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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첨가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

식품 가공 기술의 발달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한 식생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바로 그 식품 가공 기술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독일의 저명한 미래학자 칼 하인츠 슈타인뮐러Karlheinz Steinmüller는 이를 두고 “식품이 오늘날처럼 안전했던 적은 없었다. 또한 소비자가 지금보다 더 불안했던 적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 거부감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특정한 목적으로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인공 첨가물, 즉 식품첨가물이다. 그런데 널리 알려진 식품첨가물에 대한 상식 중에는 과장되었거나 아예 사실이 아닌 것도 많다. 그래서 오늘은 식품첨가물과 관련한 대표적인 오해에 대해 알아보고, 사실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MSG보다는 천연 조미료?

L-글루탐산 나트륨L-Monosodium Glutamate, 일명 MSG는 식품첨가물을 둘러싼 논쟁의 단골 소재다. MSG는 라면 수프나 조미료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음식에 감칠맛을 더한다. MSG는 인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인 L-글루탐산에 나트륨을 결합하여 물에 잘 녹도록 만든 물질이다.

글루탐산은 다양한 식품에도 존재한다. 예컨대 쇠고기 등 육류나 토마토나 옥수수 등의 식물성 식품에도 널리 함유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식탁에서 오랜 세월 사용되어온 간장이나 된장에도 글루탐산이 포함되어 있다.

원래 음식에 들어 있는 글루탐산과 화학 공정을 거친 화학조미료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화학’은 다름 아닌 ‘발효’다. 공장에서 엉뚱한 화학 물질을 섞어서 만드는 게 아니다. 멸치나 다시마처럼 흔한 재료로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든다. 그렇게 보면 김치는 일종의 화학 반찬이고 요거트도 화학 유제품이다.

실제로 1980년 미국 FDA에서는 MSG를 후추, 식초, 소금, 베이킹파우더 등과 함께 안전한 물질로 분류하고, 허용량이나 사용량에 한계가 없는 GRAS 등급으로 지정하였다. 이후 2010년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MSG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발효 조미료라고 공식 발표하였다.

요약하자면, MSG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일 뿐이다. 이러한 MSG가 해롭다고 말하는 건 단백질이 해롭다는 것만큼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단백질이 해롭다며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는데. 바로 카제인나트륨Sodium Caseinate에 얽힌 이야기다.

카제인나트륨 무첨가 커피?

한때 모 우유 회사에서 새로운 커피를 출시하면서 ‘우리 제품에는 카제인나트륨이 들어가지 않습니다.’라며 홍보를 했다. 소비자들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카제인나트륨? 몸에 해로운 건가?’ 카제인나트륨을 쓰던 기존 제품들을 불안하게 보기 시작한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여기서 카제인이란 무엇일까. 그냥 우유 단백질이다. 카제인은 포유동물의 젖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라틴어로 치즈를 뜻하는 ‘caseus’가 그 어원이다. 실제로 우리가 마시는 우유에는 질량 기준으로 3% 정도의 카제인이 들어있다.

이 카제인은 물에 잘 녹지를 않는다. 그래서 물에 잘 녹도록 나트륨 분자를 결합시킨 게 바로 카제인나트륨이다. 카제인나트륨이 물에 녹은 뒤에는 무엇이 될까? 나트륨 분자가 떨어져 나가서 카제인이 된다. 카제인나트륨이 몸에 해롭다는 건 우유 단백질이 몸에 해롭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실제로 국제 연합 식량농업기구(UN FAO)에서는 카제인나트륨의 1일 허용 섭취량은 따로 정해놓지 않았는데,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모 우유 회사의 카제인나트륨 무첨가 홍보가 논란이 되자 식품안전연구원에서는 카제인나트륨이 무해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공육의 아질산나트륨?

소시지나 햄 등의 가공육에 들어가는 발색제로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이라는 물질이 있다. 그런데 아질산나트륨은 국제 암 연구 기관(IARC)에 의해 2015년 1군 발암물질로 규정되었다. 요즘 햄과 소시지는 아주 흔한 반찬 재료인데, 거기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니 걱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발색제라고 하니까 식품의 미관을 위해서 발암성을 감수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식품첨가물은 한 가지 용도 사용되기보다 복합적인 목적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아질산나트륨도 마찬가지다. 아질산나트륨은 발색제로 알려져 있지만, 육류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누스균Clostridium Botulinum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아질산나트륨의 발암성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실익을 따져서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식육 가공품의 경우 70ppm(mg/kg) 이하의 아질산나트륨 첨가만을 허용하고 있다. 어육소시지의 경우는 50ppm, 명란젓의 경우 5ppm, 심지어 훈제연어에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이것은 육가공품의 소비가 많은 서구에 비해서도 엄격한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육가공품에 대해서 200ppm 이하가 허용치라고 한다.

게다가 아질산나트륨은 채소에도 많은 양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질산나트륨 때문에 채소를 삼가라는 말은 없다. 참고로 채소의 아질산나트륨은 비료에 포함된 질소 때문인데, 이는 유기농 채소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아질산나트륨 무첨가 제품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보통 셀러리 분말이 들어간다. 그리고 셀러리 분말에는 아질산나트륨이 들어있다. 사용 목적은 같다. 아질산나트륨이 함유된 셀러리를 넣어서 직접 아질산나트륨을 넣는 것은 아니니 아질산나트륨 무첨가라니,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그래도 아질산나트륨이 걱정된다면 방법이 있다. 가공육이나 채소를 끓는 물에 2~3분 정도 데치면 되는데, 이렇게 하면 아질산나트륨을 상당량 제거할 수 있다. ‘(아질산나트륨이 들어 있는 셀러리 분말이 첨가된) 아질산나트륨 무첨가 제품’을 비싼 돈 주고 사는 것보다, 이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공포 마케팅, 무첨가의 진짜 의미?

‘OO 무첨가’는 식품에 해당 성분이 전혀 없다는 게 아니다. 별도로 첨가하지 않았거나, 일정 수준 아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따로 넣은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들어갔거나, 아예 없지는 않지만 기준치 아래라는 말이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사실인데, 소비자는 ‘무첨가’를 ‘없다’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MSG와 카제인나트륨은 기업의 홍보 때문에 누명을 쓴 측면이 있다. 시장에 새로 들어온 후발주자가 무리해서 차별성을 내세우려고 하다 보니, 별문제 없는 성분을 트집 잡은 것이다. 아질산나트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비록 유익한 부분이 있다고는 해도, 유해성이 입증되었다. 물론 아질산나트륨도 허용치 아래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니 ‘무첨가’라는 말에 너무 현혹되지 않았으면 한다. 정말로 무첨가 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공포 마케팅’일 테니까. 아무쪼록 독자들이 현명한 소비자로 거듭나는데 이 글이 다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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