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Butterfly effect이란 것이 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간 두 사람의 삶에서 공통적 요소들이 발견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과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에 관련된 것이다.
링컨은 1860년, 케네디는 1960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정확히 100년의 시간 차이가 난다. 사실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기 때문에 100년의 간격을 두고 당선된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놀라운 것은 이 두 대통령이 암살로 생을 마감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당시 링컨 대통령은 포드 극장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포드에서 만든 링컨 자동차에서 사망하였다. 링컨의 암살범 존 윌크스 부스John Wilkes Booth는 1839년 생이고 케네디의 암살범 리 하비 오스월드Lee Harvey Oswald는 1939년 생이다. 두 암살범이 정확히 100년의 간격을 두고 태어났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암살한 후 존 윌크스 부스는 극장에서 뛰쳐나와 창고에서 잡혔고, 리 하비 오스월드는 창고에서 나와 극장에서 잡혔다.
두 대통령의 암살을 앞두고 일어났던 일들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링컨 대통령의 비서 이름은 존이었는데, 존은 케네디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케네디 대통령의 비서 이름은? 링컨이었다. 두 비서들은 대통령이 암살 당하는 날 모두 그 장소에 가지 말라는 부탁을 하였다고 한다.
링컨은 죽기 일 주일 전 마릴린Marylyn의 먼로Monroe라는 곳에 있었고 케네디는 죽기 일 주일 전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와 함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밖에도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두 대통령의 삶과 죽음에서 일치하는 부분들이 많다.
링컨과 케네디의 평행이론은 우연의 일치를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실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평범한 일들이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일부는 정말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극히 희박한 확률로 일어난 일들도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주 우연한 일이라도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인 경우가 많다. 단지 우리가 자극적이고 신기한 것에 더 눈길을 주기 때문에 단조로운 진실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링컨과 케네디의 평행이론에 대한 다양한 많은 반론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것들은 평행이론 자체보다 덜 흥미롭기는 하다.
영국의 저명한 통계학자이자 수학자인 데이비드 핸드David J. Hand가 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원제 : The Imposibility Principle | 데이비드 핸드 지음 |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04월 08일 출간』는 이처럼 ‘우연한 일’, 더 정확히 말해서 ‘우연한 것처럼 보이는 일’에 대해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확률에 대한 책이다.
한편, 저자가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확률 너머에 숨겨진 더 중요한 메세지도 캐낼 수 있다. 바로 이런 것이 독서의 묘미가 아닌가 한다. 책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며 내가 발견한 그 메세지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희박한 확률로 일어난다고 생각한 일들, 달리 말해 사람들이 이해의 범위 밖에 있다고 여긴 일들이 사실은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연의 법칙’으로 이를 설명하는데, 우연의 법칙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이 그것들이다. 지금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필연성의 법칙은 무슨 일이든 하나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주사위를 예로 들어보자. 주사위를 던지면 1에서 6까지 숫자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나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는 없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을 때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단지 지금은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일 뿐이다.
아주 큰 수의 법칙은 시도가 아주 많으면 극히 이례적인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주사위를 던져서 숫자 6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해보자. 한 번 던져서는 숫자 6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100 번 던진다면? 숫자 6이 아마도 몇 번은 나오지 않을까.
아주 큰 수의 법칙은 거듭된 시도의 중요성을 말한다.
당신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고 끊임없이 도전하면 결국 실제로 그렇게 된다. 이를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한다. 이처럼 자기충족적 예언을 실현하는 밑바탕에 거듭된 시도가 있다.
얼토당토 않는 자기계발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확률에 기초한 사실이다. 당신이 목표를 향해 계속 도전한다면 나머지는 ‘아주 큰 수의 법칙’에 따라 실현된다.
선택의 법칙은 결과가 나온 후 선택한다면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가 예를 든 것은 화살을 쏜 다음에 표적을 그리는 것이다. 우리가 활로 화살을 쏜다고 생각해보자. 정해진 과녁의 중심을 맞추는 것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일단 아무 데나 활을 쏘아서 화살이 꽂힌 곳을 중심으로 과녁을 그린다면 어떨까. 결과적으로 과녁을 명중한 것이 된다. 이런 것을 사후 선택이라고 한다.
소위 예언가들이나 정치꾼들이 사람들을 현혹하고 기만할 수 있는 원리가 바로 선택의 법칙이다. 이들이 구사하는 사후 선택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무언가 놀랍고 믿음이 가는 일을 접했을 때 전후 사정을 잘 살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확률 지렛대의 법칙은 조건의 미세한 변화가 전체 확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나비효과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Edward Norton Lorenz가 처음 제시한 이 생각은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으로 훗날 혼돈 이론Chaos theory의 토대가 된다.
초기의 미세한 변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가볍게 여긴 작은 습관들이 훗날 우리의 삶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충분함의 법칙은 어림값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충분히 유사한 사건들을 동일하다고 간주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 기준을 어느 정도로 하는 지에 따라서 다른 것이 같게 되기도 한다.
예컨대, 주사위를 던져서 정확히 숫자 3이 나오게 하겠다고 하면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략 3’이 나오게 하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생각하기에 따라서 숫자 1이나 6도 ‘대략 3’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주사위에서 어떤 숫자가 나오든 ‘대략 3’이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마주치는 일이기도 하다. 혹시 당신과 생일이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없다면 상상해보자. 그 사람에게 친근함이 느껴지는가. 생각해보면 이 친근함도 충분함의 법칙 때문이다.
그 사람과 같은 날 태어났을 수는 있지만, 같은 해, 같은 요일, 같은 시간, 같은 분, 같은 초에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같은 날짜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지나친 비약이다.
우리가 큰 의미를 두는 일들이 관점에 따라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요컨대, 우리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일들, 운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놀라운 우연의 일치도 실상을 따지고 보면 원래 일어날 만한 일들이다.
여기서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같은 현상이라도 이를 우연으로 여기는 것과 설명 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관점의 차이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우연은 우리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지만 설명 가능한 것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
관점의 차이는 삶의 자세에 변화를 불러온다. 우리가 마주하는 드문 현상들에 우연이란 꼬리표를 붙여서 그럴듯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확률의 속성을 이해하고 실상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음 글이 곧 이어집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 가 과거의 관점이라고 한다면 , 이 책을 읽고 저 또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우연도 필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확률을 다루면서 왜 어려운지를 생각해봤는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는군요. 정리하신 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읽어보는 글입니다.
계절은 찬란했던 봄을지나
힘겹게 여름을 보내고
황홀한 가을아침입니다.
우연을 지나 필연으로 가는
일상이 단 하루도 같은날이 없듯
지구는 돌고 도나봅니다.
님의 글에 감사하다는 작은
흔적을 남겨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개인의 삶이나 사회생활 또는 비지니스에도 같은 개념을 적용할수 있겠지요.
무엇을 목표로 노력하였을 때, 결과에 대해 만족하느냐 절망감에 휩싸이느냐 하는 문제는 어쩌면 주관적 기준에 의한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매우 힘든 노력의 결과로 35를 얻었을 떄, 100을 기준으로 보면 실망스럽지만 50을 기준으로 잡으면 매우 좋은 성과일수 있겠지요.
문제는 노력과 성과에 대한 기준을 정적(Statics)으로 볼 것이 아니라 동적(Dynamics)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면 50이라는 기준도 훌륭한 잣대이고 또다른 도약을 위해 60이든 100을 목표로 내닫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