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원제: Tamed | 앨리스 로버츠 지음 | 김명주 옮김 | 푸른숲 | 2019년 12월 17일 출간』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상의 요소들, 그중에서도 가축과 작물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구체적으로 개, 밀, 소, 옥수수, 감자, 닭, 쌀, 말, 사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인류를 포함한 열 가지의 종의 기원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하루 동안에도 위에 언급한 것 가운데 어느 한 가지는 반드시 마주할 수밖에 없다. 열 번째로 꼽은 인간을 제외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것을 ‘문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그렇듯 이것들도 그 처음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는 우리의 일상에 너무도 깊숙이 들어와 있는 나머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마는 문명의 필수 요소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한다.
이 책의 저자 앨리스 로버츠Alice Roberts는 의사 겸 해부학자로 고대 인간의 질병, 해부학, 진화론, 발생학,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주로 연구해왔다. 그는 인간이 동식물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인간도 그들로부터 길들여지는 것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인간과 동식물의 관계가 인간 주도에 의한 것이라고 바라보는 기존의 인식이 사실은 지극히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임을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새로 생겨나고 사라지며 동시에 변화하는 여러 종들의 변화 속에서 ‘순종’이라는 것도 사실은 인간 본위의 매우 허구적인 개념임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도 다분히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다. 저자는 유전자 조작이라는 것도 사실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종의 역사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하는데, 사람에 따라서 그러한 견해에 동의할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지리학, 고고학, 역사학, 유전학을 넘나들며 인간을 포함한 열 가지 핵심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500쪽이 넘는 책의 두께가 그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는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인간과 함께한 가축과 작물의 역사를 깊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다룬 책이다. 이런 종류의 지적 자극을 즐기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한 책이다.
(다음 글이 곧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구매해서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