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백만장자

이웃집 백만장자우리나라 정부는 서울 올림픽을 한 해 앞둔 1987년 1월 자동차 시장 부분 개방을 시작으로 1988년에 이르러 자동차 시장을 완전 개방하였다. 이때부터 수입차가 정식으로 국내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 길거리에서 수입차를 보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었고, 어쩌다가 보게 되면 자연스레 눈길이 가고는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주위를 잠시만 둘러보아도 수입차를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5년 9월 수입차 점유율은 15.69%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돌아다니는 자동차 7대 가운데 1대 이상은 수입차라는 뜻이다.

수입차의 증가와 맞물려서 요 근래 언론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카푸어car poor‘라는 신조어이다. 카푸어란 자동차 구매 및 유지 비용이 자신의 소득이나 자산에 비해 과도하게 커서 생활에 지장을 받는 이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적정수준의 자동차의 구입 가격을 연봉의 절반 정도로 본다. 예컨대 3천 만원 정도 하는 국산 중형차를 타고자 한다면 연봉이 6천 만원은 되어야 다른 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실 나는 이것도 과도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특히 젊은이들 가운데서 비싼 수입차를 자신의 소득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덥썩 들이는 경우가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내가 속한 의사 사회에서 볼 수 있다. 훗날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지금 일단 돈부터 쓰고 보는 일부 젊은 의사들에게서 나는 그런 모습을 숱하게 보았다. 그럴 때에 자동차 구입 또는 리스lease와 유지에 드는 비용이 연봉을 뛰어넘는 경우도 적잖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이런 이들은 대체로 카푸어로 전락하였다.

이런 것은 비단 수입차 구매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하나에 수 백만원 이상 하는 명품 시계나 명품 가방들을 사들이는 모습에서도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에 따르면 2014년도 한국의 사치품 시장은 103억 달러로 세계 8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서 사치품 시장이 과도하게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사치품 소비를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이러한 소비행태의 근저에는 사치품을 소비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있다. 달리 말하면 여러가지 이유로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이들이 사치품을 통해서라도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을 통하는 것 밖에는 개인의 가치를 증명할 수 없는 삭막한 이 사회가 만들어낸 폐해이다. 경쟁에서 밀려난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들로부터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비싼 물건으로 밖에는 충족할 수 없는 것이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치품 소비를 조장하는 분위기는 사실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부자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결과적으로 사회의 건전성을 해친다. 실제로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은연중에 사치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부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은 사치품으로 자신의 처지를 포장하려는 이들의 동기를 더욱 강화한다. 그리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그들은 진짜 부자가 되는 길과 점차 멀어진다.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더욱 많은 사람들이 빚에 쪼들리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는 감당할 수 없는 사치품을 통한 과시욕 충족이 단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건전성을 해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중요한 진실이 있다. 졸부들 말고 꾸준한 노력으로 부자가 된 이들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소박하고 검약하며 과시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부자들의 모습은 졸부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한 것일 뿐이다.

<이웃집 백만장자 원제 : Millionaire Next Door | 토마스 J. 스탠리 , 윌리엄 D. 댄코 지음 | 홍정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 | 2015년 02월 25일 출간>는 미국에서 진짜 부자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20년 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는 수많은 부자들과의 인터뷰와 설득력 있는 통계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자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다. 이 책에서 연구 대상으로 정한 백만장자의 기준은 1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즉 우리 돈으로 11억 원에서 110억 원 사이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1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를 범위로 정한 이유로 그 정도의 자산은 1세대 만에 모을 수 있는 현실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이 책에서는 밝힌다.

당신은 어쩌면 100만 달러, 즉 우리 돈으로 약 11억 원이 어떻게 부자의 기준이 될 수 있겠는가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이 쓰여진 2000년대 초 미국을 기준으로 그 정도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전체의 상위 3.5%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올해 10월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의 국세청 자료를 분석하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자산 9억 9,100만원 이상 되면 우리나라 상위 1%에 든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기준으로도 백만장자 정도면 충분히 부자로 불릴 만하다. 요컨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자의 특징을 요약하면 아래의 7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부에 비해 훨씬 검소하게 생활한다.
그들은 부를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효율적으로 할당한다.
그들은 상류층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것보다 재정적 독립을 더 중요시한다.
그들의 부모는 성인 자녀에게 경제적 보조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들의 성인 자녀들은 경제 면에서 자립적이다.
그들은 돈 벌 기회를 잡는 데 능숙하다.
그들은 적절한 직업을 선택했다.

저자는 풍부한 사례를 들어 부자들의 실제 면면을 소개한다. 일례로 연구 대상인 부자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평생 235달러 우리 돈으로 26만원 넘는 시계를 차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실 하나 만으로도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부자들은 겉모습 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앞서 언급한 김낙년 교수의 작년 연구 결과도 이와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당시에 우리나라 소득 기준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2.1%, 상위 10%는 44.1%를 차지했다. 반면, 자산 기준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대로 소득 기준으로 따질 때보다 비중이 훨씬 커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축적된 부를 통해 얻는 수익의 불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로, ‘돈이 돈을 번다’는 주지의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요컨대, 부자의 기준은 소득이 아닌 자산이다.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사람들이 결코 부자는 아니란 뜻이다.

이제 수 백 만원 짜리 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니며 자신의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이들이 주위에 있다면 한 발 물러서 그들을 바라보자. 또한 앞으로 그런 이들을 마주하더라도 결코 부러워 하지 말자. 물질적인 것으로 남에게 부자인 척하는 시도는 진실된 것이 아니다. 그런 이들의 대부분은 공허함을 억누르기 위해서 비싼 물건으로 치장하는 것일 뿐이며,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했던 당신과 세상을 속이고 있는 이들이다. 그들의 삶의 자세는 마치 뿌리 내리지 못한 나무와 같아서 결코 그런 삶을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요컨대 진실이 아닌 것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이 진실과 허구를 날카롭게 구분해 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당신이 무의미한 과시욕에 사로잡힌 채 남들에게 대단해 보이기 위해서 단 한 번 뿐인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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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0일 오전 7시에 공개됩니다.)

“이웃집 백만장자”에 대한 2개의 생각

  1. 오늘 밤에 준비해야할 일이 있어 아직 진득하게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여긴 고품격 블로그가 확실하군요^^ 특히 블로그 소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종종 들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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