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나는 일종의 육아 지침서이겠거니 했다.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어른과 다르게 이러이러하니,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라는 조언이 담겨있으리라 짐작했다. 어린이 도서 편집자로 10년 넘게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서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저자의 경력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16일 출간>는 육아 지침서가 아니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도 담겨 있지 않다. 저자가 아이들의 독서 지도를 하면서 스스로 느끼고 배운 점을 잔잔하게 풀어내었을 뿐이다. 특히, 저자의 아이들을 향한 밝고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다. 덕분에 나도 책을 읽는 내내 순수한 어린이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굳이 짚고 넘어가자면,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책이 아닌 아이들로부터 배우기 위한 책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자신감이 있다. 어른은 아이들보다 세상 경험이 많기에 더 사려 깊고 신중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선입견 때문에 어른들은 스스로 매사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더 나아가 그게 마땅하다고 여긴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남의 감정에 무감각한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반면에 아이들은 스스로 세상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매사에 겸손하다. 또한, 항상 남의 의견을 구하고 자신의 행동이 올바른지 아닌지 살핀다. 다만 그 표현 방법이 서툴러서 어른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세련되게 드러나지 못할 뿐이다. 물론 개중에는 어른 못지않게 고집이 센 아이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십중팔구 그 아이들 양육자들의 모습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결국, 어른이 문제인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어른스럽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린이들 앞에서 얼마나 어른답게 행동했는가. 아니, 어쩌면 그 ‘어른답다’라는 말조차도 내가 아직 어른 위주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리 대단한 게 아닐지 모른다. 그래, 초등학교 1학년 딸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딸과 그 친구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조금 더 따뜻하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아야겠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기에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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