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인간의 품격얼마 전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15년 4월 미국 휴스턴 대학교Houston University의 연구진들은 ‘페이스북Facebook의 이용시간이 증가할수록 남과 비교하는 의식이 강화되어 우울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는 SNS를 통해 과도하게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비교하면 정작 자신의 삶의 만족도는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제 삶의 모습보다 SNS에 훨씬 멋지게 포장하여 남들이 부러움을 살 수 있도록 하는 행위 자체가 본인에게도 스트레스를 가한다고 한다.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행위’와 ‘남의 비교를 의식하는 행위’ 모두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요즘 서점에 가면 눈에 가장 잘 띄는 공간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기계발서이다. ‘성공하는 방법’들을 다룬다는 이런 책들은 대부분 유사한 구성과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대략 3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로 ‘덮어놓고 노력을 강조’하는 유형이다. 이런 책의 저자들은 “젊은이들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많은 젊은이들이 고통 받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사회적 부조리에 의한 것’, ‘기득권 세력의 기회 독점’ 등의 구조적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의 저자들은 젊은이들에게 죄의식을 강요하며 책임을 떠 넘긴다. 이 책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영양가 없는 공염불로 내용이 채워진다. 뿐만 아니라, 그런 책을 쓴 사람 가운데 실제로 자신이 그런 어려움에 처했었고 자기 글을 실천하여 극복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두번째로 흔한 것은 소위 ‘힐링healing’이라고 해서, 감성을 자극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현실의 문제에 눈감게 하는 종류의 책들이다. 이 책들은 마치 진통제와 같다. 지금 당장의 통증을 경감시켜 줄 수 있지만 질병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진통제에 의존하다가는 정작 중요한 원인 질병이 악화되는 것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유명인이나 위인의 이름을 앞세워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들이다. 하지만 정작 그 책을 쓴 사람은 그저 자기가 아는 한도 내에서 유명한 사람의 인생에 관해서 쓴 것일 뿐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런 책들은 유명인이나 위인이 그러한 위치에 오르게 된 비결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자기계발서가 이처럼 허황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런 종류의 책들이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심리의 핵심은 바로 사람들의 ‘비교의식’이다.

SNS와 자기계발서는 사람들의 비교의식을 자극하는 것에 그 작동원리가 있다는 점에서 같다. 그리고 이 공통점은 SNS와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늘날 남과 비교하며 자신의 가치를 규정하는 모습은 도처에 널려 있다.

남과 비교하는 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오로지 능력과 기회에 몰두한다. 남을 밟고 올라설 수 있으면 무엇이든 하며 남보다 기회를 더 얻기 위해서 자기 홍보에 매달린다. TV, 인터넷, 지하철 광고판, 길거리 현수막에서 서로 자신을 먼저 봐달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의사, 변호사, 정치인 등 모든 분야의 모든 사람들이 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에 겸손과 절제와 같은 도덕적인 가치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의 <인간의 품격 원제 : The Road to Character |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11월 20일 출간>은 바로 그런 문제 의식에 출발한 책이다. 고백컨대 내게는 결코 쉽지 않은 책이었다. 나도 이미 경쟁과 비교를 앞세우는 세상의 분위기에 물들어 버렸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해한 정도,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정도로만 이야기하겠다.

저자는 우리에게 인간을 ‘뒤틀린 목재’로 보는 전통이 있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결함을 지닌 존재라는 뜻이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란 결함 있는 내면의 자아와 끊임없이 투쟁하며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겸손과 절제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며,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외적 성공이 아니라 내적 성숙에 둔다. 평생에 걸친 노력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결함을 극복해서 내적 성숙을 이끌어낸 이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국 최초의 여성 각료이자 뉴딜New Deal의 막후 조력자였던 프랜시스 퍼킨스Frances Perkins,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등이 모두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들 역시 결함 있는 존재였으나 치열한 내적 투쟁을 통해 도덕적으로 성장해 갔고, 궁극적으로는 인류와 사회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들의 인생은 삶의 태도를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로 전환해야 함을 보여준다.

balance<인간의 품격>을 통해서 나도 나 스스로의 결점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남과의 비교가 아닌 오로지 나 자신 안에서 정의할 수 있는 결점을 찾아보고자 했다. 나의 결점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 가운데 유독 뼈저리게 느껴지는 한가지를 골라낼 수 있었다.

바로 공명심이다. 공명심은 자기 이름을 널리 드러내려는 마음을 말한다. 솔직히 내 안에는 이 세상에 나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 앞서 내가 비판한 바로 그 특징들을 다름 아닌 내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공명심이 잠재적으로 나를 해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음을 나는 안다.

일례로 나는 과거에 IT사업을 할 때 공명심의 위험성을 경험했다. 주위에서 다들 사장님이라고 추켜세워주고 가끔 언론에도 비춰주니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짜릿한 기분이었다. 거기에 맛을 들이니 세상사람들에게 실제보다 더 대단하게, 더 멋지게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예전에 내가 알던 친구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본다면 대단하다고 생각하겠지?’라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뿌듯해지기도 했다. ‘길가다가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쾌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허무함을 느꼈다. 업의 본질보다 이름을 드높이는 것에 열중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어느 순간 공명심에 대한 회의감이 크게 밀려왔고 고민 끝에 사업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의사 가운데서도 가장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일상의 업무에 성실히 임하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블로그에 이름을 걸고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제대로 공명심을 극복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여전히 이름을 알리려는 마음이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 보다시피 나는 나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고 있다. 공개적인 곳에 글을 씀으로써 이름모를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나는 블로그에 쓴 글이 SNS를 통해서 얼마나 널리 퍼지는지 숫자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구독자가 얼마나 늘어났나 틈틈이 확인하기도 한다. 고백컨대 나는 공명심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역설적이지만 이곳을 통해 나의 오래된 결점인 공명심을 극복해보고자 한다. 내 글들을 여기서 나누는 이유가 있다. 나의 결점은 나혼자 방구석에서 홀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남들 눈에 더 쉽게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을 빌려서 나의 결점을 개선해 나아가고자 한다. 이곳에 공개한 글들은 적어도 내가 위선적인 삶을 살지는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요컨대 이번 <인간의 품격>에서 나는 두 가지를 배웠다. ‘남과 비교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전의 자기 자신과 비교해서 점차 나아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 필요한 첫 단계는 나의 결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단 내 안에 아직도 남아있는 공명심을 드러내고 줄여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다음 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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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아질수록 인생 경험이 풍부해질지는 몰라도 반드시 …
(2017년 10월 20일 오전 7시에 공개됩니다.)

“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에 대한 6개의 생각

  1. 솔직한 글에 많이 공감하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위로 받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많이 배우고 갑니다.

    1.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생각을 나눌 수 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느끼는 것은 한없이 부족한 제 자신의 모습입니다. 배워야 하는 것이 무한하다는 것도 느낍니다. 귀한 시간 글 읽고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1. 글이 유려하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담긴 것은 아니지만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저 스스로를 돌아보며 진실되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기에 정보면에서도 큰 도움은 되지 못할지 모릅니다. 다만 거짓된 내용은 담지 않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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