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가족과 함께 영국에 왔다. 앞으로 일 년 동안 런던에서 머물 계획이다. 영국에 온 주된 목적은 아내의 유학이고, 나는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 아이의 등하교와 집안일 등 아내 공부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육아휴직을 쓰고 나왔다. 한편으로는 인턴, 레지던트 5년에 보건소 3년까지 8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뒤로하고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번에 영국에 오기까지 크고 작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계획 자체도 원래는 작년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일 년을 연기하였다. 심지어 이번에도 영국 비자 발급이 지연되는 바람에 예정된 날짜에 출국하지 못 할 뻔하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비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출국 3일 전에서야 여권을 받아서 가까스로 출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말이 3일 전이지, 여권을 받은 날이 금요일이고 출국은 그다음 주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여권 수령이 단 하루만 늦었어도 일정이 어그러질 뻔한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 가족 외에도 영국 유학 전 비자 발급이 늦어지면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렇게 고생한 사람들이 인터넷에 공유한 경험담들이 영국 비자를 무사히 발급받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 영국 비자 발급을 준비하며 겪은 경험을 간단하게 일지 형식으로 정리하였다.

우리 가족이 머무는 곳은 영국의 런던 중에서도 가장 중심으로, 대영박물관까지 걸어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다. 내가 쓴 책에서도 소개한 바 있듯이 나는 박물관을 무척 좋아한다. 해외여행을 가면 언제나 그곳의 유명한 박물관을 제일 먼저 찾는다. 심지어 레지던트 때 파업을 하는 도중에도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머리를 식힐 정도였다. 이번에도 나는 아내가 공부하러 가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뒤 남는 시간에는 대부분을 대영박물관에서 지낼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잠시 내려놓았던 블로그에도 시간을 쓰려고 생각 중이다.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인 서평 쓰기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당연히 내가 머무는 영국 런던의 이야기도 틈틈이 다루려고 한다. 나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영국의 보건 의료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 있어 두 나라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도 경험에 근거해 다루어 보겠다.
아닌 게 아니라 여기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심지어는 자가격리 중에 주변에 일을 보러 나가는 사람들도 엄격하게 제약하지 않는다. 세간에는 이를 두고 개인의 자유를 중히 여기는 문화가 반영된 모습이라고들 하는데, 코로나19 전염 방지를 위한 일련의 행동들이 비단 자기 자신뿐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영국인들의 자유로운 모습에 다양한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영국에 와서 놀랐던 또 다른 점은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해외에서 입국하면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그에 비해 영국은 자가격리 기간이 10일이고, 2일 차와 8일 차 두 번에 걸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도 한국처럼 검사 시설에 방문하여 할 수도 있지만, 자가격리 중인 곳에서 우편으로 검사 키트를 받아서 스스로 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의 경우에도 우편으로 검사 키트를 받는 방법을 선택했다.

검사 비용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무료 검사를 해주지만 영국의 경우에는 사설 업체에서 검사를 진행하므로 개인이 비용을 들여서 해야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2일 차와 8일 차의 의무 검사 외에 추가 비용을 들여서 5일 차 검사를 받으면 5일 만에 자가격리가 조기 종료(Test to Release)된다는 점이다. 우리 가족은 아이의 학교 입학 일정 문제가 있어서 5일짜리 조기 종료를 시행했는데, 추가 비용까지 합쳐서 일 인당 30만 원 정도(!)를 지불했다. 두 나라 사이의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많은 것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월요일에 도착한 이후로 계속 날씨가 화창했습니다. 대체로 영국이 한국보다 선선하다고 들었는데, 요 며칠은 한국보다도 포근한 날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게 며칠을 못 가서 오늘부터는 비가 많이 내린다. 지금도 커튼 너머 창밖에서는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영국에 오긴 왔나 보다.
(다음 글이 곧 이어집니다.)
배우자께서 힘들게 공부하러 가셨군요. 온 가족의 영국 살이 응원합니다.
저 또한 코로나로 발목이 묶인 상황이라 이 어려운 시국에 어찌 준비해서 가셨는지 궁금합니다.
대영박물관 인근이라는 숙소는 마냥 부럽습니다!
저는 호주에 있습니다.
지리적 거리만큼에 비례하는 사회/문화적 차이를 항상 느끼고 있지만서도 어느새 적응하고 순응하는 모습에 익숙해 지고 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늘 평안 하시길….
가족 모두 항상 건강하시길 응원합니다.
그리고 영국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앞으로 의사님 글에도 영국의 향취가 덧붙여지길 기대하면서, 좋은 추억 많이 쌓고 건강하게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 🙂 브렉시트 때문에 앞으로 영국에 의사수급이 어려워진다고 하던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