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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자가격리

런던에 도착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 자가격리 중이기 때문에 집 밖에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는 못하고 있다. 자가격리를 조기 종료하기 위해 5일 차 검사(Test to Release)도 했지만, 월요일에 입국하여 토요일에 5일 차 검사를 했기 때문에 주말을 지나 월요일에 검사 결과를 받을 때까지 자가격리를 유지해야 한다.

겨우 일주일, 그것도 자가격리로 보낸 일주일이었지만, 여러 부분에서 한국과 영국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기는 한국만큼 자가격리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보건소 직원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분들에게 하루 한 번씩 전화로 절차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설치시켜서 허용된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지도 확인한다.

하지만 영국은 그런 것 없다. 도착 이틀째 되는 날 NHS1에서 전화로 연락이 한 번 온 것이 전부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그 어떤 연락도 없었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은 입구에 관리자가 있는 시설이라서 자가격리 중 외출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개인 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가격리 중 외출하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한다.

물론 영국도 원칙적으로 한국에서 입국 후 10일간 자가격리를 준수해야 한다. 다만 공식적으로 허락된 외출이 있는데, 바로 격리 중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나갈 때이다. 저희 가족처럼 우편으로 키트를 신청해서 자가 검사로 한 경우에는 검체를 우체통에 넣으러 갈 때도 일시적인 외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5일 차 검사를 한 뒤 검체를 우편으로 접수하기 위해서 오래간만에 허락된 외출을 하고 왔다. 나간 김에 딸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와 아내가 다닐 대학원까지 산책 삼아 다녀왔다. 두 곳 모두 걸어서 30분 만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아내가 다닐 대학원이 있는 시티 오브 런던에 들어서며 찍은 사진. 시티 오브 런던은 런던을 대표하는 금융 중심지이다.

길을 걷다가 허기를 느껴서 주위를 둘러보니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혹여 포장이라도 해서 나올 수 있을까 했지만 아예 불가능했다. 입구에 QR 코드로 인증을 하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아직 자가격리 중인 저희 가족은 카페 입장이 허락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다중시설에 입장할 때에는 QR 코드로 출입 인증을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QR 코드 출입 인증 자체가 낯설지는 않았다. 그런데 영국 카페의 QR 코드 출입 인증 방식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한 가지 한국과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한국은 방문자의 휴대폰으로 QR 코드를 표시하여 매장의 카메라로 스캔하는 방식인 것에 반해 영국은 QR 코드가 매장 입구에 있어서 방문자가 본인의 휴대폰으로 그것을 스캔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한국의 QR 코드가 방문자의 동선을 확인하여 확진자 발생 시 대응을 하기 위한 목적인 것에 반해, 영국의 QR 코드는 방문자가 안전한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은 확진자가 이미 방문한 이후에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QR 코드를 사용한다면, 영국은 감염의 위험이 있는 사람이 다중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QR 코드를 사용한다. 두 방법 중에서는 후자가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가격리와 관련하여 한국과 영국의 또 다른 차이점은, 영국은 자가격리자에게 아무런 물품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건소에서는 자가격리중인 분들에게 격리 중에 필요한 물품들을 포장해서 전달한다. 예를 들면 마스크나 체온계처럼 자가격리 중에 요긴한 물건을 비롯해서 식료품까지 다양한 물품을 전달한다. 하지만 영국은 그런 것 없다. 여기는 자가격리 중에 필요한 물품을 공무원이 아닌 아마존 배송 직원이 전해준다. 자가격리 중 전화 확인 빈도도 그렇고 자가격리 중 물품 지원도 그렇고, 우리나라 공무원들에 비하면 영국 공무원들이 참 쉽게 일하는구나 싶었다.

보건소에 일하면서 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에게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였는데, 내가 직접 겪어보니까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 역시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타인이 힘든 상황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아무쪼록 자가격리 중에 고생하는 사람들 모두 힘든 시기 잘 이겨내고, 평일 휴일 구분 없이 애쓰시는 보건소 직원들도 힘내길 바란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한다.

“영국의 자가격리”의 4개의 댓글

  1. 안녕하세요~ 이제 월요일이니 자가격리에서 해방 되셨겠지요? 낮설고 물설은 땅에서 고생하셨습니다…

    여기 호주에서도 영국과 같은 방법으로 QR스캔을 하고 있는데 감염의 위험이 있는 사람이 다중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라기보다는,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 되었을때, 방역당국에서 해당 일시에 같은 장소에 있었던 밀접접촉/Close Contact 과 간접접촉/ Casual Contact 당사자들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 QR을 통해 개인정보를 취합 하는 용도로 사용 하고 있습니다.

    앱에서 QR history를 확인하고 내가 방문했던 때 그 장소에서 확진자가 나왔는지, 내가 다녀가기 전에 확진자가 다녀갔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의심스러울 때는 바로 코비드 테스트 받으러 갈 수도 있구요..

    제가 있는 NSW주는 지금 LOCK DOWN중이라 아이들은 등교를 못 하고 있고 직장인들도 가능한 모두 재택중이고 집에서 반경 5km는 불필요한 외출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물론 지역마다 조금씩 편차는 있습니다만..)
    2차 접종률이 70%이상 되어야 자유를 돌려 받을 수 있다는데 어서 빨리 그 날이 왔음 좋겠으면서도 갑자기 하루 아침에 확 규제가 풀리면서 바이러스도 확 번지게 될까 하는 작은 염려도 있긴 합니다…..

    1. 선생님이 알려주신 정보가 정확합니다. 제가 영국에 온 직후라서 QR 운영방식에 대해 오해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확진자의 동선 확인 목적으로 QR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다만, QR 코드 확인 방식은 한국의 경우 방문자의 휴대폰에 표시된 QR 코드를 매장의 카메라로 인식하는 것에 반해, 영국은 매장에 QR 코드가 부착되어 있고 이를 방문자의 휴대폰에 설치된 NHS 앱으로 체크인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이제 자가격리가 해제되어 조금 숨통이 트이네요. 영국은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코로나19에 적응하여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학교 등교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길에는 마스크 쓰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높다는 것을 근거로 자신감을 가진 듯한데, 결과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 힘든 시기가 조속히 지나가길 기대합니다.

  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정보로 많은 이들을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건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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