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다시 찾은 그리니치

그리니치Greenwich는 런던의 동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그리니치 천문대Royal Observatory, Greenwich와 경도의 기준이 되는 본초 자오선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는 20년 전 배낭여행으로 런던에 왔을 때 그리니치에 왔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게 되었다.

홍차 무역을 위해 세계를 누비던 범선, 커티 삭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그리니치 강가에 박물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커티 삭Cutty Sark 범선이다. 커티 삭은 1869년 진수되어 홍차 무역선으로 사용된 범선이다. 커티 삭은 좁고 긴 형태와 빠른 속력이 특징인 클리퍼Clipper에 속하는 범선으로, 당시 가장 빠른 무역선을 가리는 경주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빠른 속력만큼 운용비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커티 삭은 당시 홍차 무역에서 영국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스코틀랜드 출신의 조크 윌리스Jock Willis가 주문한 배이다. 커티 삭이라는 이름은 스코틀랜드인들이 입는 짧은 여성용 속옷에서 유래되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의 시 탐 오 샨터Tam o’ Shanter에는 바로 그 속옷 차림의 마녀 내니Nannie가 등장하는데, 커티 삭의 선수상1이 바로 이 내니의 모습을 나타낸다.

1938년, 마지막 선주였던 도우만 선장Wilfred Dowman이 사망한 이후 그의 부인Catharine Dowman이 기증하여 런던 그리니치 자치구의 강가에 영구 정박되었고, 현재는 박물관 겸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유리 돔을 기준으로 아래쪽에는 배의 하부 쪽으로 내려갈 수 있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서 배의 갑판 쪽을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영국의 해양 역사를 담은 런던 국립해양박물관

영국의 역사와 바다는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커티 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국립해양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은 이처럼 영국 역사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해양 관련 자료를 소장 및 전시하고 있다. 현재 국립해양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건물은 원래 왕실 궁전이었다가 해군왕립학교로도 쓰였다고 한다.

전 세계의 지리와 시간의 기준, 그리니치 천문대

국립해양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 들어왔던 방향의 맞은편으로 향하면, 넓게 펼쳐진 공원이 나온다. 영국 왕립 공원의 하나인 그리니치 공원Greenwich Park으로, 런던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의 공원이다. 20년 전 여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공원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이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었다. 지금은 늦가을이라서 그런지 더욱 운치 있고 분위기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니치 공원의 가장 높은 지대에는 그 유명한 그리니치 천문대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지리와 시간의 기준점이 되는 곳으로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소개되는 장소이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의 본초 자오선은 그리니치 천문대보다 동쪽으로 100m 정도 이동된 곳에 있고, 천문대도 관측 기능보다는 역사적 장소와 박물관의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곳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시간과 지리의 기준을 마련한 뜻깊은 곳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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