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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부자의 그릇

복권의 역사는 1400년 경 네덜란드Netherlands에서 첫 추첨식 복권이 등장하며 시작되었다. 이후 1530년 이탈리아Italy의 플로렌스Florence에서 이탈리아 말로 행운을 뜻하는 Lotto 복권이 첫 선을 보였다. 그로부터 472년이 흐른 2012년 12월 우리나라에도 로또복권이 판매가 시작되었다. 토요일 저녁이 되면 숫자가 적힌 작은 종이 쪽지를 쥐고 행복한 상상에 빠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행운이란 뜻이 무색하지 않게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따라야 한다. 확률을 따져보면, 매주 10만 원어치씩 3120년을 사야 1등에 당첨될 수 있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확률이지만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의 수십년치 연봉을 넘어서는 엄청난 당첨금 액수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로또복권 판매점 앞에서 줄을 선다.

하지만 당첨자들의 훗날을 따라가보면 로또복권 당첨이 과연 행운이었는가 의문이 들 때도 많다. 특히 어마어마한 당첨금이 따르는 1등 당첨자의 말로가 불행한 경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30대 황모씨는 휴대전화 매장에서 주인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후 2015년 4월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는다. 그런데 황씨는 2006년 로또 1등 당첨자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시 당첨금은 13억 원 정도였다고 한다.

직업이 없던 황씨는 갑자기 큰 돈이 생기자 하루에 수억원대 도박을 하거나 고급 술집을 드나들며 3년 만에 당첨금을 모두 탕진한다. 하지만 이미 돈쓰는 맛을 알아버린 터라 당첨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었다. 실형을 선고 받은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씨는 ‘차라리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한편, 2006년 또 다른 황모씨도 로또 1등에 당첨되어 19억원에 이르는 당첨금을 거머쥔다. 하지만 이후 2년 만에 모든 돈을 잃고 금은방에서 절도를 하다가 구속되기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하루에 수백만 원씩 유흥비로 쓴 방탕한 생활이 원인이 되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갑자기 얻게 된 큰 돈이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되는 일은 로또 1등 당첨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주식,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일확천금을 실현한 사람들 가운데 일상의 행복을 잃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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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원제 : 富者の遺言 | 이즈미 마사토 지음 | 김윤수 옮김 | 다산 3.0 | 2015년 03월 02일 출간』은 돈의 본질에 관한 명쾌한 통찰을 다룬 책이다. 저자 이즈미 마사토泉正人는 일본의 경제금융교육 전문가로 자신의 실제 사업 실패담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이야기는 한때 한국 돈으로 12억 연매출의 주먹밥 가게 주인에서 3억 원의 빚을 지고 나락으로 떨어진 한 사업가가 우연히 만난 부자 노인과 7시간 동안 나눈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돈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다. 저자는 돈은 곧 ‘신용’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한다. 부자들이 타인의 믿음에 부응하려 노력하는 이유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재산이 된다는, ‘신용의 원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신용의 원리로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고도 전보다 더 불행한 상태로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2013년에 로또복권 1등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운영주관사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37%에 이르는 사람이 가족을 포함한 아무에게도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당첨금과 같은 큰 돈을 감당할 만한 신용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주변에 신용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주변 사람들과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당첨금도 다 잃는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방탕한 생활은 이런 몰락에 가속도가 붙게 한다.

그렇다면 신용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신용이란 것이 측정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신용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 답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내 경험을 이야기해보겠다.

내가 원격의료 사업을 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신용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내게 접근했다. 정말 서로 약속한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예외없이 ‘자신은 신용있는 사람’이란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돈을 떼먹고 감감무소식이 된 사람도 있고, 일을 맡아놓고 엉터리로 해놓고도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구는 이들도 많았다.

또는 요즘 회자되는 ‘열정페이’라는 말처럼, 내가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시간과 노하우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취하려는 이들도 많았다. 특히 많이 배웠다는 교수들이나 정부기관, 종교단체를 대표하는 이들 가운데서 이런 이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았다. 열정페이를 앞세우는 이들의 논리는 항상 비슷하다. “나는 이 방면에 신용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너는 신용이 없으니 일단 공짜로 결과물을 제공하면 앞으로 돈을 내고 일을 맡길지 말지 추후 판단해 보겠다.” 나는 이것이 아주 웃기는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사람들이 신용이 있다고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예외 없이 ‘신용이 있는 사람’의 가면을 쓰고 자신을 포장하는데 신물이 났다. 뭔가 해결책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옥석을 가리고자 나름의 신용 공식을 만들었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앞으로 이것을 ‘신승건의 신용 법칙’으로 부르도록 하자.

신승건의 신용 법칙

신용 = 약속을 지킨 비율 (%) x 알고 지낸 시간 (년)

이 법칙에 따르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힘이 있는 기관을 대표하고 언론에서 칭송하는 대단한 사람일지라도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직접 보고 확인하지 않은 것이 진실을 가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신용은 0이기 때문이다. 해당 시점까지 그 사람과 알고 지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나름의 신용 법칙에 대입하여 1이 안되는 사람이 덮어놓고 내 앞에서 “나는 신용이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주장을 앞세운다면 우선 경계했다. 이런 사람들은 종종 소위 ‘갑’도 아니면서 교묘한 이미지 조작을 앞세워 자신이 ‘갑’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한다.

이 신용 법칙은 타인들의 평가와 잡음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상대방의 신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훗날 돌아보건대 나의 이런 접근법은 내가 하마터면 섣불리 사회적 지위나 타인의 평가만 믿고 믿음을 주었다가 된통 당할 뻔한 경우를 사전에 피하도록 적지 않게 도와주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기 마련이다. 처음 거래를 하는 사람에게 신용을 얻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것은 내가 ‘갑’의 위치이냐 ‘을’의 위치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내가 을의 위치에 있을 경우는 앞서 말한 신용 법칙을 적절히 활용하여 위험을 최소화하면 된다. 특히 자신을 ‘신용이 있는 사람’으로 애써 포장하는 사람을 경계하면 된다.

반면 내가 ‘갑’의 위치에 있을 때가 어떤 면에서는 더 중요한데, 이때는 나 스스로를 불리한 위치에 놓으면 된다. 상대방인 ‘을’이 먼저 요구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스스로 불리한 조건을 내밀어 ‘갑’인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도록 하면 된다.

나는 원격의료 회사를 만들던 초창기에 프리랜서freelancer들과 일할 때가 많았다. 여차저차해서 보건의료 유관기관의 중요한 일에 참여하게 되어도 적절한 인력이 없어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이럴 때 프리랜서들은 내게 정말 고마운 이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올바르지 않게 일할 경우 나 자신을 겨냥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려줬다. 바로 아래와 같은 내용증명 양식을 ‘자발적으로’ 프리랜서와 계약서를 작성할 때 제공했다. 내가 혹여라도 약속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등 신용을 지키지 않으면 나의 아주 소중한 무형자산인 ‘대형 거래처가 나에게 갖고 있는 신용’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내용증명

수신 : 신승건
주소 : 서울시 OO구 OO동 000번지
발신 : 김XX (프리랜서)
주소 : 서울시 OO구 OO동 000번지

제목 : OO 보수 미지급에 관한 청구 및 법적조치 통보의 건

1. 귀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우선 이 같은 내용증명을 보내게 됨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2. 귀사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발신인은 귀사의 의뢰를 받아 ‘OO’라는 업무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3. 귀사는 당초 위 업무에 대한 보수로 000만 원을 20XX년 X월 X일 지급하기로 발신인과 약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귀사는 지급기한이 지나도록 위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4. 발신인은 더 이상 귀사를 상대로 한 보수 지급 청구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 하에 원 발주처인 정부기관 AA에 직접 이 건을 문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발신인은 정부기관 AA에 내용증명을 보내서 (1) 아직 정부기관 AA가 귀사에게 ‘OO’라는 업무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는지를 문의할 것이며, (2) 발신인이 부당하게 귀사로부터 보수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5. 발신인은 다음의 사항을 귀사에 요청합니다.

가. 귀사가 정부기관 AA로부터 발신인이 완료한 ‘OO’라는 업무에 대한 비용을 지급받았는지를 밝힐 것
나. 만약 귀사가 정부기관 AA로부터 발신인이 완료한 ‘OO’라는 업무에 대한 비용을 지급받았음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지급하지 않는 이유 및 언제까지 지급할 것인지를 밝힐 것
다. 위 가. 나.항의 사항을 본 통보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발신인에게 서면 또는 발신인 이메일 ooo@ooo.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6. 만약 귀사가 위 5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발신인은 부득이 위 4항에 있는 내용을 진행할 것인바, 이렇게 될 경우에는 귀사의 명성에도 큰 손상이 입을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모든 조치는 귀사가 계약에 따른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임을 다시 한번 지적합니다.
7. 이상입니다.

20YY. MM. DD
발신인 : 김XX

내가 이 방법을 프리랜서에게 알려준 이유는 이렇다. 내용증명이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이 없지만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다’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통지하는 경고성 문건이다. 비용은 몇천 원 밖에 들지 않는다. 프리랜서의 경우 대부분 넉넉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으므로 나에게 소송을 거는 것이 큰 부담일 것이다. 그래서 소송을 하지 않고도 혹시모를 나의 부당한 대우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니, 그런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나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싶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이겠지만 말이다.

여담으로, 혹시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약속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 남몰래 속쓰려하는 이가 있다면 위의 양식을 자신의 상황에 맡게 적절히 활용하기 바란다. 내가 회사를 이끌어 본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대형 거래처를 잃는 것’이다. 혹시 당신이 도덕적이지 못한 업체,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이들과 싸우고 있다면 ‘이들이 맺고 있는 대형 거래처와의 관계를 직접 공격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나는 내가 완벽하게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상황에 따라 나에게 유리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위의 내용증명 양식은 그중 한 사례다. 상대방에 대한 신용 만큼은 진심으로 지키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실제로 저 내용증명을 내게 보낸 프리랜서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제공한 저 양식을 활용해서 다른 거래처의 보수 미지급 문제를 해결했다는 프리랜서의 감사 메일을 받은 적은 몇 차례 있었다.

이제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 해보자. 『부자의 그릇』의 부제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오늘은 돈 자체보다 신용에 대한 이야기로 흐른 면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그릇’이라는 것이 결국 신용을 말한다고 보면 큰 틀에서 벗어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요컨대, 우선 돈을 추구하기 이전에 신용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신용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약속을 지킨 비율’과 서로가 ‘알고 지낸 시간’이다. 이를 공식화 한 것이 ‘신승건의 신용 법칙’이다.

또한, ‘나 자신을 남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게 함’으로써 나 자신의 도덕적 해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신용을 형성하는 지름길이다. 내가 나와 일하던 프리랜서들에게 나를 겨냥할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쥐어준 것처럼 기꺼이 남을 나보다 유리한 위치에 두도록 하자. 그것은 당신에게 신용의 기반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의 10개의 댓글

  1. 선생님 글을 만날 수 있는 시절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얼마나 고마운 세상인지요~

    봄비 내리는 아침
    천천히 묵상하듯 만납니다~

    고맙습니다.

    경북 봉화에서 오솔길 현미드림~

  2. 자신이 갑일 때 스스로를 불리한 위치에 두신다는 말씀이 감명깊습니다.
    우리 사회 가진자들이 배워야할 자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3.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입니다.
    가르쳐주신 내용증명을 활용하여 악질 사장놈에게 밀린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정말 고맙습니다…ㅠ
    이 내용증명 뿐 아니라,, 지금까지 쓰신 글들을 보면.. 사회에 소외받는 이들을 보듬는… 신승건님은 정말 이 사회에 등불같은 존재십니다.
    최근에 글을 접으셨던데 얼른 다시 시작해 주시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4. 신선한 글한편을 대하니
    오늘 하루가 감사합니다.

    신선생님의 반듯한 인생관과
    가치관까지 닮고 싶어지네요~

    요즘같이 우리사회가 혼란스럽고
    돈이 최고인 세상이 되어버린 지금에
    님의 글은 잔잔한 감동입니다.

    “신용의법칙”도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5. 글을 읽으면서 저를 돌아봅니다
    저의 신용은 어떠했는지 더 신뢰를 쌓기 위해선 어찌해야는지 알게 됐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날 보내세요~

  6. 제가 추천드리기가 조심스럽씁니다. 각자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참고가 되신다면 최근에 제가 읽은 책중에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이재원옮김 과 ‘쿠바,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선’ 정승구지음 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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