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인간의 마지막 권리

인간의 마지막 권리

의술의 발달은 인간의 수명을 늘어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그렇게 늘어난 수명이 반드시 인간을 행복하게 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이다. 특히, 죽음을 앞둔 시점에 고통을 연장하며 삶을 마감할 수 없도록 하는 최신 의술의 개입은 수명 연장이 불러온 새로운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이렇게 새롭게 떠오르는 사회적 논의의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죽음을 앞둔 사람이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보다는 죽음을 하나의 관찰해야 할 자연현상으로 바라보거나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해 탐구하는 책들이 주를 이뤘다. 죽어가는 사람의 관점에서 ‘인간적인 죽음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인간의 마지막 권리 박충구 지음 | 동녘 | 2019년 08월 13일 출간』가 돋보이는 이유이다.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인간의 마지막 권리』의 저자 박충구는 최신 의술이 죽음을 앞둔 이에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큰 고통을 감내하도록 강요해야 하는지 묻는다. 그는 누구든지 고통을 감내하면서 죽음을 지연시킬지 혹은 고통을 벗어나면서 죽음을 받아들일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곧 책 제목인 ‘인간의 마지막 권리’이기도 하다. 그는 누구든지 죽음에 앞서 찾아오는 고통 대신 편안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곧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 또는 안락사에 대한 논의로 귀결된다.  의사조력자살 또는 안락사는 아직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며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특히 나처럼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인위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안락사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죽음은 타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누구나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개인적인 사건이다. 나는 『인간의 마지막 권리』를 읽는 시간 동안, 언젠가는 내게도 찾아올 죽음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해 잠시 멈추어 서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평소에 의사조력자살 또는 안락사라는 주제에 관해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