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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콘월 2박 3일 여행기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영국의 콘월Cornwall에 다녀왔다. 지난 6월에 2021 G7 정상회담이 열린 곳이기도 한 콘월은 런던 킹스크로스역King’s Cross railway station에서 기차를 타고 서쪽으로 6시간 정도를 가야 한다. 영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름 휴가지 중의 하나로, 특히 그중에서도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세인트아이브스St Ives 일대는 영국의 해운대라고 할 만하다.

세인트아이브스

우리 가족은 세인트 아이브스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이미 성수기인 여름은 지났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여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세인트아이브스 해변에서 마을 길거리를 지나 바다를 바라보는 오래된 교회가 있는 언덕 더 아일랜드The Island까지, 늦가을을 지나고 있는 세인트아이브스 정경을 사진으로 남긴다.

세인트 미카엘스 마운트

여행 이튿날에는 세인트 미카엘스 마운트St Michael’s Mount라는 이름의 섬에 다녀왔다. 세인트아이브스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가량을 콘월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가면 마라지온 해변Marazion Beach에 도착했다. 마라지온 해변부터 세인트 미카엘스 마운트 섬까지는 썰물 때만 잠깐 육로가 열리는데, 이 시간에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아침 일기예보에 소나기가 온다고 하여 여정을 예정대로 진행할지 고민했다. 실제로 해변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 중에 세찬 폭우가 몰아쳤는데, 다행히 섬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비가 그쳤다. 게다가 먹구름이 걷힌 후에는 무지개도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세인트 미카엘스 마운트 정상에는 아주 오래된 수도원이 있다. 섬 위의 수도원이라는 점, 썰물 때만 걸어서 들어갈 수 있고 밀물 때는 고립된다는 점에서 프랑스 노르망디Normandie의 몽생미셸Le Mont Saint-Michel과도 곧잘 비교되는데, 사실 세인트 미카엘스 마운트와 몽생미셸은 모두 ‘성 미카엘의 산’이라는 의미이다.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여정의 마지막 날에는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 시리얼과 과일로 배를 채우고 숙소에서 체크 아웃을 하였다. 그다음 마을 중심에 위치한 관광 안내 센터에 무거운 짐을 맡긴 후,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Tate St Ives 미술관에 다녀왔다. 관광 안내 센터에서 미술관까지 가기 위해서는 마을 중간을 가로질러 가야 했는데, 화요일 낮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세인트아이브스 거리 곳곳마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미술관은, 이전에 다녀온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테이트 모던Tate Modern 그리고 아직 가보기 전인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과 함께, 테이트 미술관 네트워크에 속하는 미술관이다. 그중에서도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는 바바라 헤프워스Barbara Hepworth를 비롯한 이 지역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 등 현대 미술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이 미술관은 지역적 특색에 맞게 해변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전 글에서도 살펴본 바 있듯이 테이트 미술관들은 영국의 사업가 헨리 테이트Henry Tate의 기부로 시작된 박물관들의 집합체이다. 이렇게 기부로 시작된 문화 자산들을 활용하여 수도 런던뿐 아니라 영국 국토의 끝자락에 위치한 바닷가인 세인트아이브스까지 분산하여 미술관을 설립하고 유지하는 영국인들의 지혜에 크게 감탄했다.

사실, 많은 독자들도 알다시피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성공 사례를 만들 기회가 있었다. 일 년 전 작고한 삼성 故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들을 전시하기 위한, 소위 이건희 박물관의 건립이었다. 지난 일 년간 박물관 설립 장소를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이어졌고, 그 연장선에서 내가 사는 해운대구에서도 이건희 박물관 유치 신청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건희 박물관은 서울의 경복궁 바로 옆에 짓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한 결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해변에 접한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미술관과 그 일대의 활기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당국자들이 영국의 테이트 사례를 조금 더 깊이 있게 고민하여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산과 바다 어디를 여행하든 잠시 들러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근사한 미술관 하나쯤은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 계획

화요일에 콘월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뒤, 수요일 하루 휴식을 취하고 곧이어 목요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영국의 북쪽인 스코틀랜드Scotland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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