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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유명 유튜버들의 엄청난 소득이 더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평범한 직장인들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하루 만에 벌기도 하며, 한 달에 수십억 원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돈을 번다는 건 누군가 그 돈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유튜버들이 벌어들이는 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들이 유튜브를 통해서 벌어들이는 그 막대한 돈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유튜버들의 수익은 기본적으로 광고에서 온다. 유튜버가 벌어들이는 돈은 그 유튜버의 영향력으로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알리고 싶어하는 이들에게서 오는 것이다.

유튜버를 비롯한 인플루언서가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많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인터넷 광고 시장의 기본 전제이다.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원제: Change | 데이먼 센톨라 지음 |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06월 28일 출간>는 바로 그러한 상식에 도전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먼 센톨라Damon Centola는 ‘인간의 행동이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소셜 네트워크 과학자이다. 그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다. 인플루언서가 ‘세상에 무언가를 알리는 것’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홍보의 궁극적인 목적인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로 인플루언서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한다. 인플루언서는 그 자리에 올라서는 과정에서 수많은 추종자에게 둘러싸인다. 이런 위치는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팬들의 저항을 불러올지도 모를 변화를 시도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게 만든다. 즉, 인플루언서를 인플루언서이게 하는 영향력이 바로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게 만드는 억제력이다.

설사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영향력 범위에 있는 이들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시도를 감행하더라도, 실제로 추종자들의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저자는 그 이유가 ‘단순한 전염’과 ‘복잡한 전염’의 차이에 있다고 설명한다.

‘단순한 전염’이란 바이러스처럼 한 번의 접촉으로 전염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복잡한 전염’에서는 타인이 한 두 번 설득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복잡한 전염의 예로 사람들의 심미적 취향이나 정치적 성향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남의 의견에 쉽게 변하지 않는 속성이 있으며, 그것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빌린다고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변화 확산의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그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사회 네트워크의 주변부이다. 저자는 인플루언서처럼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1인이 아니라, 수시로 접촉하며 상호 긴밀하게 소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집단에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변화의 진앙이 된다는 말이다.

물론, 작은 집단에 어떤 변화가 싹튼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대세가 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저자는 ‘티핑 포인트’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티핑 포인트’란 새롭게 나타난 생각이나 행동이 특정 집단을 벗어나 사회 전체의 주류로 거듭나는 기점 혹은 임계점을 말한다. 저자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변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티핑 포인트’를 25%로 정의한다. 새로 등장한 유행이나 기술 등이 일단 인구의 25%에게 수용되면, 그 이후에는 사라지지 않고 널리 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어떻게 ‘티핑 포인트’ 25%에 도달할 것인가. 여기서 저자는 ‘산탄총 전략’, ‘은빛 탄환 전략’, ‘눈덩이 전략’의 차이를 비교한다. 생소한 용어지만, 사실은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있는 것들이다.

먼저 ‘산탄총 전략’은 기존에 오랫동안 활용되어온 TV나 라디오 광고 같은 방식을 말한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에게 광고를 송출하는 홍보 전략을 산탄총에 비유한 것이다. ‘은빛 탄환 전략’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말한다. 영향력 있는 소수를 선택하여 그들이 대중을 설득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눈덩이 전략’은 네트워크 주변부를 공략하는 것이다. 일단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작은 집단 내에서 변화가 뿌리내리게 한 뒤, 그 작은 집단을 씨앗으로 하여 점차 다른 집단으로 확산하게 한다는 발상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사회 네트워크의 주변부를 변화의 시작점으로 보는 발상과 궤를 같이하는 전략이다. 인플루언서의 한계인 추종자들로부터의 저항을 피할 수 있고, ‘단순한 전염’이 아닌 ‘복잡한 전염’을 기대할 수 있다.

요약하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확산시키는 것은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반복하는 접촉과 노출을 통해 만드는 ‘복잡한 전염’이다. 이른바 ‘눈덩이 전략’을 통해 인구의 25%가 변화를 수용하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비로소 대세가 되어 세상을 뒤흔들 준비가 된 것이다. 인플루언서의 일방적이고 피상적인 홍보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목표이다.

나는 기존의 고정 관념에 도전하는 책을 좋아한다. 세상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의문을 던지고 나름의 논리와 근거를 들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짜릿한 희열마저 느껴진다.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바로 그런 책이다.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지만 인플루언서가 아니라서 무력함을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 변화가 확산하는 과정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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