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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브리튼과 윌리엄 터너

영국에 온 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참 부지런히도 돌아다녔다. 그동안 다녀온 박물관 및 미술관만 해도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등이 있다. 아직 글로 다루지 않았지만,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과 과학 박물관Science Museum도 다녀왔다. 이 두 곳은 앞으로도 딸 아이와 수시로 다녀올 예정이고, 특히 내년 초에 자연사 박물관의 힌츠 홀Hintze Hall에서 진행하는 1박 2일 캠프를 예약해 두었으니 또 다룰 기회가 있을 듯싶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힌츠 홀.
대왕고래 뼈가 걸려있는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힌츠 홀. 내년 1월 여기서 딸 아이와 침낭 펴고 캠핑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바로 다음 주로 다가온 아내의 대학원 개강을 앞두고, 아내가 평소 좋아하는 화가인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의 작품들이 모여있는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으로 향했다. 사실 내가 윌리엄 터너라는 화가를 알게 된 것도 아내를 통해서였다. 작년쯤 아내가 일기 삼아 써보겠다기에 비공개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줬는데, 그때 아내가 블로그 표지로 윌리엄 터너 그림을 해달라고 했었던 게 내가 처음으로 윌리엄 터너를 알게 된 계기였다.

테이트 브리튼 소개

테이트 브리튼은 미술관 네트워크인 ‘테이트’의 시초에 해당하는 미술관이다. 1897년 설탕 사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헨리 테이트Henry Tate는 지금의 미술관 건물과 자신이 소장했던 영국 회화 작품들을 기부하여 ‘내셔널 갤러리 오브 브리티시 아트National Gallery of British Art를 설립했다. 그러다가 1932년에 이르러 박물관은 헨리 테이트의 뜻을 기리는 뜻에서 그 이름을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로 바꾸었다. 이후 2000년 박물관 네트워크인 테이트가 출범하고 현대 미술 영역은 테이트 모던으로 이전하면서 기존의 테이트 갤러리는 테이트 브리튼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테이트 브리튼은 영국 회화 미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박물관이라고 할 만하다. 1500년대 이후의 영국 회화 미술을 중점적으로 소장하고 있으며, 토머스 게인즈버러Thomas Gainsborough, 존 컨스터블John Constable과 같은 18세기~19세기 초 풍경 화가들 작품,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의 풍속화 등 영국 화가들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특히 영국의 국민 화가라고 불리는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위의 사진은 테이트 브리튼의 관람객 입구인데, 사실 이쪽이 테이트 브리튼의 정문은 아니다. 사진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더 가면 정문이 나온다. 초행길이라 건물 정면의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그것은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영국의 국민 화가 윌리엄 터너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JosephMallord William Turner(1775~1851), 줄여서 JMW 윌리엄 터너는 영국 회화를 대표하는 영국의 국민 화가이다. 흔히들 말하기로 영국 문학에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있다면 그림에는 터너가 있다고 한다. 장엄한 스타일의 풍경화로 유명한 그는 20대 초반부터 이국적인 풍경들을 쫓아 영국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독일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테이트 브리튼이 곧 윌리엄 터너의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기에는 그의 작품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 이는 윌리엄 터너 본인의 희망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그는 유언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미술관을 세운다는 조건으로 자신의 작품들을 국가에 모두 기증했다. 그리고 윌리엄 터너의 바람대로 그의 작품들은 테이트 브리튼의 대표 컬렉션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터너에 대한 영국인들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20파운드 지폐이다. 2020년부터 20파운드 지폐에는 윌리엄 터너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는데, 지폐에 그려진 자화상의 원본도 테이트 브리튼에서 볼 수 있다.

테이트 브리튼의 기념품점 벽에 쓰여있는 문구. “Colour is my day-long obsession, joy, and torment.” 이 말은 원래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것으로 아는데, 여기에서는 마치 윌리엄 터너의 말인 것처럼 쓰여 있다. 미술관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던 듯싶다. 부디 대영박물관의 이집트관에서 보았던 영국인들의 안 좋은 습관이 도진 것은 아니길.

마치며

그동안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돌아보며 나 나름대로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이제껏 몰랐던 부분에 관해 공부하는 좋은 점도 있었지만, 눈으로 본 것을 하나하나 글로 남기는 작업이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좀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런던 곳곳마다 있는 공원도 좀 다니고, 기존에 갔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다시 가더라도 뭔가를 기록하려는 부담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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