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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밥 딜런Bob Dylan, 마틴 루서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존 레넌John Lennon, 버크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 테드 터너Ted Turner,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아멜리아 이어 하트Amelia Earhart, 앨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짐 핸슨Jim Henson,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그리고 1997년에 이들을 주인공으로 그 유명한 ‘Think Different’ 광고를 만든 스티브 잡스Steve Jobs까지.

세상에는 독창적인 인물들에 대한 전형적인 클리셰가 있다. ‘그들은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소수의 독창적인 인물들과 나머지를 구분 짓는 차이점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창성이 위험 감수와 독단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큰 위험을 감수하는 담력과 독단적인 성격이 독창성의 필수 조건일까. 아니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먹잇감을 쫓는 대중 미디어의 영향으로 우리가 독창적인 인물들의 실제 모습을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위험 감수와 독단성이 아니라면 과연 그들이 그토록 탁월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에 대한 답이 와튼 스쿨Wharton School의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Adam Grant가 쓴 『오리지널스 원제: Originals | 애덤 그랜트 지음 |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사 | 2016년 02월 02일 출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흔히 쓰는 ‘오리지널original’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원조’ 혹은 ‘원본’이라는 뜻이다. 책 제목 ‘오리지널스’는 독창성을 발휘해 그 ‘원본’을 만든 원작자들, 즉 독창성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인물들을 말한다. 제목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이 책은 독창적인 인물들의 성공 비결을 주제로 다룬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의 통념을 뒤집는다. 독창적인 인물들을 연구했더니,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위험 감수나 독단적인 의사 결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사실, 저자는 전작 『기브앤테이크 원제: Give and take | 애덤 그랜트 지음 | 윤태준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06월 07일 출간』에서도 기존의 통념을 뒤집은 전례가 있다. 그는 전작에서 인간의 유형을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기버giver‘,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테이커taker‘,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매처matcher‘의 세 종류로 나눈 뒤, 남들의 이익에 큰 관심을 두는 기버들이 그들의 자질을 잘 다듬으면 다른 부류보다 사회적으로 더 큰 성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은 것이다.

다시 『오리지널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면, 책의 본문은 크게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논점 중의 하나인 위험 감수를 다룬다. 저자는 독창적인 발상으로 큰 성공에 이른 사람들이 흔히 알려진 것처럼 무모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계획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철저한 예비책을 마련해두고, 바로 그 덕분에 더욱 안정적으로 새로운 발상을 실현할 수 있고 한다.

2장에서는 열정의 함정을 주제로 다룬다. 맹목적인 열정은 독창성의 비결이 아니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본인이 과도한 열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펼치는 이들을 마주하게 될 때 그들의 언변에 홀리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조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3장에서는 기존 조직 내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을 다룬다. 예컨대, 자신만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존의 조직 체계를 거스르지 말고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히려 역이용하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핵심은 다수의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평판에 해를 입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생각을 조직 내에 심는 것으로, 직장에 몸을 담고 있는 이라면 특히 관심을 가져볼 만한 내용이다.

4장에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시기를 선택하는 방법을 다룬다. 이 부분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내용은 일을 미루는 것의 장점이다. 일을 미루는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법이 떠오를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이다.

5장에서는 목표를 향한 연대라는 주제를 다룬다. 독창적인 생각은 소수의 사람으로부터 시작될 때가 많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동조자들을 모아야 한다.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가치보다 방법을 공유하라는 점이었다. 서로 연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같은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집단도 같은 방법을 함께 활용하면 결과적으로 각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장에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눈여겨볼 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맏이보다는 뒤에 태어난 자녀들이 도전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연구 결과를 살펴보고, 아이들의 독창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알아본다. 한편,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실질적인 조언도 있다. 한 예로,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할 때에는 규칙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는 아이 스스로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하며, 아이들이 존중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반대로, 잘한 일을 칭찬할 때는 동사보다는 명사를 사용하라고 한다. 예컨대 “너는 정직하구나.” 보다는 “너는 정직한 아이구나.”가 더 낫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그 장점과 동화되도록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7장에서는 집단사고가 독창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라는 투자회사와 그 창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의 사례를 살펴보는데, 이 회사의 뛰어난 성과 이면에는 직원들이 직위 고하에 상관없이 자유로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논쟁할 수 있는 사풍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상명하복의 관행이 뿌리 깊게 남아있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내용이다.

마지막 8장에서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갈 때 맞닥뜨리게 될 여러 감정적 기복을 다루는 방법을 살펴본다. 다수 앞에 나서야 할 때 느끼는 두려움을 흥분이라는 감정으로 바꾸어 극복할 수 있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게 될 때 따라오는 두려움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이겨낼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책의 본문을 이루고 있는 8개의 장을 간략하게나마 모두 살펴보았다. 이어서 저자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삶 속에서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행동 지침’을 정리해두었다. 에필로그를 겸한 듯 보이는 이 부분에는 세 가지 대상별로 참조할 만한 조언이 각각의 상황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아직 이 책을 읽기 전이고 핵심 내용만 빠르게 가져가고 싶다면 이 부분만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먼저 ‘개인을 위한 행동 제안’이라는 항목은 개개인이 각자가 속한 조직 속에서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지도자를 위한 행동 제안’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그 구성원들에게 독창성을 장려하고자 할 때 참조할 만한 조언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교사를 위한 행동 제안’에는 아이들을 독창성을 계발하기 위해 주변 어른들이 귀담아야 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독창성과 관련해서 그간 알게 모르게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던 믿음들에 대해 과감하게 질문을 던진 뒤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특히 다양한 사례의 제시와 분석을 통해 무모한 위험 감수와 독단적인 성격이 독창성의 증거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밝힌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독창성에 대한 통념을 깨는 그 자체가 독창적인 발상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바꾸어 말하면, ‘독창적인 사람이란 어떠해야 한다.’와 같은 고정관념 버리는 것이야말로 독창적인 삶을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앞으로는 누군가를 독창적인지 아닌지 판단할 때 한 번 더 생각해야겠다. 그 순간 내가 독창적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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