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 –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제로 투 원첫 번째 이야기. 어릴 적 어느 더운 여름날 우주 소년 아톰이라는 만화를 보고 엉뚱한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나도 아톰 처럼 로봇이 아닐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날 내가 더위를 먹은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내 안을 들여다 본 적이 없으니 아주 말도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나는 반팔 티셔츠 밖으로 드러난 팔뚝을 멀뚱히 쳐다보며 팔 안에 뼈와 근육이 아니라 철근과 전선이 들어있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엉뚱한 상상은 또 다른 질문 하나로 나를 이끌었다. ‘내가 기계가 아니라면 기계와 나를 구분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를 남들과 구분되게 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나 답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내 머리속에 자리잡았다. ‘나는 할 수 있지만 남은 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한 의문은 잠자리에 들면 종종 내 머리 속을 채우는 의문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 시간이 흘러서, 훗날 대학교에 가서 알게 된 한 친구 A가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종합병원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엄청난 부잣집 아들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항상 입고 다니는 옷도 소박했고 작은 국산 소형차를 타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돈을 함부로 쓰는 성격도 아니었다.

서로가 성격이 맞는 부분이 있어서 나는 친구 A와 밥도 자주 같이 먹으면서 이내 가까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A는 나에게 한 가지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얼마 전 과친구 B가 본인 생일이라고 밥을 산다고 해서 다같이 가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자리를 마칠 때 주최자인 친구 B가 깜빡하고 지갑을 들고 오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침 옆에 있던 친구 A가 밥 값을 대신 계산했었다. 몇십 만원에 이르는 작지 않은 금액이었다. 당시 주최자였던 친구 B는 내 친구 A에게 무척 고마워했었다.

그런데 친구 A가 며칠이 흐른 후 식사 자리를 주최한 친구 B에게 당시 먹은 밥값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 주최자 친구 B가 돌연 “섭섭하다. 돈도 많은 애가 뭐 그런 것까지 달라고 하냐.”하면서 적반하장으로 나왔다고 한다. 며칠이 더 흐른 후 돈을 갚기는 했지만, 그 후로 친구 B는 가는 곳 마다 친구 A에 대해 험담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더욱 더 남들에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평소에도 소박한 모습을 보이며 조심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행여 자신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돈자랑을 하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걱정하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오래 전의 두 가지 기억을 꺼낸 이유는 <제로 투 원 피터 틸,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 이지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사 | 2014년 11월 20일 출간 | 원제 : Zero to one>을 읽으면서 사람이 모여서 만든 기업이라는 집단도 그러한 사람의 속성을 갖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온라인 결제 회사 페이팔Paypal Inc.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과 그가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에서 스타트업Startup에 관련한 강의를 할 때 학생이었던 블레이크 매스터스Blake Masters다. 당시 피터 틸의 강의 내용을 블레이크 매스터스가 노트로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 글을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는 등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함께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기업의 형태를 경쟁 기업과 독점 기업으로 나누어 서로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경쟁 기업이란 남들과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조금 더 개선하여 내놓음으로써 기존의 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반면 독점 기업이란 그 상품이나 서비스가 너무도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것이어서 다른 기업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저자들은 기업가라면 마땅히 독점 기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내가 어제 글에서 말한 ‘능력의 불균형’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들은 경쟁 기업이 자신들의 사업을 교집합으로 설명한다면, 독점 기업은 자신들의 것을 합집합으로 설명한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알아보자.

이를테면 접는 의자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고 해보자. 접는 의자라는 물건의 특징을 살펴보면, 세상의 수많은 의자들 가운데 접는 기능을 가진 제품과 교집합을 이루는 제품이다. 즉 두 가지 이상의 장점을 하나로 모은 제품이란 말이다. 이런 제품은 기존의 의자들과 경쟁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새롭게 접히는 방식과도 경쟁해야 한다. 요컨대 이런 것은 경쟁 기업의 방식이다. 즉 경쟁 기업은 ‘우리는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또는 ‘이 장점과 저 장점을 하나로 모았습니다.’와 같이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설명한다.

반면 독점 기업은 어떨까. 저자들이 예로 든 대표적인 곳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Windows와 같은 운영체제도 만들고 워드Word나 엑셀Excel과 같은 업무용 응용 프로그램도 만들며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와 같은 인터넷 브라우저Internet browser도 만든다. 지금은 많이 기세가 꺾였지만 한 때 이들 각각은 나머지 경쟁자를 압도하는 독점적 제품들이었다.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과 사용자층으로 인해서 다른 경쟁자가 파고들 기회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우리는 이렇게나 거대한 회사에요.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라고 했을까. 아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여러 개의 작은 요소로 나누어진 합집합으로 바라봐주길 원했다. 윈도우도 만들고 워드나 엑셀도 만들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만들지만 그들은 각각의 제품일 뿐이므로 따로따로 생각해야 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저 그것들을 합해 놓고 보니 거대해 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왜 그럴까. 독점에 대한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저자들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는 독점에 대한 대중의 비호감도 그들이 스스로를 커보이지 않게 하려고 했던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의 제재의 뿌리에는 대중의 비호감이 자리잡고 있겠지만 말이다.

요컨대 저자들이 말하는 것은 이것이다. 당신이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면 타 경쟁자에 비해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해야 하는 경쟁 기업을 만드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대로 남들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제품으로 독점에 대한 제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지는 독점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어릴 적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내가 아톰 만화를 보고 ‘나는 기계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으며 ‘나와 기계’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의 차이점을 알고 싶었던 것은 경쟁 기업이 자신의 독창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한편 부잣집 친구 A가 애써 소박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던 것은 대기업들이 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사업을 쪼개어가며 ‘단지 여러가지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의 집합일 뿐, 생각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시장을 독점하는 회사가 결코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과 유사하다.

나는 성장하면서 ‘나와 나 아닌 것’을 비교하며 내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이 독창적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대부분의 동료들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는 것이었다. 비교할 환경 자체를 없앨 생각이었다. 그렇게 대학원을 가고 사업을 일으키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느 순간부터 회의감이 들고 정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이 책에서 저자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내가 왜 그때 회의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지 조금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소위 말하는 트렌드trend를 쫓아서 움직여왔다. 스스로는 새로운 길을 만든다고 믿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 상황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를 찾아다녔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smartphone과 모바일 인터넷mobile internet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고 부르짖을 때 나 또한 그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그러다보니 성과 여부를 떠나서 나는 회의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자들도 2000년대 초의 닷컴 열풍 등의 예를 들며 시류에 편승한 이들이 결국은 방향을 잃고 흔들리게 됨을 경고한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이 책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중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그러면서 무슨 일을 하건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저자들은 이 질문을 통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A라고 믿지만, 진실은 B이다.’라는 답변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덮을 때 나도 이제 이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졌다. 그리고 내가 품고 있던 두 가지 중요한 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을 저자들의 방식대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보다 사회의 성공이 우선이라고 믿지만, 진실은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 특히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집보다 일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내 생각에 때때로 동의해주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진실은 가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이들이 바로 가족이다. 생각해보자.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다름 아닌 가족의 행복이 아니던가.

그리고 두 번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 권위가 정해준 안정적인 길을 성공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성공하는 삶이라고 믿지만, 진실은 권위에 의해서 만들어진 경쟁에 삶을 허비하기 보다는 나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성공하는 삶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권위란 태생적으로 그 추종자에 의해서 그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는 특징을 갖는다. 반대로 추종자가 없을 때 그 존재 근거를 잃게 된다. 즉 추종자 없는 권위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추종할 수 있는 대상이 없을 때 불안한 마음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특정 대상에 권위를 부여하고 그것을 추종하며 결국에 가서는 그것으로 자신을 옭아맨다. 한편으로 그 권위를 얻기 위해서 끝없이 경쟁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나를 통제할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따라오라고 하는 시도 또한 단호히 거부한다. 사실 이것은 내가 대학원을 거치며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이기도 하다.

요컨대, ‘가족 중심 주의’와 ‘권위에 의한 경쟁 거부’가 지금까지의 삶에서 내가 깨달은 중요한 진실 두 가지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그 두 가지의 실천을 통해 내 삶을 경쟁 기업이 아닌 독점 기업의 모습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되었다.

책을 덮고 이 책의 원본이 되었던 강의를 한 피터 틸의 약력을 살펴보았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아마도 컴퓨터 공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했을 것이라는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의 전공은 철학이었다. 전공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지만, 역시 사람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 책이 겉으로는 경쟁 기업과 독점 기업을 비교하면서,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창업 안내서의 모습을 갖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을 어떻게 하면 더 독립적이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해주고 있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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