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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진짜 이유

우리는 중독에 관한 어떤 믿음이 있다. 예컨대 우연히라도 마약을 경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를 더 많이 갈구하게 되어 자제할 수 없는 중독에 이른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의 핵심은 중독의 원인이 마약이라는 특정 물질에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발상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일련의 실험들에 이르게 된다. 연구자들이 빈 상자 안에 쥐를 한 마리 가두고 그냥 물과 마약을 탄 물을 놔두었더니, 쥐들이 마약을 탄 물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마약 물을 갈구한다. 이를 보고 연구자들은 마약이라는 물질이 중독의 원인이고, 마약에 대한 노출이 예외 없이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1970년대 브루스 알렉산더Bruce K. Alexander 교수는 이런 믿음에 의문을 가졌다. 기존 실험에서는 빈 상자에 가두어진 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그냥 물 또는 마약 물 두 가지뿐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냥 물과 마약 물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떨까. 그래도 여전히 마약이 지닌 중독성이 쥐들을 마약 중독에 이르게 할까.

그는 빈 상자를 다른 환경으로 바꾸어 같은 실험을 해보았다. 이른바 쥐 공원Rat Park이라는 것으로, 쥐들이 좋아하는 치즈와 놀이감 그리고 짝짓기를 할 수 있는 여러 암수 쥐들을 한데 어울리게 한 상태에서 그냥 물과 마약 물을 제공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쥐들은 더는 마약에 중독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베트남 전쟁 중에 모든 미군 가운데 약 20%가량이 헤로인을 복용하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이 군인들이 마약중독자가 될 거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 군인들이 미국에 돌아온 이후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정밀한 연구가 수행되었는데, 거의 전부가 아무런 중독 문제를 겪지 않고 헤로인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쥐와 군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중독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중독이라는 문제를 다룰 때, 그 중독의 원인이 되는 대상을 차단하는 것이 중독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왔다. 예컨대, 마약이나 술 혹은 스마트폰처럼 사람들이 자제력을 잃게 하는 대상이 있다면, 이를 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 해결책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중독은 그것의 대상이 되는 것이 진짜 원인이 아니다. 사회적 단절과 소외가 중독의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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