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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요법에 관한 오해와 진실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질병관리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만 19세 이상 남성들의 비만 유병률이 2008년 이후 매년 약 2%씩, 2단계 이상 비만 유병률은 약 6%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들의 2단계 이상 비만 유병률도 2008년 이후 매년 3.1%씩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체중조절을 위한 식이요법 시장 또한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449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체지방 감소 식품 시장 규모는 2021년 1,630억 원까지 성장하였습니다. 대표적인 다이어트 식품인 닭가슴살은 물론, 지방을 태워준다는 다이어트 보조제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지요. 살 빼려고 하는 사람들 덕분에 식이요법 관련 시장은 살이 찌고 있는, 차마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한 상식처럼 알려진 식이요법 중에는 의학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잘못된 것들도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정보를 맹목적으로 믿고 열심히 따라 하다 보면 체중조절에 실패하는 것을 넘어서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이지요. 오늘은 식이요법, 그중에서도 특히 체중조절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서 잘못된 상식들을 알아보고 바로잡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단백질은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

운동을 할 때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는 건 상식이지요.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함께 적절한 단백질 섭취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백질만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방법입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없이 단지 단백질 섭취만을 늘린다면, 체내의 단백질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등 건강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 유행했던 황제 다이어트와 같이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고 고단백의 음식만 섭취하는 식이요법은 건강을 해치는 잘못된 방법입니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단, 가공되지 않은 탄수화물이 포함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구마, 바나나, 현미 등이 이러한 탄수화물을 제공하는 좋은 선택지입니다.

지방 섭취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모든 지방이 건강에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름진 음식을 피한다고 해서 반드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지방은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보다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지방 섭취를 제한하면 칼로리 섭취가 줄어들어 체중 감량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을 전체 열량의 30% 미만으로 구성한 표준 저지방 식단이 실제로는 체중 감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방 공급원으로는 아보카도, 견과류, 코코넛 등이 있습니다. 한편 유제품에는 체지방과 렙틴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액리놀레산(CLA)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물론 음식에 인위적으로 많은 지방을 첨가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방을 과도하게 첨가하면 칼로리가 너무 높아져 체중 조절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에 따라 무지방이나 저지방 제품을 적절히 선택하되, 그러한 경우에도 정제 설탕 등 칼로리가 높은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식이 육식보다 몸에 좋다?

채식을 위주로 하는 식사는 대체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됩니다. 채식 식단에는 견과류와 콩 등에 풍부한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이 함유되어 있어 영양 결핍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50대 이상의 경우에는 적당한 육식을 통한 양질의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육식을 전혀 하지 않을 경우 단백질, 철, 칼슘 등의 미네랄, 비타민 B 군이 결핍될 수 있지만, 이러한 영양소는 우유, 계란, 육류, 어류 등에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채식주의자라도 우유나 계란 등을 적절히 포함하여 영양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열량의 분배는 탄수화물 60%, 단백질 20%, 지방 20%로 섭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저염식은 무조건 이롭다?

고혈압에 대한 우려로 저염식, 더 나아가 무염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염분은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으로, 무조건적인 저염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염분이 결핍되면 소화액 분비가 저하되어 식욕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피로감, 무기력함,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땀을 많이 흘리면서 몸의 염분이 소실될 경우, 적절한 양의 염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현기증, 의식 혼탁 등 육체적 혹은 정신적 기능의 상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저염식이나 무염식은 빈혈, 어지러움, 두통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부족한 짠맛을 단맛에서 찾는 경향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나트륨, 즉 소금의 주성분은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나트륨 부족은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은 나트륨으로 2,000mg 이하이며, 소금으로는 6g 이하입니다.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평소에 적정량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해독주스는 몸의 독소를 제거한다?

해독주스 혹은 디톡스 주스라고 불리는 음료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의 실체는 과일주스와 야채 주스이며, 의학적으로 특별한 기능을 갖지는 않습니다. 이 주스들은 종종 효소와 연관시켜 과장된 광고로 소개되지만, 그 내용은 사실 엉터리에 가깝습니다.

의학적으로 ‘해독’은 실제 독소를 체내에서 제거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우리 몸에는 해독 기능을 갖춘 간이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간이 독소나 노폐물을 처리하고 체내에서 제거합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추가적인 해독 조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간 기능이 원활한 사람들은 일상적인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유지함으로써 체내 독소 제거가 충분히 이루어집니다.

오히려 간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 해독주스로 특정 재료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주스나 비슷한 대체 요법으로 해독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의료 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물은 많이 마실수록 좋다?

많은 사람이 수분 섭취와 관련하여 믿고 있는 속설 중 하나는 하루에 2L, 즉 8잔의 물을 반드시 섭취해야 건강에 이롭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70년 전 미국 연구를 잘못 해석한 결과로, 이후 많은 연구가 하루에 2L씩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사실 우리 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수분 섭취량은 약 2.5L 정도인데, 이를 반드시 물로 섭취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어느 정도 수분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의 식습관에 따라 하루에 필요한 물의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 섭취량의 일반적인 기준을 딱 정해서 적용하는 것보다는 개인의 상태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국영양학회에서는 남성은 청소년부터 74세까지 하루에 900mL 이상, 여성은 600~800mL 정도의 물을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오히려 물 섭취를 제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간경화, 신부전증, 심부전증 등과 같은 질환에서는 과도한 수분 섭취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것은 콩팥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혈중 나트륨 농도를 급격하게 낮출 수 있어 전해질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때는 물을 여러 번으로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수분 재흡수율이 떨어져 갈증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 있으므로 의식적으로 매시간 물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과유불급, 식이요법의 핵심

오늘은 체중 조절을 위한 식이요법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알아보고 바로잡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은 항상 그렇듯이 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평소 다이어트 식이요법에 관심이 있었지만 가짜 정보와 광고의 홍수 속에 혼란스러웠던 독자들에게 오늘의 글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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