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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책임감에 관하여

나는 딸 아이의 태블릿 컴퓨터에 자녀 보호 관리 앱을 설치해 두고 사용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이 앱은 아이가 하루 동안 지정된 시간 동안만 태블릿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부모가 정하는 대로 시간 배분을 변경할 할 수도 있다. 예컨대 태블릿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시간을 최대 1시간으로 제한해 놓더라도, 유튜브 키즈는 30분, 교육용 앱인 칸아카데미는 2시간까지 사용하게 할 수 있다. 매년 적잖은 비용이 드는 유료 서비스지만,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느끼고 있다.

태블릿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는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할 기본 환경의 한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자제력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필요하다. 이를테면 주말 아침부터 유튜브 보는 게 재밌다고 주어진 시간을 내리 다 써버리면 오후쯤 되어 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못 보게 될 테니,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알아서 시간 배분을 하는 요령을 배워야 한다. 그게 무조건 아이의 태블릿 컴퓨터 사용을 막는 것보다 바람직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오늘 낮에도 딸 아이가 유튜브 키즈를 보던 중 지정된 시간이 다 끝나서 화면이 차단되었다. 그러자 지금 자기가 보고 있던 것이 있다면서, 10분만 더 연장해 주면 안 되겠냐고 나를 졸랐다. 참고로 내가 사용하는 자녀 보호 관리 앱은 필요할 경우 사용 시간을 일회성으로 추가할 수 있다.

보고 있던 영상이 갑자기 중단되었을 때 이어서 나올 부분이 궁금한 마음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하지만 내 딴에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단호하게 시간 연장을 거절했다. 그러자 딸 아이는 처음에는  “이번 한 번만이에요. 네?” 하면서 애교 작전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게 안 먹히자 이내 서럽게 울다가, 그조차도 안되자 이제는 악을 쓰면서 매달렸다.

“지난번에는 해줬잖아요. 근데 왜 이번엔 안되는데요!”

사실, 딸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하루에 한 시간이라는 약속을 정해두고도 내가 필요할 때는 원칙 없이 10분에서 30분 정도 추가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것 같아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편의를 위해 원칙을 훼손했었다. 어쩌면 이번만큼은 강하게 밀고 나가려고 한 것은 그런 내 행동에 대한 후회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나는 아이와 한 시간 넘게 옥신각신한 끝에 태블릿 컴퓨터 하루 한 시간 원칙을 지켜냈다. 딸 아이는 울다 지친 나머지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나는 곤히 잠이 든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나는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에게 자격 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의외로 아이들의 지적이 어른의 그것보다 더 타당한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선입견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고 마음으로 느끼는 대로 말한다. 우리 어른들은 종종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겠다는 ‘책임감’에 도취되지만, 아이들 앞에 보여주는 어른 자신의 모습에 대한 ‘책임감’이 더 중요한 이유다. 오늘도 그렇게 딸 아이에게 한 수 배운다.

“어른의 책임감에 관하여”의 2개의 댓글

    1. 댓글 고맙습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전에 저 스스로 먼저 그렇게 하고 있는지 돌아보려고 하는 데 쉽지만은 않은 게 또 사람 마음인 것 같습니다. 더 노력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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