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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탈을 쓴 종교

동종요법의 기본 개념은 ‘질병과 비슷한 증세를 일으키는 물질이 그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어떤 물질을 섭취하여 열이 났다면, 그것은 발열이 특징적인 증상인 말라리아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원칙으로 선정된 동종요법 성분은 치료제로 쓰이기 위해 엄청나게 희석되는 절차를 거친다. 이는 희석을 하면 할수록 약효가 강해진다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동종요법의 중요 원칙 때문이다. 그 결과, 동종요법 추종자들이 이른바 치료제라고 하는 것에는 그들이 치료제로 사용하고자 한 그 성분의 분자 한 개가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 된다.

동종요법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체의학은 거의 모두가 효과가 없다고 밝혀졌다. 극히 일부만 아는 비법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만약 대체의학으로 당신의 질병이 호전되었다면, 그것은 실제로 치료가 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위약 효과 또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이론으로 완벽하게 설명되고 있다.

이제 대체의학의 실체에 대해서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사이비 의학에 의존하다가는 결국에 가서는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고 그저 효험이 있는 것 같이 느끼는 것으로 그치게 될 것이다. 좋게 말해서 효험이 있는 것 같이 느끼는 것이지, 실상은 속았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이다. 게다가 사이비 의학에 의존하느라 실제로 효과 검증된 현대의학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하는 경우가 가장 큰 문제이다.

대체의학과 관련된 수많은 임상시험이 단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것은 대체의학이 환자에게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속임수들로 인해서 환자들은 그들의 한정된 자원을 낭비할 뿐 아니라 결정적인 치료 시기를 놓쳐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현실에 상당 부분 우리 의사들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의학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의사들은 알고 있다. 다만 대체의학을 옹호하는 이들과 굳이 갈등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 이러한 진실을 알리기를 게을리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대체의학 옹호자일 때 하나하나 설명하며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더욱 자신의 자세를 낮추어 환자의 눈높이에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의사가 아닌 이들도 변화해야 한다. 대체의학이 가진 신비로운 이미지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이미지나 환상이 아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의사와 과학자들이 신중하게 쌓아 올린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이 현재로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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