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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내가 11살 정도 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은행원인 아버지의 지점 출장을 따라서 나는 1년 간 수원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새로운 친구들과 환경에 적응하고 싶었던 나는 조금 더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운 반 친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의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수업 중에 나온 내용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10여 초가 흐르도록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알 것 같았다. 잠시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을 것인가 고민을 했는데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불편한 침묵의 분위기를 해소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 친구들도 좋게 생각해줄 것 같았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손을 들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나는 대답은 커녕 곧 머리 속이 하얗게 바뀌는 경험을 했다. 교실 한가운데서 나 홀로 서있고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 없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선생님이 앉아도 좋다는 말을 하기까지 무안한 채로 서있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이 짧은 경험은 나의 성격을 스스로 변화시켜보려고 했던 시도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기억 속에 강하게 새겨져 있다.

우리가 흔히 ‘리더’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활달하고 목소리가 크며 자기 주장이 확실한, 한마디로 외향적인 사람이 아닐까. 이런 사람들은 흔히 사람들이 호감을 표하는 인간의 표준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조용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좋아하는 사람들 즉 내향적인 사람들은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왠지 모르게 불명확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그러하다. 그리고 약간의 이기적인 느낌도 덧씌워져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은 내향성을 억제하고 외향성을 키워가려고 노력한다.

당신은 어떠한가. 해야 할 말을 못해서 나중에 후회한 적이 없는가. 다른 사람들을 보면 가끔 모여서 식사도 하는데, 당신 스스로는 그런 자리가 편치 않고 가끔 마지못해서 끌려나가다시피 하며 가게 되지는 않는가.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사색하는 것이 더 좋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도 내향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그 점에서 오는 이런 불편함들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낄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반문해 보자. 당신은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남의 시선에 맞추어 성격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삶의 중심이 자기가 아닌 남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단 한 번뿐인 삶을 남의 시선에 맞추어가며 남의 삶을 사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 아닐까.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부제를 단 『콰이어트수전 케인 지음 |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2012년 06월 30일 출간』에서 저자는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제시한다. 우리가 흔히 나쁘게만 생각해온 ‘내향적’ 성격의 잠재력을 재조명한다. 요컨대 ‘진실로 위대한 일들은 내향적인 사람이 만들어 왔다’라는 메세지를 전하며 내향성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당신이 스스로가 내향적이라고 느낀다면, 그리고 그것을 마지못해 외향적으로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생각만큼 잘 안되는 것 같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 안에 잠재된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당신이 외향적인 사람일 경우, 내향적인 사람과 일을 할 때 당신도 고민을 할 때가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향적인 이들이 외향적인 당신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외향적인 당신에게도 도움이 된다. 외향적인 당신이 앞으로 만나게 될 내향적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통해서 당신도 내향적인 이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저자는 책의 앞쪽에서, 외향성이 높이 평가받게 된 역사와 사회적인 배경을 살펴본다. 그러면서 인격보다 성격이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요컨대 예전에는 ‘훌륭한 인격’을 존경이나 호감의 척도로 삼았으나 현대에 와서는 그것이 ‘좋은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중간부에서 저자는 내향성과 외향성의 형성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특히 그것이 선천적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지 살펴본다. 그리고 성격이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훈련을 통해서 억지로라도 성격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바가 큰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내향적인 이들에게 내향성을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아울러 여전히 세상은 외향적인 면에 점수를 더 주는 것이 현실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내향성을 지키며 그 가치를 키우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끼기에 편한 성격으로 살기로 마음을 더욱 굳혔다. 원래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억지로 어떤 성격을 만들어가야 하겠다는 의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다지게 되었다.

당신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스스로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택하기를 권한다. 당신이 내향적이라면 내향성을 고치기 위해서 애써 마음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자기 스스로의 시간을 즐기고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시선을 밖으로 돌려서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으로 만족을 얻는 대신, 가족 안에서 삶의 행복을 찾기로 삶의 방향타를 잡았다. 그게 내 삶의 방식이고 내가 편하게 느끼는 길이다. 그래서 나는 직장에서 내 할일을 다 한 다음에는 가급적 다른 약속을 만들지 않고 일찍 집에 들어가서 아내와 시간을 보낸다. 주위에서 가끔 함께 할 시간이 없다고 아쉽다는 말도 들리기는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도 나의 판단에 충실한 것 처럼 다른 이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그들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남들 아쉬움을 덜어주기 위해서 단 한 번뿐인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쓰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만약 당신도 남들에게 외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불편하다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삶의 방법을 개발하면 된다. 그게 당신 길이고 당신의 인생인 것이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불편해 하지 말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으면 다른 사람 눈에도 결코 좋아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온축蘊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가 있다. 무엇이든 가치있게 되려면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여서 하나의 흐름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향성은 이처럼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흩어지지 않게 안으로 모아서 의미있는 삶을 살게 해줄 것이다. 이 책에서 예로 든 내향적 인물들인 간디, 아인슈타인, 고흐처럼 말이다.

“콰이어트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1개의 댓글

  1. 저도 ‘콰이어트’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내향적인 성격이라, 외향적으로 보이려 노력했었는데, 제 타고난 성격이 아닌 모습을 보이려니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꽤 크더라구요. 한창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마침 이 책을 읽었는데, 내향성과 외향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각 성향의 사람들이 어떤 특징을 갖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재미있는 것은 제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내가 딱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외향성만 보이자라고 생각하니까,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이전보다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편해지더라구요. 덕분에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최신 기술에 관한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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