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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통에 관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

통계청이 작년 9월에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사망한 30만 4,948명 가운데 암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8만 2,204명으로 1위,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3만2347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1

특히 심장질환 환자 수의 상승세가 무섭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장질환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주요 심장질환 환자 수는 162만4,062명으로 2016년 대비 16.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 연평균 4%씩 급격하게 늘어난 셈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주변에서도 심장질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음을 실감할 때가 많다. 일례로, 일상생활 중에 가슴에 통증을 느끼면 ‘혹시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런 관심이 심장질환의 예방과 대처에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장질환에 의한 흉통의 특징

심장질환, 그중에서도 특히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발생하는 협심증은 흉통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협심증에 의한 흉통은 가슴 중간이 조이듯이 아파 오거나 묵직한 압박감이 느껴지고 어깨와 목으로 뻗치는 듯한 방사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방치하면 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심근경색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흉통이 반드시 심장질환과 1:1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흉통으로만 심장질환 여부를 판단하면 흉통이 없는 심장질환을 놓칠 위험이 있다. 한편으로는 심장질환이 아니지만, 흉통의 원인이 되는 다른 문제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미리 대처할 수 있는 우리 몸의 위험 신호를 놓치는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흔히 흉통에 대해 갖고 있는 상식들의 사실 여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크게 나누어 ‘심장질환이 아닌 흉통의 다른 원인’‘흉통이 없는 심장질환의 특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럼 먼저, 가슴 통증의 원인이 혹시 심장질환은 아닐까 걱정하는 이들을 위한 내용으로 시작해보자.

흉통이 있는데 심장질환이 아니다?

흉통이 곧 심장질환의 신호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심장질환이 원인인 흉통은 전체 흉통의 10~20% 정도를 차지한다. 흉통의 대다수는 심장질환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흉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소화기계 질환이다. 의사들은 대체로 흉통의 50% 정도를 소화기계 질환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위식도역류질환부터 위궤양, 심한 경우 식도 파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화기계 질환이 흉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위 속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생기는 흉통이 흔하다. 이때의 흉통은 가슴이 타는 듯한 느낌으로 나타나면서 트림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흉통이 나타나는 부위가 심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와 거의 겹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편, 흉통은 가슴 부위의 근육, 뼈, 연골 등에 염증이 생겼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이를테면 과도한 운동으로 흉근이 손상되었거나 외상으로 갈비뼈에 골절이 생긴 경우가 그렇다. 이때는 다른 근골격계 질환과 마찬가지로 손상 부위를 압박하면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근골격계의 손상은 전체 흉통 원인의 30~4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드물지 않다.

불안증후군이나 공황발작처럼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서도 흉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숨이 가빠지면서 가슴이 뛰고 식은땀이 나는 증상이 특징적인데, 이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은 심장마비에 대한 공포로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이때는 적절한 심리치료 등을 통해 증상의 원인에 대한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

그 밖에 폐의 이상으로도 흉통이 발생할 수 있다. 기흉에 의한 흉통은 겨드랑이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특징적이다. 심한 폐렴이나 폐혈관의 혈전도 흉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폐질환에 의한 통증은 기침이나 심호흡 시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흉통이 없지만 심장질환이다?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흉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흉통에 대한 민감도가 다를 수 있고, 흉통 외의 다른 증상이 더 심해서 흉통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협심증은 혈관의 70%가 막히기 전까지는 무증상일 수 있다. 심지어 심근경색 환자 가운데 45%에서 뚜렷한 증상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3 이런 무증상 심근경색이 있으면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3배나 높았다. 흉통이 없다고 해서 심장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고령에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 음주처럼 심혈관계에 부담이 되는 위험 요소가 있는 이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보다 숨이 차거나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이상 증상이 있거나 어깨나 목으로 뻗치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설령 뚜렷한 흉통이 없더라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심장질환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당부하고 싶은 것들

인간의 신체는 참 복잡하다. 단순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흉통도 마찬가지다. 흉통이 있다고 반드시 심장질환이 있는 것이 아니고, 심장질환이 있다고 반드시 흉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뭐든 딱 떨어지는 걸 좋아한다. 흉통이 있으면 심장질환을 떠올리는 이유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심지어 나를 포함한 의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자들이 더욱 객관적인 정보를 갖추고 스스로 느끼는 증상의 실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살면서 드물지 않게 경험하게 되는 흉통, 그리고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심장질환. 아무쪼록 오늘 글이 이 두 가지를 잘 살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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