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유기농 식품의 인기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2011년 6,777억 원 수준이던 국내 유기농 식품 시장은 연평균 20%씩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2020년에는 3조1769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유기농’이라는 단어에는 뭔가 살아있고 숨을 쉬는 듯한 비범함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유기농 식품이 유기농이 아닌 것에 비해서 더 건강하고 깨끗하다고 여긴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더욱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마트 진열대에 유기농과 유기농이 아닌 것이 있다면, 비싼 값을 주더라도 기꺼이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유기농 식품이 좋기 때문에 비싼 것일까. 좋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다는 것일까. 흔히 생각하듯 유기농 식품이 건강이나 환경에 좋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우리가 무심코 좋게만 여겨온 유기농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인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유기농’의 진짜 의미

유기농이란 과연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유기농은 재배 과정에서 인공적인 요소를 최대한 자제하고 작물을 키우는 걸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화학 비료나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작물 재배 방식을 유기농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사실은 유기농에서도 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단지 그것이 화학 비료와 화학 살충제가 아닐 뿐이다. 실제로 유기농에서는 퇴비 같은 유기질 비료와 천연 살충제를 사용한다.

그래도 유기질 비료를 쓰는 쪽이 나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화학 비료라고 해서 위험한 화학 물질 덩어리가 아니다. 실제로는 인광석, 유황, 염화칼륨, 암모니아 등과 같이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로 만드는 무기질 양분이다. 또한, 유기질 비료도 땅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유기질 성분이 무기질 영양분으로 전환된 후에야 작물에 흡수될 수 있다.

천연 살충제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기농에서 사용하는 천연 살충제의 대표적인 예가 황산구리인데, 독성은 있지만 자연 발생적이라는 이유로 천연 살충제로 분류된다. 하지만 살충력이 황산구리의 화학적 독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본질적으로 화학 살충제와 다르지 않다.

유기농이 건강에 좋을까?

유기농 식품은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믿음이 있다. 하지만 유기농은 재배 기법의 하나일 뿐이다. 그 작물이 건강에 유익한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실제로도 같은 품종의 유기농 작물과 유기농이 아닌 작물을 비교하였을 때 영양학적인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유기농 식품은 몸에 좋다’는 과도한 믿음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달콤한 쿠키를 생각해보자. 사실 쿠키에는 트랜스 지방과 당분이 적잖이 들어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체중 조절 중이거나 혈당 조절이 필요한 이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쿠키가 생각날 때 단념하는 대신 유기농 딱지가 붙어있는 쿠키를 맘껏 먹는다고 해보자. 그러면서 괜찮은 선택을 했다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면, 이는 결코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 아닐 것이다.

유기농이 환경에 좋을까?


한편, 유기농은 환경에 해가 덜 된다는 인식도 있다. 유기농이 화학 비료와 화학 살충제를 쓰지 않으니까 환경 오염도 적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유기농도 비료와 살충제를 쓴다. 그뿐만 아니라 유기농 재배는 유기질 비료와 천연 살충제를 고집하다 보니 일반적인 재배 방식보다 생산성이 낮다. 결과적으로 같은 넓이의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식량의 양이 더 적다. 이 말은 곧 유기농 재배에 더 많은 땅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재배 면적을 넓히려면 생태계 파괴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유기농 식품이 환경에 유익하다는 건 유기농의 영향을 전체적으로 보면 옳지 않다.

유기농인지 아닌지보다 중요한 것

유기농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유기농에서 기대하고 있는 것과 실제 유기농이 가리키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유기농 쿠키보다는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이 훨씬 나을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더라도, 더 많은 땅을 갈아엎어 가며 재배한 유기농 과일이 기존의 과일보다 더 나을 게 없다.

우리는 매사에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감성이 행동을 결정하고 이성이 그 행동을 설명하는 경우가 실제로는 적지 않다. 그리고 그 감성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 ‘유기농’도 그러한 감성적 언어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유기농이라는 말 앞에 우리의 판단과 결정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지 이따금 돌아볼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앞으로는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더라도 그 이면에 숨겨진 유기농의 또 다른 면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 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스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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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의 허와 실”의 1개의 댓글

  1.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부모님이 평생 농부로 살고 계십니다. 일부 작물은 유기농으로 재배를 하기도 했고, 일부는 일반적인 방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평생 지켜봐 왔고, 시장에서 사온 농작물과 비교도 해 봅니다. 유기농 여부 보다는 노출된 환경(예를 들면 시금치 vs 포항초, 사육된 닭의 계란 vs 방목된 닭의 계란)에 따라 맛과 영양의 밀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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