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다. 최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21년 유산균 제품 관련 시장은 8,420억 원 수준으로 2015년의 1,000억 원대와 비교했을 때 6배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장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잘못된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늘은 그 가운데 중요한 몇 가지를 살펴보고 틀린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하고 가자. 유산균을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들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가 있다. 이 두 가지는 광고에서도 널리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그 의미를 명확히 알려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 자체를 가리킨다. 유산균은 원래 비병원성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 중 락토바실루스(Lactobacillus)만을 의미했다. 현재는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을 비롯한 모든 프로바이오틱스를 유산균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락토바실루스 카제이(L.casei),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L.acidophilus), 락토바실루스 불가리쿠스(L.bulgaricus), 비피도박테리움 롱굼(B.longum), 비피도박테리움 비피둠(B.bifidum), 액티레귤라리스(Actiregularis), 락토바실루스 람노수스(L.rhamnosus) 등이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유산균들이 존재한다.
한편, 프리바이오틱스란 유산균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식이섬유를 의미한다.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함께 섭취하면 유산균의 장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아예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섞어서 만든 제품도 있는데 이런 것을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라고 한다. 프리바이오틱스는 그 양이 너무 적으면 효과가 없고 반대로 너무 많아도 복부 불편감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약처는 일일 권장량으로 3,000~8,000mg을 제시하고 있다.
유산균 함량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시중에서 접하는 제품들의 유산균 함량은 이미 충분히 높다.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권장하는 일일 평균 유산균 섭취량은 1~100억 마리인데,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조그만 요구르트 드링크에는 유산균이 200억 마리 이상 포함되어 있고 떠먹는 요구르트에는 500억 마리 이상 함유되어 있다. 처음부터 유산균 보충을 목적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의약품의 유산균 함량은 더 높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바로 투입균과 보장균의 차이로, ‘OO 제품에 유산균 몇백억 마리가 들어있다.’ 할 때는 투입균을 말한다. 쉽게 말해 제품 안에 들어있는 유산균의 수를 말한다.
이렇게 식품으로 섭취한 유산균은 소화과정을 거치며 많이 소실된다. 그래서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장까지 살아남는 유산균의 수로, 이것을 보장균이라고 한다. 유산균 제품을 고를 때 관심 있게 봐야 하는 것이 바로 보장균이다.
유산균은 부작용이 없다?
유산균은 요구르트나 김치처럼 발효 식품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유산균은 부작용이 없을 거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유산균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항암치료나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이들에게 유산균은 치명적인 패혈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면역저하자가 유산균 제품을 섭취했는데 고열, 심박수 증가, 저혈압, 어지럼증, 집중력 저하, 구토, 수포 등의 패혈증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그 즉시 섭취를 중지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유산균 제품은 여드름이나 건선 같은 알레르기 반응도 일으킬 수 있다. 유산균을 섭취한 뒤 장내 정상세균총의 비율이 변화하여 설사나 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것들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유산균 섭취를 중지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유명한 회사 제품이 좋다?
유산균에 대한 또 다른 고정관념 중의 하나는 유명한 브랜드의 유산균 제품이 더 좋을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유산균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은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광고에 큰 공을 들인다.
그런데 시중의 유명한 유산균 건강기능식품들은 원료 업체에서 유산균을 가져다가 포장한 뒤 자신들의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유산균 제품을 선택할 때 브랜드보다도 원료 업체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만약 원료 업체를 명확하게 공개하는 제품이라면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니 좀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먹는지가 중요하다?
유산균을 잘 골랐다면 이제 올바르게 섭취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사실 최적의 유산균 섭취 시간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주제다. 어떤 이들은 소화액이 분비되기 전인 식전 공복에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식후 1~2시간쯤에 섭취하는 것이 유산균의 손실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식전이건 식후건 일단 유산균 제품을 복용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꾸준하게 복용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유산균은 몸에 들어오면 장에 도달하기 전까지 위산과 담즙산에 노출되면서 상당량이 소실될 수밖에 없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섭취 후 3일이 지나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지속적으로 섭취해서 보충해 줘야 한다.
유산균은 변비의 특효약이다?
TV나 신문 광고에서 유산균이 변비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한 번쯤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광고 모델이 한 손에 유산균 음료를 들고 시원하게 변을 봤다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제품 포장에는 의례 ‘쾌변’ 같은 문구도 붙어있다. 이런 광고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유산균=변비 개선’을 당연한 상식처럼 여긴다.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 하나. 유산균은 변비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산균은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막아 면역력을 비롯한 장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변비는 대장의 운동성과 대변의 굳기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서로 큰 관련이 없다. 변비의 개선은 양질의 식이섬유와 충분한 수분 섭취가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유산균 음료를 마시고 변비를 해소했다는 경험담을 종종 접할 수 있다. 그건 어떻게 된 걸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한 가지는 유제품인 요구르트에 남아있는 유당이 유당불내증을 일으켜서 경미한 설사를 일으킨 것이다. 두 번째는 유산균이 아니라 별도로 첨가된 식이섬유에 의한 효과이다. 둘 다 유산균 자체의 효과하고는 관련이 없다.
2017년 이후부터 프로바이오틱스, 즉 유산균 제재를 변비와 같은 위장관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할 경우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고 본인부담을 하도록 바뀌었는데, 이는 유산균이 변비의 치료에 의미 있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산균으로 변비를 낫게 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면 적당히 거르길 바란다.
당부하고 싶은 것
유산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부작용의 위험도 있다. 하지만 과열된 유산균 관련 시장에서 그런 진실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로서 과장광고를 걸러 듣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오늘 글이 유산균 제품을 선택하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