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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효능에 관한 오해

비타민이란 무엇일까? 비타민은 쉽게 말해서 “우리 신체가 살아있도록 도와주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비타민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는 달리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이들이 인체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각종 효소의 대사에 관여함으로써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이다.

비타민이라는 말에도 그 의미가 담겨있다. 비타민은 ‘생명’을 의미하는 라틴어 ‘비타vita‘에 질소 화합물인 ‘아민amine‘을 결합시켜 만든 vitamine에서 유래한 단어다. 나중에 비타민이 ‘아민’과 관련이 없다는 점이 밝혀져서 amine의 e를 빼고 vitamin이 되었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이제 비타민은 우리 일상에서 무척 친숙한 것이 되었다. 집집마다 선반에 비타민 몇 가지가 놓여있는 것은 흔한 광경이다. 그런데 의외로 비타민에 관해서 잘못 알려진 정보들도 많다. 오늘은 비타민에 대한 흔한 오해 몇 가지를 살펴보고 바로잡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자.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를 먼저 짚고 가자면, 우리가 비타민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알고 보면 그 종류에 따라 화학 구조나 특성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비타민 A와 비타민 C는 둘 다 비타민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종류의 물질이다. 다만, 오늘은 개별적인 비타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루기보다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전반적인 내용을 위주로 다루겠다.

비타민,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비타민은 인체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이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사람에 따라서는 특정 비타민을 조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타민 A, E, D, K 같은 지용성 비타민으로, 과잉 섭취 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타민 A는 과잉 복용 시 각질, 홍조, 모발 성장 장애, 식욕 상실, 간 장애, 과칼슘혈증, 태아 기형 유발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비타민A는 흡연자의 폐암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이유로 미국예방의료전문위원회USPSTF는 흡연자에게 비타민A를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비타민 D도 과도할 경우 연조직의 석회화, 안구 염증, 가려움, 갈증, 구토, 설사, 변비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이 같은 몇 가지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타민을 무조건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특히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만들어진 비타민제는 상당량의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권장량보다 많이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평소 식사로 충분한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다?

세간에는 반대로 비타민제가 필요 없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음식으로 충분한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비타민제를 챙겨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비타민 C를 보충하고 싶으면 신선한 과일을 먹으면 되고, 비타민 D를 위해서는 밖에 나가서 틈틈이 햇빛을 쐬면 된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우리는 종일 실내에서 보내야 할 때도 많고, 때로는 채소 하나 없는 가공식품으로 식사를 때워야 할 때도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항상 비타민만 신경 쓰고 살 수는 없다. 그러다 보면 비타민을 보충하는 일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실제로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57.6%가 비타민 C를 권장 섭취량의 75% 미만으로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45.3%는 비타민 A를 권장 섭취량의 75% 미만으로 섭취하고 있다. 심지어 비타민 D 결핍 환자는 4년 새 10배로 늘었다고 한다. 여기에 모두 열거하지 못할 뿐, 다른 종류의 비타민의 섭취 상황도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말하자면,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항상 최적의 환경에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타민을 추가로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타민제 복용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현실을 고려한 차선이라고 할 수 있다.

천연 비타민이 합성 비타민보다 좋다?

기왕이면 천연 비타민이 합성 비타민제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자연에서 유래했다는 의미의 ‘천연’이라는 말이 공장에서 생산한 것을 나타내는 듯한 ‘합성’이란 말보다 몸에 더 이로울 것 같기 때문인 듯하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비타민제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먼저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천연’이라는 말은 제품명에 마음대로 붙일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에 따르면 인공 향, 합성 착색료, 합성보존료가 들어있지 않고 화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의 경우에만 ‘천연’이라는 표시할 수 있다.

그런데 천연 원료에서 비타민을 추출했어도 이를 캡슐이나 알약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합성 착색료와 응고제 같은 화합물이 사용된다. 비타민제 제조 회사들이 주원료가 천연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천연 비타민제’가 아닌 ‘천연 원료 비타민제’로 홍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천연 원료가 단 1%만 포함되어 있어도 ‘천연 원료’라는 말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100% 천연 비타민’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학계에서는 천연 원료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이 효능상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비타민을 식품에서 직접 추출하는지, 아니면 화학적 합성을 통해서 만드는지의 차이일 뿐 같은 사실상 같은 물질이기 때문이다. 천연 비타민을 선호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지만, 가격 대비 효용성을 고려해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겠다.

비타민, 적당한 게 좋다.

앞서 이야기했듯, 비타민은 몸속에 들어온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무기질의 대사를 조절하여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비타민의 역할이 그런 만큼 섭취에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건강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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