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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똥 때문에 기분 좋은 하루

아침 출근길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밤새 비가 온 다음 날의 선선한 공기를 좋아한다. 마치 샤워를 하고 나온 직후의 개운함이 온 거리거리마다 스며든 그 느낌이 좋다. 적당히 습하고 선선한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켜면 발걸음마저 가벼워진다.

비가 온 다음 날은 동네 비둘기들도 바삐 날아다닌다. 밤새 비에 젖은 날개를 말리려고 그러는 건지. 오늘도 비둘기 서너 마리가 내 시야를 가로지르며 날아간다. 그 순간, 무리 중에 하나가 나의 발 바로 앞에 뭔가를 수줍게 떨어뜨리고 도망간다. 잠시 걸음을 멈추어 방금 떨어진 게 뭔지 보도블록을 내려다본다.

‘앗, 새똥이구나.’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내가 한 걸음만 빨리 걸어갔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저 찝찝하게 생긴 게 바로 내 정수리나 어깨에 떨어졌을 텐데. 끈적하니 냄새도 잘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데. 아,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래저래 아침부터 참 곤란해졌을 터다.

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한 걸음 늦는 바람에 새똥을 피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시간으로 따지면 1초 정도, 말 그대로 간발의 차이로, 새똥을 뒤집어썼을 때 뒤따르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운이 좋다는 게 별게 아니다. 더 나쁜 일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맞닥뜨린 상황이 얼마든지 다행이고 행운이 된다. 이처럼 행운과 불운은 실제 일어난 일보다도 자기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달렸다.

아무튼, 상쾌한 공기에 더해서 기분 좋을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다른 것도 아닌, 내 눈 앞에 떨어진 새똥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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