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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

요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키오스크가 인기몰이 중이라고 한다.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안내나 주문 등의 무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계를 말하는데, 햄버거를 파는 패스트푸드 점부터 쌀국수 전문점에 이르기까지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식당이나 가게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

사실 키오스크가 아주 새로운 물건은 아니다. 이전부터 우리 주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바로 은행 365 코너의 ATM 기기나 기차표 자동발매기가 사실상 키오스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한정적인 용도에 국한하던 키오스크의 사용 영역이 최근 들어서는 소규모 음식점이나 매장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한 점이다.

모든 사회 현상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근 들어서 키오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인건비 때문이다. 인건비 때문이라고? 누군가는 이렇게 반박할지 모르겠다. 최저임금 그거 좀 오른 것 가지고 또 시비를 거는 거냐고. 자영업자가 힘든 건 인건비가 아니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부의 갑질 때문이 아니냐고.

키오스크의 인기는 인건비 때문이 맞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현실화에 모든 원인이 있다는 건 아니다. 단지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라도 낮추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현실을 말하고자 할 뿐이다. 그 현실의 원인은 누구의 말마따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게 임대료일 수도 있고 과도한 프랜차이즈 가맹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가맹비는 자영업자 개개인이 좌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면에 키오스크는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절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수단이다.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판단을 하는 건 당연하다.

키오스크 한 달 운영비가 알바생 5일치 급여에 지나지 않고, 직원 관리에 따르는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건 덤이라고 한다. 알바생들이 편하고 돈 많이 주는 알바 자리를 선호하듯 자영업자들도 자기 나름의 최선의 길을 찾는 것 뿐이다.

자영업자가 자선사업가도 아닌데 키오스크라는 훌륭한 대안을 버리고 알바생을 고용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알바생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현실이 야속하겠지만, 어떤 게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감정적인 가치 판단이 아니라 이성적인 현상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다.

분명 어려운 문제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논의가 시작된 게 어쩌면 다행인지 모른다. 키오스크로 촉발된 기계와 알바생의 일자리 경쟁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몰고 올 직업 소멸이라는 거대한 폭풍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수준이 향상되면 향상될수록 더 많은 기업의 고용주들이 그들의 직원들을 기계로 대체할 게 분명하다.

게다가 앞으로 인공지능이 맡게 될 업무는 현재의 키오스크가 하는 일들과 질적으로 다를 것이다. 우리가 오늘 패스트푸드점에 햄버거를 사 먹을 때 사용하는 키오스크는 접수나 판매처럼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한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인간이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훈련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수행할 수 있던 수준의 일을 담당케 될 것이다. 즉, 인공지능은 인간의 훈련이 필요한 일을 대신하게 된다.

‘훈련이 필요한 일을 대신한다.’ 이 한 마디 문장 속에는 가공할 파괴력이 숨어있다. 기계가 훈련이 필요한 일을 대신한다는 건 인간이 훈련할 기회를 점차 잃는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인간이 일을 배울 기회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알바생에서 전문가로 거듭날 사다리가 끊긴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이 초래할지 모를 진짜 위험은 단순히 ‘직업의 소멸’이 아니다. 진짜 위험은 ‘훈련의 소멸’에 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공지능 활용의 목적을 ‘인건비 절감’이 아닌 ‘비숙련자의 실력 향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인건비 절감의 도구로만 본다면 결국에는 인간의 훈련 소멸이라는 파국적인 결과에 이를 수도 있지만, 발상을 전환해서 인공지능 그 자체를 인간의 훈련을 도울 도구로 활용한다면 인공지능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숙련자가 업무를 배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이런 위험에 대처하는 용도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욱 많은 인간의 업무 영역을 대신하려고 한다. 이것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도 결국은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를 활용하는 건 우리 인간이다. 인공지능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인간 자신은 그 일을 배울 기회마저 잃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인공지능을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위험을 줄이는 도구로 활용할 것인가. 그 결정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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