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일리가 있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역설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신의 말은 진리이다. 성서에 쓰인 것은 신의 말이기 때문이다. 성서가 신의 말씀이라는 것은 성서에 쓰여 있다. 그러므로 성서가 신의 말이라는 것은 진리이다.” 같은 종교의 말장난이 그렇다. 그런데 이 예시는 종교를 둘러싼 역설 중에서도 깃털처럼 가벼운 역설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의 진짜 역설은 그보다 더욱 본질적인 것에 있다. 지금부터 그게 무엇인지 살펴보자.
모든 것에는 존재 이유가 있다. 학교는 지식을 전수하기 위해, 소방서는 불을 끄기 위해 만들어졌다. 마찬가지로 종교는 원래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생겨났다. ‘내가 왜 이 세상에 왔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한 삶을 의미 있게 사는 것인지’, ‘죽음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같은 삶의 근원적인 의문에 답을 제시하는 것이 종교의 본래 목적이자 존재 이유다.
그런데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 다른 말로 남을 가르치는 게 원래 상당히 남는 장사다. 초기 자본이 딱히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시장을 적절히 선점만 하면 꾸준한 수요가 따르기 때문이다. 인강 유명 강사 연봉이 대기업 임원 연봉을 훌쩍 뛰어넘고, 대학생 아르바이트 중에서도 과외가 최고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물며 누구든지 평생에 걸쳐서 고민하는 삶의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니, 이것보다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종교는 태생적으로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세속 종교와 그 지도자들은 본래의 목적을 외면한 채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쪽으로 변질하였다.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게 종교의 본래 목적이었으나, 이제는 수익성을 보장하는 종교 시스템의 유지가 더욱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심지어 한발 더 나아가 종교 자체가 신도 개개인의 삶의 의미가 되도록 권장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모범보다는 선교가, 나눔보다는 헌금이 더 고귀한 일이 되었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새로운 욕망의 종교가 되었고, 교회의 욕망은 스스로 부동산이 되었다.
종교의 눈부신 세속적 성공을 지켜보며, 신도들은 종교가 제시하는 규칙에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쓴다. 대기업이 만든 게임 속 레벨을 올리느라 하루 온종일 방구석에 처박혀 대부분 시간을 쏟아부으며 지내는 게임 중독자들처럼. 농담이 아니라 나는 종교가 정말 게임 중독과 무척이나 닮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게임의 규칙이 ‘이제부터 신에게 절대복종하고 복을 빌며 대신 가진 것을 내놓기로 하는 것’이란 점이 조금 다를 뿐, 이미 정해진 규칙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라간다는 점에서는 게임 중독과 전혀 다르지 않다. 진짜 통장 잔고를 털어서 가상의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마저 서로 닮았다. 그들은 진짜를 내놓고 가짜를 얻어간다.
그런가 하면, 사랑과 자비를 가르친다는 종교가 실제로는 이 지구상의 수많은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나의 것만 옳고 너의 것은 틀리다’는 독단적 사고는 과학이나 인문학 같은 다른 분야에서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로지 종교만이 독단적으로 공존을 거부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미사일들이 학교로 병원으로 날아드는 것이다. 종교는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원한다며 손을 내밀지만, 정작 그 손으로 지구상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켜서 멀쩡히 잘살고 있는 선량한 사람들을 구원이 필요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몬다.
이런 점을 살펴보았을 때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역설은 다름 아닌 종교 그 자체가 아닌가 한다. 이런 역설이 선량한 개개인들에게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무척 슬프게 한다. 이런 불행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종교의 원래 의미가 개개인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내가 믿는 종교가 여러 종교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종교가 사랑과 자비를 추구하는 길이라면 그 가운데 기본은 남을 인정하는 것, 다른 말로 남의 종교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신에 대한 믿음보다 더욱 중요한 종교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 글이 곧 이어집니다.)
종교생활하며, 궁금했던것중 하나가 왜 신은 전쟁을 방관하는가 입니다.
그에대한 답을 정확히 적어주셨네요 ^^!
철학에서 말하는 내용이 생각납니다.
갈라지는 철로가 있고 열차가 멈추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1선로는 1명이
2선로는 10명이 있다면…
1선로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사망자를 줄이는 쪽이 옳은 것인가?
혹 1선로 1명이 지도층이라 2선로를 택하게 된다면,
1명을 살리기 위해 다수를 희생하는것이 옳은 것인가?
또 역으로 생각한다면 이것을 신이 판단하고 옳은 결정을 내렸다면
인간의 이성은 왜 필요한가?
신이 인간의 이성을 심어주었다는것 또한 모순이 아닌가?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용서하세요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
나자신의 작은변화가 세상의 큰변화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