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전자파, 알고 나면 두렵지 않다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던 즈음, 언론에서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로운지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갔었다. 덕분에 휴대전화의 전자파를 흡수한다는 얇은 금딱지 같은 스티커가 불티나게 팔렸고, 컴퓨터 모니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잡는다며 작은 선인장 화분이 유행했었다.

오늘날에는 예전에 비하면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수의 전자제품들이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게다가 그 크기는 우리가 늘 가지고 다니기 편하라고 점점 작아지고 있다. 아예 옷처럼 입는 전자제품이라는 의미의 ‘웨어러블 기기’라는 말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생각해보면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더욱 영향을 미치기 쉬운 환경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전자파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전자제품들에서 지금 이 시각에도 뿜어져 나오고 있는 전자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전자파란 무엇일까?

먼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전자파라는 말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가 전자제품을 사용하려면 일정한 전압으로 전류가 흘러야 한다. 이때 전압이 걸려있는 곳 주위에는 전기장이, 전류가 흐르는 곳 주위에는 자기장이 형성된다. 전기장과 자기장을 합쳐서 전자기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전자기장은 전기를 이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의 주변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전기장과 자기장 쌍을 이루어 공간 속으로 전파되는 것을 전자기파라고 하는데, 이게 우리가 흔히 전자파라고 부르는 것이다.

전자파가 나오는 물건들은 무엇이 있을까?

전기로 작동하는 모든 전자제품에서는 전자파가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자파는 주파수의 높고 낮음을 기준으로 그 종류를 나눌 수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고압 전선이나 변전소 주변, 직장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를 비롯한 가전제품 등에서는 아주 낮은 주파수의 극저주파 전자기파가 방출된다. 한편, 인덕션 오븐, 전자레인지에서는 중간주파수 전자파가 방출된다. 마지막으로, 라디오, TV, 무선인터넷, 무선전화, 휴대전화 등과 같은 무선 방송 통신 기기들에서는 높은 주파수의 고주파수 전자파가 방출된다.

전자파는 몸에 해로울까?

전자파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지므로, 높은 주파수의 전자파에 노출될수록 그 에너지가 열로 전환되어 생체 조직의 온도가 상승할 수 있다. 다만 전자파 에너지는 생체 조직 내의 단백질이나 유전자 등의 분자 구조를 직접 변형하거나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높지는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른 유해물질들과 함께 노출되었을 때는 열을 전달하는 효과를 넘어서 유전자나 단백질의 구조나 기능을 변형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압전선 주변(극저주파 전자파)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의 어린이들에 비해 백혈병의 위험이 더 높았다고 한다. 고주파 전자파는 휴대전화와 같이 신체의 일부에 직접 접촉하여 노출이 일어나는 경우 뇌종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WHO에서는 휴대전화가 성인의 뇌종양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는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무선기지국이나 방송국 송신탑처럼 신체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노출 환경에서는 명확한 건강 영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극저주파 전자파가 어린이의 백혈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결과에 주목하여 극저주파 및 고주파 전자파를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Group 2B)로 정의하고 있고, 특히 어린이들의 노출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전자파 노출에 지나치게 민감하여 여러 유형의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러한 전자파 노출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불특정한 증상을 ‘전자파 과민증’이라고 한다. 이것은 주로 사람들의 전자파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과 관련성이 있고, 전자파 노출량과의 관련성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다만, 전자파가 환자들 몸속의 인공장기 등에 사용된 전기장치에 간섭 혹은 교란을 일으킬 위험은 있다.

또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들은 감정이 더 우울하거나 학업능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이것은 수면 부족이나 과도한 인터넷 사용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어서 전자파 노출로 인한 건강 영향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넓게 보아서 전자통신 기기의 사용으로 인한 건강 영향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전자파에 노출을 줄이는 방법은?

기본적인 원칙은 불필요한 전자파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기코드를 뽑아놓는 게 한 가지 방법이다. 전류가 흐르지 않아도 전기코드가 연결되어 있으면 전기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에도 지나치게 가까이 있지 않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최소 30 cm 이상 떨어져 있을 것을 권장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더 주의하여 전자파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전자파 차단하면 떠올리는 전자파 방지 스티커나 선인장은 전자파 차단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한다.

한편, 기업들은 전자파 발생 수준이 더 낮은 전자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정부도 전자파를 저감시키는 기술개발을 유도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무리하며.

스마트폰, 블루투스 이어폰, 그리고 스마트워치까지. 해가 갈수록 우리는 수많은 전자제품들로 촘촘히 둘러싸이고 있다. 이 전자제품들은 많건 적건 전자파를 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 전자파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해진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전자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 위험성에도 둔감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무관하게 전자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에 전자제품이 많아질수록, 불필요한 전자파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