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월Cornwall에서 런던London으로 돌아온 후 하루를 쉬고, 바로 다음 날 영국의 북쪽 지역인 스코틀랜드Scotland로 출발했다. 우리는 흔히 영국을 섬나라라고 하는데, 그 섬의 정식 명칭이 그레이트브리튼Great Britain이다. 그레이트브리튼 섬은 잉글랜드England, 웨일즈Wales, 스코틀랜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각각은 서로 다른 특색이 있다. 예컨대 앞서 다녀온 콘월, 그중에서도 세인트아이브스St Ives는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곳으로 잉글랜드에 속해 있다. 영국 본토에서 남쪽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따뜻한 기후가 특징으로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해운대나 해남 땅끝마을 정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다녀온 북쪽의 스코틀랜드는 고산지대의 선선한 기후가 특징으로, 굳이 비유하자면 우리나라의 강원도에 해당할 듯하다.
더 번에 도착한 첫날 저녁
우리 가족의 숙소 더 번The Burn이 있는 브레친Brechin이라는 마을은 케언곰스 국립공원Cairngorms National Park의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참고로, 케언곰스 국립공원은 스코틀랜드 고산지대의 중간에 있는 곳으로 대자연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영국 최대의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기차를 타고 6시간을 달려 스코틀랜드 동쪽 해안의 던디역Dundee Railway Station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빌린 차를 몰고 더 번으로 향했다. 사실 이번에 더 번에 가기 위해 던디역을 경유해서 가기까지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더 번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던디보다 북쪽에 있는 몬트로즈역Montrose Railway Station이고 우리 가족은 여기서 내리는 표를 예약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몬트로즈는 너무 작은 동네라서 자동차를 빌릴 만한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애버딘Aberdeen이나 에든버러Edinburgh 같은 더 큰 도시를 가자니 더 번까지 차를 운전해서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다행히 던디에서 차를 빌릴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기차표를 변경할 수 없어서 몬트로즈역보다 앞선 던디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던디에서 점심께 출발했는데, 초행길이기도 하고 더 번에 들어가기에 앞서 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다 보니,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운 밤이었다. 더 번이 위치한 곳은 깊은 숲 한가운데로 밤이 되자 완전히 어두워져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빛을 잃은 만큼 얻은 것도 있었는데, 하늘을 올려다보자 도심에서 보기 힘든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연어낚시와 던노타 성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더 번 인근의 리버 노스 에스크River North Esk로 향했다. 스코틀랜드에 오기 전부터 예약해둔 연어낚시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일기예보에는 소나기가 내린다고 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낚시하는 내내 굵은 빗줄기가 그치질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스코틀랜드의 숲속에서 비를 맞으며 연어낚시를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닐 테니까.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흠뻑 젖은 옷을 라디에이터에 걸어놓은 후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쉬면서 두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옷 상태도 완전히 보송보송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입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말라 있었다.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한 뒤, 차를 몰고 다음 목적지인 던노타 성Dunnottar Castle으로 향했다.
던노타 성은 절벽 위에 세워진 중세 시대의 요새이다. 지금은 비록 대부분 무너져 내려서 폐허만 남았지만, 그 남은 모습만으로도 15세기에서 16세기 무렵에 이러한 건물을 지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절벽에서 내려다본 해안선은 그야말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의 장관이었고, 북해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기분은 무척 상쾌했다.






숙소로 돌아온 후에는 거실에 놓인 벽난로에 불을 피워보았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인터넷으로 방법을 찾아보았다. 우선 성냥으로 신문지에 불을 붙인 후 이것을 다시 나무토막으로 옮겨붙게 하고, 마지막으로 석탄과 장작으로 불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계속 실패했지만, 몇 번 해보니 요령이 생겼다. 덕분에 벽난로에 둘러앉아서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케언곰스 국립공원
세 번째 날, 우리는 차를 몰고 케언곰스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케언곰스 국립공원은 영국의 가장 높은 산 5개 가운데 4개가 포함된 곳으로, 2011년에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이 최고의 여행지 20곳 중에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자동차로 케언곰스 국립공원 일대를 돌아보는 동안 넓은 들판에 평화롭게 노니는 양과 소, 심지어 말들도 볼 수 있었다. 처음에 일정을 구상하면서 케언곰스 국립공원을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도 고민했는데, 실제로 와서 그 규모를 실감해 보니 차를 끌고 온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언곰스 국립공원을 돌아보는 중에 영국 왕실의 여름 휴가 별장인 발모럴 성Balmoral Castle에 가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광지와는 다르게 성에서 운영하는 가이드 투어 형식으로만 성을 돌아볼 수 있는데, 우리는 이 투어를 예약하지 못했다. 그래서 성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입구까지만 진입이 가능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그 일대에서 산책하며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성 입구 근처에는 스코틀랜드 지역의 유명한 소의 품종인 하이랜드 카우Highland Cow를 만날 수 있었다.



비록 이번에 발모럴 성을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케언곰스 국립공원을 차로 돌아보는 중에 뜻밖의 예쁜 성을 발견하여 둘러볼 수 있었다. 브레머 성Braemar Castle이라는 곳으로 비록 내부를 개방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입구에 40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스코틀랜드의 성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성 앞에 펼쳐진 ‘Everything Is Going To Be Alight.”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별거 아닌데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의 마지막 날
더 번에 온 지 나흘째 되는 날은 런던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서 출발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다시 던디에 도착하여 차를 반납하고 기차 출발 시각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기차 출발 시각에 늦지 않게 런던 행 기차를 오르는 게 이날 할 일의 전부였지만, 그 와중에도 한 가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던디역 바로 옆에 인접한 V&A라는 건물이었다. V&A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의 약자이다. 앞서 소개한 바 있듯이 런던의 사우스켄싱턴South Kensington에 있는 유명한 박물관이다. 그런데 왜 그 박물관이 여기에도 있는 것일까. 빌린 차를 반납하고 기차역까지 가기 위해 탄 택시의 기사에게 물어보니, 내가 아는 그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분관이라고 한다. 지난번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Tate St Ives에 갔을 때도 느꼈던 바지만, 시골의 작은 동네인 던디에 영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의 분관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다음 글이 곧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