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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접종에 관해 묻고 답하기

2020년 초, 우리나라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무렵이었다. 사람들은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무방비의 상태로 공포에 떨었다. 당시 나는 보건소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그 충격이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그 와중에 코로나19로 불안한 사람들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근거 없는 의료 정보들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을 더욱 힘들게 했다.

건강 칼럼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즈음 나의 이메일 수신함에 처음 보는 발신자로부터 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뭔가 해서 열어보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 칼럼 편집자가 보낸 것이었다. 건강 정보를 다루는 웹진을 만들고 있는데 내가 필진으로 참여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쓴 글을 사람들에게 전해준다니 두 손 들어 반길 제안이었다. 올바른 의학 정보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건강 칼럼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범유행이라는 시기적 상황에 맞게 ‘마스크를 올바르게 쓰는 방법‘부터 ‘백신 접종 전에 알아야 할 정보‘까지 달마다 다양한 주제의 건강 칼럼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내 글이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정말 열정적으로 글을 썼다. 그렇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 칼럼을 이어온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건강 칼럼의 두 가지 원칙

그동안 건강 칼럼을 쓰면서 나는 두 가지 방향성을 견지하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정확성’과 ‘평이성’이다. 정확성은 의학 지식을 전하는 전문가로서 한 문장 한 문장 확실하게 검증된 내용을 쓰겠다는 뜻이고, 평이성은 의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쉬우면서도 정확한’ 글이 내가 건강 칼럼을 이어가며 줄곧 지키고자 한 원칙이었다.

그렇게 건강 칼럼 기고를 일 년 정도 진행했을 무렵이었다. 나의 마음속에서는 한 가지 의문이 싹트고 있었다. ‘과연 사람들은 내가 쓴 글들을 재미있게 읽을까?’ 나는 그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었다.

글의 본질은 내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애써 쓴 글들이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가지 않는다면, 그래서 독자들이 그 글에 담긴 메시지에 감화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읽기 전과 후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 글은 존재의 목적을 상실한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건강 칼럼의 세 번째 원칙

그래서 나는 ‘정확성’과 ‘평이성’에 이어서 세 번째 원칙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공감성’이다. 공감은 독자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맞아, 나도 그렇게 느꼈어.’라고 느끼는 걸 말한다. 건강 칼럼처럼 정보를 담은 경우 ‘맞아, 그게 참 궁금했었는데.’라는 반응도 공감이다. 이렇게 공감은 내가 쓰는 글을 독백에서 대화로 거듭나게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건강 칼럼’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사실 애초에 쉽지 않은 목표였다. 의학 지식의 가치는 합당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들의 공감이라는 다분히 감정적인 요소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그 점에서 건강 칼럼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목표를 달성해 보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어려운 일일수록 성취했을 때의 보람도 큰 법이니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달마다 발행하고 있는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 시리즈는 바로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이 시리즈는 의학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다루는 건강 칼럼의 기본적인 원칙을 따르면서, 독자들에게 기존의 통념에 반하는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주관적인 평가지만,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아마도 상식을 뒤집는다는 컨셉이 효과가 있었던 듯싶다.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어 좋았다는 댓글이 종종 올라오는 걸 보면 뿌듯함도 느껴진다. 일단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두자.

의사의 상식 vs. 사람들의 상식

그런데 사람 일이란 게 참 그렇다. 뭔가 하나를 해결하면 또 부족한 게 눈에 띈다. 나의 경우는 특히 글을 쓸 때가 그런데 이번에도 그랬다.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을 쓰기 위해 내가 선택한 ‘상식’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상식이 아닐 수도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사의 관점과 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관점은 다를 테니 말이다.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처음의 좋은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더 큰 혼란만 가중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준비해 보려고 한다. 글을 쓰기에 앞서, 독자들이 실제로 어떤 부분에 궁금해하는지 직접 질문을 받아서 제대로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한다.

예방 접종에 관한 칼럼을 준비하며

마침 이번에 기고하기로 한 칼럼 주제는 예방 접종이다. 그렇다. 그 어느 때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백신이 이번 글의 주제다. 예방 접종에 관한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그걸 해결하겠다며 팩트 체크가 등장하는데, 실상은 팩트 체크에 대한 팩트 체크가 더 필요할 정도다. 게다가 올해에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인플루엔자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평소 백신 혹은 예방 접종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었다면 자유롭게 아래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길 바란다. 코로나19나 독감 외에 다른 종류의 예방 접종에 관한 질문도 좋다. 댓글에 남겨진 질문은 우선 내가 답변을 달고, 그중 더 많은 사람과 나눌만한 내용은 칼럼으로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아울러, 평소 주위에 예방 접종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공유해서 함께 질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나는 의사다. 의사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 있지만, 의사이기에 할 수 없는 생각도 있다. 이번엔 내가 할 수 없는 생각에 관해 듣고 배우는 시간을 갖고 싶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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