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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어떻게 공감을 얻는가

말은 어떻게 공감을 얻는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매우 많다. 공감을 얻으면 당신이 품은 뜻을 더 널리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힘까지 빌리면 오늘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지 못할 곳은 없다.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널리 퍼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오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기 바란다.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일을 할 때나 질문할 때 앞뒤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전화를 걸 때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여유도 없이 단번에 본론으로 들어가서 상대방이 당황스러워 할 때도 있다.

아버지는 이런 내 모습을 좌우를 가리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에 비유하고는 하셨다. 이런 나의 성격이 때로는 한 가지 일에 무섭게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된 적도 있다. 하지만 종종 나의 공감력 부족은 본의 아니게 남과 나 모두에게 불편을 가져왔다.

반면에 분위기를 이끌면서 화제를 주도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이런 이들을 볼 때에는 적잖이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남이 가려워 하는 부분을 알아서 긁어주는 그런 이들의 능력을 보면 항상 본받고 싶다. 하지만 배우고 싶다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랜 기간의 습관화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동기 중에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워보고 싶은 의도가 있다. 글을 통해서 내 생각을 나누고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본다. 그리고 조금씩 남의 생각과 느낌에 나의 생각과 느낌을 조율해 간다. 남이 내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왜 그런지에 대해서 곰곰히 이유를 생각해본다. 이렇게 블로그는 남과 공감하는 훈련을 하기에 좋은 도구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남과 공감하는 능력을 훈련하다 보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다.

타인과의 공감에 어려움이 있어서 남몰래 힘들어 하는 이들이 나 말고도 많을 것이다. 당신의 경우는 어떠한가. 혹시 사람들이 당신의 의견에 이유없이 동의해 주지 않을 때가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당신도 남의 생각에 공감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도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역설적이지만 당신이 공감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게 차라리 희망적일 수 있다. 반대로 당신에게 공감의 어려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이다. 공감 능력이 극도로 떨어지는 이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본인이 남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고 자신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 내가 그거 해봐서 아는데”와 같은 어법을 쓰는 사람들이 그렇다. 하지만 그런 사람 치고 실제로 공감 능력이 좋은 사람이 있던가.

공감 능력을 키워보고 싶은 의지가 『말은 어떻게 공감을 얻는가 이민영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5년 02월 23일 출간』의 첫 장을 열게 했다. 항상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질문이 곧 책의 제목이었다. 책을 펼치기 전 다소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요즘 흔하디 흔한 말하는 요령, 즉 화술에 관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다행스럽게도 저자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화술이 아니었다. 그래서 끝까지 계속 읽어갔다.

저자는 국제 컨퍼런스conference인 테드TED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책의 내용은 그게 전부이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식의 알맹이 없는 화술 교정법은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그저 지금까지 테드에 소개된 강연들 가운데서 인상적인 것을 펼쳐놓고 ‘공감하는 말하기’란 무엇인지 스스로 느끼며 답을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저자가 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테드가 오늘날 까지 걸어온 길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테드는 1984년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가 리처드 솔 워먼Richard Saul Wurman이 시작한 국제 컨퍼런스로,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영어 단어 앞글자를 따서 만든 명칭이다. 원래는 소수의 전문가들끼리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서 진행했던 비공개 모임이다.

소수정예의 폐쇄적인 모임이던 테드는 2001년부터 미디어 사업가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이끄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인 새플링 재단The sapling Foundation이 인수한 후 큰 변화를 맞이한다. 크리스 앤더슨은 이전 글에서 3D 프린팅3D printing을 다룬 책으로 소개한 『메이커스 –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사람들 원제 : Makers | 크리스 앤더슨 지음 | 윤태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2013년 05월 27일 출간』의 저자이기도 하다. 크리스 앤더슨이 이끌기 시작한 테드는 강연의 모토를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생각Ideas Worth Spreading‘으로 정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회의가 되었다. 결정적으로 2007년 공식 사이트 테드닷컴ted.com를 통해서 무료로 배포되며 크게 성장한다.

영어로 진행되는 강연 동영상이지만 수많은 자발적 참여자들에 힘입어 여러 언어로 번역된 자막이 첨가되어 공유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최신 테드 강연 동영상을 한글 자막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저자는 테드의 강연들 가운데 인상적인 것들을 추려서 그 강연에 담긴 공감의 비결을 풀어나간다. 강연 주제는 환경 보호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터득한 작은 생활 요령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운동화 끈을 올바로 묶는 법’도 있다. 그리고 무대에 오르는 강연자도 각양각색이다. 저자가 소개했던 강연 가운데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빌 게이츠Bill Gates의 모기쇼와 자체제작 풍차로 발전기를 만들어낸 아프리카Africa 소년에 관한 것이다.

먼저 빌 게이츠의 이야기를 해보자. 빌 게이츠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의 창업자보다도 자선사업가로서 더 유명하다. 빌 게이츠의 자선사업은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 퇴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테드 무대에서도 빌 게이츠는 말라리아Malaria의 위험성에 대해서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말라리아에 대한 공포가 크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위험한 질병이다. 그렇다면 빌 게이츠는 다른 이들에게서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 기발하게도 강연장에서 직접 모기를 풀어놓음으로써 청중들이 말라리아에 대한 공포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물론 그 모기는 말라리아가 제거된 것이었지만 말이다.

한편, 풍차 발전기를 만든 아프리카 말라위Republic of Malawi 출신의 19살 소년이었던 윌리엄 캄쾀바William Kamkwamba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 소년은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전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풍차를 만들었다. 재료라고 해봐야 망가진 자전거와 자동차에서 가져온 철판 등이었다. 소년은 풍차를 발전기와 연결하여 전기를 만들어 내었다. 보기에는 어설퍼도 기능적으로 손색 없는 풍력 발전기였다.

그리고 그 방법을 이웃들에게도 알려주었는데 이 모습을 외신 기자들이 취재했다. 그리고 이것을 전세계의 수많은 블로거들이 다시 소개하여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유명세가 결국 이 소년을 테드의 무대에 서게 하였다. 무대에서 소년은 더 많은 풍력 발전기를 만들도록 지원해 달라고 호소한다. 이후 테드 강연 동영상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이에 힘입어 소년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원제 : The boy who harnessed the wind | 윌리엄 캄쾀바 , 브라이언 밀러 지음 | 김흥숙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11월 10일 출간』라는 제목의 책을 내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에 이른다.

이 작은 소년이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낸 힘은 무엇일까. 소년은 전기 부족의 불편함과 그에 대항하는 자신의 노력을 대비 시켰다. 어려움과 절박함은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더 많은 풍력 발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해달라는 소년의 메세지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빌 게이츠와 아프리카 꼬마가 한 무대에서 설 수 있다는 사실처럼, 인터넷이 만들어낸 공유의 문화는 기존의 권위와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세계적인 유명인사와 아프리카 시골의 꼬마가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세상이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공감가는 메세지를 전해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이자 중심 주제이기도 하다. 저자가 테드 강연을 통해서 추려낸 ‘공감있는 말을 위해서 강조한 것’을 내 나름대로 정리한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이다.

첫째, 일상생활에서 이야기를 끌어와야 한다. 달리 말하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스스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해야 신뢰가 생기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눈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빌 게이츠의 모기쇼처럼 사람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좋다. 사람이란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느껴야 더욱 강력하게 믿음을 가지는 법이다.

셋째, 듣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상대방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즉 ‘말하는 사람 입장’이 아니라 ‘듣는 사람 입장’에서 제대로 전달이 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저자가 소개한 강연은 말라리아와 풍력 발전기 이야기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유튜브를 검색해도 다양한 테드 강연을 접할 수 있다. 이 강연들 중 마음에 와닿는 것들은 대체로 위의 세가지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테드를 보면 강연자들이 자신의 이야기에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당신도 그들과 같이 당신만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테드 무대에 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대안이 있다. 당신이 지닌 가치있는 생각을 글로 담아서 세상에 펼쳐보자. 블로그가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무대가 말로 이야기를 하는 무대인지, 글로써 표현하는 지면인지의 차이일 뿐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공감을 얻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물론 글로 공감을 얻는 것도 처음에는 쉽지 않다. 나도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하다. 특히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나는 저자도 말한 바와 같이 그저 소소한 이야기를 적으려고 노력한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다. 그것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다. 다이아몬드가 달리 귀한 것이 아니다. 드물기 때문에 귀한 것이다.

글의 수준이 낮아서 사람들이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할 수 있다. 내가 항상 느끼는 바이기도 하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 가지 독창적인 방법을 만들어냈다. 일종의 정신승리다.

그것은 예전에 읽었던 다른 이들의 블로그 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글을 쓰는데 큰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이전에 읽었던 그 글들이 거의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글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금 내 글도 대부분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한다. 이 생각은 글을 쓸 때도 조금 더 힘을 빼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남들이 하지 않은 당신만의 생각이 있는가. 테드에 소개된 사람들처럼 당신의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무대에 서지 못함을 아쉬워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글을 써서 사람들과 나누어보자. 이는 당신에게 예상치도 못한 많은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당신을 인도할 것이다.

“말은 어떻게 공감을 얻는가”의 3개의 댓글

  1.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더욱 더
    필요한 것이 ”공감”이라는 부분인데 “말이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는 부분입니다.

    공감가는 글 감사합니다.

  2. 안녕하세요.
    페이스북을 통해 글을 접하고 관심이 먼저 가는 글 몇 편을 읽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시며 글 쓰는 습관을 들인 계기부터, 각 책의 간략한 내용에 더하여 신승건님의 경험과 생각 등을 남기신 부분이 참 흥미롭습니다. 저 스스로도 더 생각해보고 돌아보게 되네요.
    앞으로도 글 잘 읽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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