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4일

오늘 딸 아이가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담임 선생님의 학부모 면담 시간이 있었다. 최근에 담임 선생님이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를 하게 되어 열흘간 수업에 나오지 못했는데, 그간의 상황도 설명할 겸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학부모들과 10여 분씩 따로 면담 시간을 가지는 자리였다.

딸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 선생님으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휘어잡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나이는 40대 전후쯤으로 보이는데 솔직히 이곳 사람들 나이는 아직도 가늠하기가 어려워서 정확하지는 않다.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딸 아이는 다행히 학교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하고 있었다. 같은 반에 다른 한국인 학생이 없어서 위축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인데, 나름 씩씩하게 잘 해내고 있었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렇게 10여 분간의 면담 시간이 끝나갈 즈음, 담임 선생님은 우리 부부에게 혹시 더 궁금한 게 없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내는 선생님이 고생하신다는 취지로 반에 학생들이 몇 명인지 물었다. 이에 담임 선생님은 반 아이들이 모두 20여 명이고 최근에 아프가니스탄 난민 아이들이 새로 들어와서 인원이 조금 늘었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분명히 보았다. 같은 반에 아프가니스탄 난민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는 말을 전하는 담임 선생님의 표정을. 쉽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자부심이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은, 학교의 시설이 어떻고 선생님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설명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훨씬 우아한 것이었다.

나는 딸 아이의 반에 난민 아이들이 함께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내 딸 아이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어렵게 이곳까지 온 난민 아이들도 이제부터는 좋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옆에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내 표정을 슬쩍 훔쳐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내의 표정도 무척 밝았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오늘 보았던 담임 선생님의 자부심 어린 표정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여운을 짧게나마 글로 남기려고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아무쪼록 딸 아이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여러 친구와 진심 어린 우정을 나눌 수 있기를. 또한 그 아프가니스탄 아이들도 이 세상의 밝은 면을 많이 경험하고 훗날 이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그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 본다.

“학부모 면담을 다녀와서”의 2개의 댓글

  1. 선생님의 자부심도, 승건님의 안도하시는 마음도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항상 좋은글 잘보고 있고, 타지에서도 항상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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