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집착하는가

어느덧 영국에 온 지도 두 달이 되어간다. 지금까지 살면서 짧게 해외여행을 다닌 적은 여러 번 있었어도, 이렇게 본격적인 외국 생활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이 시기를 뜻깊게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고 주말에는 자연을 찾아 나선다. 그러다 보니 발이 고생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하루 1만 보를 채우기도 어려웠지만, 여기 온 후로는 2만 보를 넘는 게 특별한 일도 아니다. 일 년 후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마음이 조급한 탓도 있다. 지금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지 않으면, 훗날 지금을 돌아볼 때 ‘후회’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걱정하고 있는 그 ‘후회’의 본질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우리가 무언가에 관해 ‘후회’한다면, 그것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본 뒤에야 가능한 것이다. ‘아!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처럼 후회란 과거 회상을 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후회’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왜 우리는 후회를 피하려고 하는 것일까. 놓쳐버린 기회에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놓쳐버린 기회를 얻기 위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과거는 정해졌고 바꿀 수 없다. 즉, 후회는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인 과거에 대한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가장 큰 후회는 죽음을 앞두고 찾아온다. 죽음이 우리가 거쳐온 인생의 모든 결과를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으로 확정 짓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이 그토록 삶의 마지막 순간 ‘편안히 눈을 감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후회란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사고 활동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젠가 반드시 끝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뼈아픈 후회는 죽음 직전에야 경험할 테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후회로 고통받는 시간에는 끝이 있다.

그러다가 마침내 죽음의 순간을 지나면 사고 활동도 정지된다. 후회라는 생각을 하게 될 우리의 자아도, 후회의 근거가 될 지난 시간의 기억도 모두 사라진다. 즉, 죽음 후에는 후회조차 없다는 말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종종 나중에 후회하는 것이 두려워 지금 뭔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할 것은 먼 훗날 언젠가 할지 안 할지 모를 후회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 후회를 피하기 위한 집착에 사로잡혀 살아 숨 쉬는 현재를 낭비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착할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그 이유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그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경험이건 소유건 다르지 않다. 그러고 보면 집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후회를 피할 수 있는 길일지 모르겠다. 물론, 용케 집착하지 않고 평생을 살다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고 해도, 죽음 뒤에는 그 만족감조차 모두 흩어져 사라져버리겠지만.

“우리는 왜 집착하는가”의 4개의 댓글

    1. 집착,갈망이 괴로움을 만든다고 불교에서는 말하고 있지요.후회도 궁극은 집착이니 이들 지켜봄도 괜찮을 듯 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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