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자老子는 춘추시대 주나라 말기에 문서의 기록을 담당하는 관리였다. 그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나라를 떠나게 되었는데, 진나라의 국경을 지키던 윤회尹喜라는 사람이 그를 알아보고 가르침을 구한다. 노자는 그에게 5천여 자로 된 글을 써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도덕경道德經』이다.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서 무위無爲의 삶, 다시 말해 ‘도道를 따르는 삶’을 살아갈 것을 역설하고 있다.
『치우치지 않는 삶 원제: Change Your Thoughts | 웨인 다이어 지음 | 신종윤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01월 28일 출간』을 한마디로 말하면 ‘서양인이 읽어주는 『도덕경』’이다. 심리학자이자 작가로 널리 알려진 웨인 다이어Wayne Dyer는 노자의 『도덕경』을 서양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저자는 1년 동안 날마다 『도덕경』 한 장을 집중해서 읽고 명상에 잠겨 그 뜻을 음미한 뒤 글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또한 장마다 그 내용에 어울릴만한 여러 철학자들과 시인들의 글귀를 빌려와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책의 중간마다 등장하는 구본형의 해제 『구본형의 노자 읽기』이다. 모두 10번에 걸쳐 나오는 이 글들은 웨인 다이어에 의해 재해석된 『도덕경』이 어렵게 느껴질지 모를 독자들을 위해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여담으로, 구본형은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한 ‘사람 중심 경영’을 주창한 사람으로 활발한 집필과 강연 활동을 이어가다 2013년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 그의 글이 2021년에 나온 『치우치지 않는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이 책이 2010년에 나온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의 개정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책의 영어 원서인 『Change Your Thoughts』는 2009년 발간된 책이다.
『치우치지 않는 삶』, 궁극적으로 『도덕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려놓음이다. 또한, 단순함이고 비움이며 조화이다. 노자는 그동안 우리가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고 했던 집착과 성취의 대상이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도 모든 것을 아우르는 ‘물’을 닮으라고 말한다.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활자로 접하니 머릿속이 탁 트이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과도한 문학적 기교도, 억지스러운 깨달음도 없다. 그래서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그리고 노자가 글을 통해 끊임없이 강조하는 ‘도’라는 것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지만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내가 이 책을 읽어서 무엇을 깨달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 껍데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니 나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겠다. 그저 당신도 당신만의 배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평소에 동양 고전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품고 있었지만, 이 책은 의외로 부담 없이 다가왔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았는데, 역설적이게도 저자가 서양인이란 점 덕분인 듯하다. 그만큼 나의 사고방식이 알게 모르게 서구화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양인의 시선을 빌려서 동양의 대표적인 고전에 대한 생소함을 덜어낼 수도 있는 현실이 재미있다.
이 책이 『도덕경』을 간접적으로 접해보았지만 아직 진지하게 읽어보지 않은 이들을 위한 좋은 입문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 아마 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유능제강柔能制剛)’같은 유명한 구절은 귀에 익지만, 그 내용 전체를 찬찬히 음미해 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책일수록 인용이 많이 되었을지언정 실제로 그것을 읽어보는 경우는 드문 법이다.
주위 사람들과의 감정적 충돌, 끊임없는 경쟁에서 오는 피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방황 속에서 신음하는 현대인들에게 『도덕경』은 시중의 그 어떤 자기 계발이나 심리학을 다루는 서적과도 비교할 수 없는 깊은 통찰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치우치지 않는 삶』은 노자의 『도덕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다음 글이 곧 이어집니다.)
이런류의 책을 좋아하는데요. 가령 서양인이 쓴 도덕철학이거나 일본인이 쓴 조선말역사 같은 부류들이 있는데, 슬픈조선이라는 일본인의 눈에서 바라본 조선이 일본에 의해 식민지배 되는 과정 처럼요. 작가님의 글 잘 보고 있고 지난번 읽었던 책 외도 출간 예정 있으시면 또 읽어 볼께요.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