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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

우리가 흔히 독감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식명칭은 ‘인플루엔자’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코나 목, 폐 등을 침범하여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독감이라고 하면 흔히 ‘독한 감기’가 연상되는데, 인플루엔자의 치명적인 위험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명칭은 아니다.

다행인 점은 인플루엔자의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예방접종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 범유행을 거쳐오면서 백신이 없는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절실하게 느꼈다. 치명적인 인플루엔자에 대항할 백신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그래서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주위에 보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피하는 이들도 많다. 더 안타까운 건 그러한 거부감 중에 상당 부분이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관한 세간의 잘못된 의학 상식을 살펴보고 바로잡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인플루엔자는 심각한 질병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플루엔자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질병일 뿐 아니라 전염성도 무척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2천 명 이상이 인플루엔자로 사망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년 300만에서 5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인플루엔자로 중증 상태에 빠지고 그 중 25만에서 50만 명이 사망한다. 인플루엔자는 절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백신이 인플루엔자를 일으킬 수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백신은 바이러스를 완전히 불활화(inactivation)하였거나 병원성이 없도록 약독화(attenuation)한 것이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한다고 하여 인플루엔자에 걸리는 일은 없다.

건강한 사람은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 않다. 인플루엔자는 건강하던 사람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더라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나이가 아주 많거나 어린 경우는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이므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인플루엔자 접종을 꼭 받아야 한다.

매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 변종 때문에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애써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했는데 변종이 나타나서 예방효과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모든 바이러스는 늘 변종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WHO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전 세계 연구진들은 다음에 유행할 인플루엔자의 유형을 예측해서 그에 맞춘 백신을 내놓고 있다. 매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으로 형성된 면역력은 6개월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 올해 맞았다고 해서 내년까지 효과가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매년 받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예방접종으로 인플루엔자를 100% 예방할 수 있다?

어떤 백신도 100% 예방효과를 가지진 못한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도 마찬가지다, 예방접종 후 2~3주가 지나면 대략 80% 정도의 감염 예방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의 효과는 단지 감염을 막는 것만이 아니다. 예방접종을 한 후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노인의 경우에는 인플루엔자 관련 합병증을 절반 정도 감소시킬 수 있고 그에 따르는 사망률도 80%나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바로 예방효과가 100%가 아니더라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필요한 이유다.

예방접종 한 날에는 씻으면 안 된다?

예방접종을 한 뒤에 하루 정도 씻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목욕은 물론 샤워도 조심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특별한 질병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접종한 뒤 4시간 정도 후에 주사 부위가 아물기 때문에 가벼운 샤워 정도는 괜찮다.

비슷한 예로 예방접종 부위를 문지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건 예방접종 종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조금 다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처럼 근육에 주사를 놓을 때는 접종 후 약물이 잘 퍼지도록 문질러주는 게 좋다. 바늘에 찔린 부위의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약물을 피부밑에 살짝 주입하는 방식은 접종 후 힘을 주어 문지르면 좋지 않다. 홍역, 볼거리, 수두 예방접종이 여기에 해당한다. 혈액 검사를 위해 혈관에서 피를 뽑은 경우에도 문지르면 피멍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사 부위를 꾹 눌러서 지혈해주는 것이 좋다.

두 종류의 예방접종을 같이 하면 안 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올겨울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의 동시 감염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의 동시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두 종류의 예방접종을 동시에 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방접종 종류가 다르면 작용 기전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두 종류의 예방접종을 함께 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이유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오늘 글을 통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대해 남아있던 막연한 거부감이 말끔히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마 지금쯤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그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좋은 건 줄 알았다. 그럼 언제 맞으러 가야 하는 건가?”

이쯤에서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한다. 10월부터 11월까지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기에 최적기라는 사실이다. 예방접종은 면역력이 형성되기까지 2주 정도가 소요되는데, 매년 12월부터 인플루엔자 본격적으로 유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기 제일 좋은 시기이다.

게다가 이렇게 한 번 예방접종을 해두면 인플루엔자가 잦아드는 다음 봄까지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무쪼록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으로 모두 건강한 겨울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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