이익의 두 배에 해당했다고 한다. 최고를 지향하는 철학이 아니면 내릴 수 없는 대담한 결정이다.

레고_어떻게_무너진_블록을_다시_쌓았나위험을 무릅쓰고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남들보다 먼저 다양한 실험에 착수한 결과, 1958년에는 오늘날 레고의 상징이 된 플라스틱 블록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러한 혁신과 품질 우선주의 덕분에 이 후 20년 동안 레고의 매출은 꾸준히 올랐고 1978년에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수치인 180만 달러에 이르게 된다.

혁신은 멈추지 않고 지속되었다. 1978년에는 오늘날 블록과 함께 레고의 상징이 성인 손가락 크기의 조그만 인형’ 미니 피규어mini figure, 줄여서 미니피그minifig를 내놓는다. 같은 해 중세의 성과 기사들을 주제로 한 캐슬 테마Castle Theme, 그리고 우주를 주제로 한 스페이스 테마Space Theme도 출시한다. 이후 15년에 걸쳐서 레고는 전성기를 맞이한다. 매출은 5년마다 두 배씩 오르며 폭발적인 성장가도에 오른다.

하지만, 1993년에 이르자 레고의 매출 성장세는 갑자기 꺾이기 시작한다. 매출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레고는 양으로 승부하기로 한다. 실제로 레고는 이전에 비하여 세 배가 넘는 장난감을 만들었고, 그 결과 매출은 유지하였다. 하지만 수익은 오히려 떨어졌다. 1998년에는 창립 이후 최초로 대규모 손실을 겪고, 직원 1,000명을 해고하기에 이른다.

레고의 경영진들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시장을 조사한다. 그 결과 ‘아이들이 훨씬 어린 나이에 레고 장난감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20세기 말부터 전자 게임기 등을 비롯한 다른 놀거리가 등장하였는데 아이들이 이것에 더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는 동안 레고의 창고에는 재고가 쌓여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통업체로부터도 외면받기 시작한다.

전에 없던 위기 의식을 느낀 레고는 2000년에 회사 전체에 이르는 혁신적이고 야심찬 목표를 세운다. 그들이 정한 목표는 ‘2005년까지 레고를 자녀가 있는 가족들 사이에서 세계 최강의 브랜드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레고는 경영 컨설턴트의 연구들이 주는 교훈에 따라 다양한 혁신을 시도한다. 이 혁신의 핵심은 제품을 다변화하고 레고랜드Legoland와 같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3년에 이르러 오히려 약 300만 달러의 적자를 내고 파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1993년 매출 하락 이래로 기울기 시작한 레고는 10년 만에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오랜 침체기를 거친 레고는 2003년 당시 34세로 젊은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Jørgen Vig Knudstorp를 중심으로 재정비에 나선다. 그 후 드디어 다시 옛 명성을 되찾으며 화려하게 부활한다.

지난해 레고는 바비Barbie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Mattel을 제치고 장난감 업체 1위가 되었다. 영국 브랜드 평가기관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는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1위로 레고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작년 레고의 이익률은 34.1%로 구글이나 애플보다 높다.

어떻게 한 것일까. 어떻게 10년 동안 침체에 벗어나지 못하던 레고가 다시 성장을 회복하게 되었을까.

저자들은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가 추진한 유통업체와의 관계 개선 등 몇 가지 원인을 분석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레고가 블록 쌓기라는 ‘업의 본질’로 돌아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들도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책에서는 이것을 ‘상자 안의 혁신Innovation inside the box‘라고 표현한다. 레고는 자신들의 정체성 안에서 핵심 가치를 찾고 이를 토대로 경쟁력을 다시 되찾았다.

레고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금까지 레고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은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좋아할까?’였다. 그래서 닌텐도를 따라잡기 위해서 전자 게임기를 서둘러 내놓았고, 디즈니랜드를 모방해서 놀이 공원 레고랜드를 급히 개장했다.

하지만 레고는 이제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있어 놀이란 무엇인가?’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라는 것은 연습과 경쟁을 통해서 사회성을 배우고, 한편으로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더 나은 평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즉 ‘어른이 되는 연습’이 곧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놀이의 본질을 되살리기 위해서 레고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블록’과 ‘미니피그’로 돌아갔다. 블록 쌓기를 통해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미니피그를 활용한 역할 놀이로 사회성을 배우는 것이 아이들이 레고에서 기대하는 놀이의 본질이다. 아울러 더 능숙하게 레고를 쌓아서 결과물을 만들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아이들이 희망하는 좋은 평판과 맥이 닿아있다.

레고가 시련을 극복하고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과정에서 나는 레고가 놀이의 본질에 집중했음을 발견했다. 결국 여러가지 시끄러운 혁신보다도 본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본질을 지켜갈 수 있을까. 레고도 자신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 레고의 시행착오를 담은 책을 읽으며, 나는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본질을 다지는 방법’을 나름대로 3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자.
둘째, 상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마음을 열고 경청하자.
셋째, 혁신에 대한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속도를 조절하자.

레고의 역사를 통해 저자들은 중요한 메세지를 던졌다. 그것은 혁신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혁신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심지어 다듬어지지 않은 무절제한 혁신은, 1993년부터 10년 동안 레고가 겪었던 것처럼, 회사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바야흐로 혁신 과잉 시대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 자신이 더 혁신적이라고 외쳐댄다. 이처럼 혁신이란 단어가 이곳 저곳에서 남용되는 오늘날, 진정으로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오는 혁신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레고 이야기는 새롭고 눈에 띄면 그것이 곧 혁신이라고 여겨버리는 우리 사회에 본질로 돌아가라는 교훈을 전한다.

레고 경영진은 이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 저자들의 인터뷰에 응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역사를 되짚어보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 어쩌면 레고는 스스로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본질의 중요성을 대변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에 대한 4개의 생각

  1. 공감합니다.
    지금 이순간 노동악법 저성과자 퇴출을 시도하는 사회로의 변화속에서 기업들은 언제나 그러하듯 이윤이 되지않는 노동자를 버린다.
    혁신이라는 이유로 글로벌하게….

    우리의 아이들도 레고 장난감의 부속품처럼 살다가 이용당해 버려지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1. 말씀에 공감합니다. 효율성과 이윤이라는 목표를 추구하기에 앞서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귀한 의견 고맙습니다.

  2. 우리아이들 키울때 레고는 큰선은이었는데
    이 글을 읽고보니 요즘 아이들은
    오락기가 대세네요~

    그도그럴것이 엄마아빠 손엔 핸드폰이
    자리잡고 있으니 아이들도..
    혼을 빼앗기듯 몰입할수있는 요즘
    기기들입니다.

    오락기나 핸드폰을 보면
    레고는 잊혀진 구닥달이
    장난감이 되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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