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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부상

로봇의 부상

포드 자동차Ford Motor Company 창업자의 손자 헨리 포드 2세Henry Ford II가 미국자동차노조UWA 위원장 월터 루터Walter Reuther와 나눴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된다. 어느 날 헨리 포드 2세는 월터 루터와 함께 자동화된 공장을 둘러보며 놀리듯이 이렇게 말했다. “위원장님, 앞으로 어떻게 저 로봇들로부터 노조회비를 걷으실 겁니까?” 그러자 월터 루터는 이렇게 맞받아쳤다. “사장님, 앞으로 어떻게 저 로봇들에게 차를 팔 생각이신가요?”

이 이야기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져올 영향력을 ‘일자리’라는 측면에서 깊이 있게 다룬 책 『로봇의 부상 원제 : Rise of the Robots | 마틴 포드 지음 | 이창희 옮김 | 세종서적 | 2016년 03월 23일 출간』에 소개된 것이다. 컴퓨터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이자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사업가인 저자 마틴 포드Martin Ford는 『로봇의 부상』을 통해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는 2010년 1월 충격적인 통계 자료를 공개한다. 21세기 첫 10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대공황 이래로 유례가 없던 이 사건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린다. 과학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며 더 다양하고 많은 상품이 생산되고 있는데도 2000년대 첫 10년은 어째서 일자리가 생기지 않은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근로자와 기계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로봇의 부상』에서 자동화가 일자리와 근로자의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또한, 자동화될 직업들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 가운데 현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하여, 단순 노동은 물론 ‘화이트 칼라’로 불리는 고임금 고숙련 직업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다.

이어서 저자는 정보 기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제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정보 기술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울러 정보 기술이 경제의 주요 분야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도 조명한다. 특히, 대학 졸업자와 심지어 그 이상의 경력을 가진 고숙련 일자리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비교적 로봇으로부터 안전하리라고 예측되는 분야도 살펴보는데, 교육 분야와 의료 분야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저자는 교육 분야는 다양한 기술적 진보의 영향으로 더 이상 안전한 영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작문을 비롯한 창의적 작업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수 있는 상황이 코 앞에 와있으며, 대학 교육도 온라인 교육으로 상당 부분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의료 분야는 타 직종에 예외적으로 로봇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에 저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로봇으로 대체 불가능한 의료 고유의 특성, 의료 비용의 증가, 그리고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부족 등의 세 가지가 이 분야를 로봇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무풍지대로 남겨놓는 이유의 핵심이다. 결국, 의료계의 직업 안정성은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이들, 특히 저임금과 실직의 위험에 직면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희생을 전제한 것이다. 때문에 의사의 한 사람으로써 이 문제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편치가 않다.

이어서 저자는 3D 프린팅과 무인자동차의 사례를 통해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경제의 모습을 짐작해 보는 시간도 마련한다. 머지않아 보편화 될 이 두 가지 기술을 중심으로 우리가 기술에서 얻게 될 편익과 그에 따르는 일자리의 상실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초지능과 나노 기술nano technology 등 이제껏 인류가 넘보지 못한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싱귤래리티Singularity‘ 즉, ‘특이점’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다룬다. 이 기술들은 로봇처럼 지금 당장은 실현 가능한 것들이 아니지만 잠재적 파괴력이 훨씬 큰 기술들이기 때문에 한 번쯤 살펴볼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로봇으로 초래될 실업과 부의 편중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사실상 이 책의 핵심 주제이며 결론에 해당한다. 저자는 부의 편중을 해결하고 일자리를 잃게 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적정선의 돈을 정부가 지급해주자는 발상이다. 하지만, 기본 소득에만 의존하여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버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기본소득의 지급 규모는 최소한으로 정해 먹고살 수는 있지만 안락한 생활은 누리지 못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저자는 나름의 고민과 연구 끝에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제안했지만,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본소득 보장제도’가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기본소득 보장제도’가 실현된다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가운데 한 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봇의_부상

우리가 잃게 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전에, 일단 저자가 부의 편중과 실업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주장을 풀어서 살펴보자.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함에 따라서, 기업은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더욱 많이 생산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용되는 ‘직원으로서의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든다. 그런데, ‘직원으로서의 사람’은 직장 밖에서는 곧 소비자이기도 하다. 즉,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말은 기업의 생산활동을 통해서 수입을 얻게 될 사람이 적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며, 이는 결국 그 기업이 생산한 것을 사서 쓸 사람도 줄어든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기업은 사람들로부터 돈을 벌 수 없으니 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없고, 소비자들은 돈이 없으니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상품을 생산하지도 못하고, 소비자는 돈이 없으니 상품을 소비할 수도 없어서 기업과 개인의 경제 활동이 멈추게 된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서 소비자인 사람들에게 정부가 ‘돈을 풀어서’ 경제를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기본소득 보장제도’의 핵심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곰곰히 생각 볼 문제가 생긴다. 우리가 선거로 5년마다 대통령을 뽑고, 4년마다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세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낸 각종 세금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존재 기반이 되어준다.

그런데 대다수의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생활비를 받아서 쓴다? 아마도 그렇다면 그 생활비의 재원은 로봇으로 수익성이 강화된 기업들이 맡게 될 것이다. 지금도 정경유착이 문제가 되고 소수 대기업의 편익을 위해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현실인데, 만약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어서 대다수 국민들에게 ‘기본소득 보장제도’라는 명목으로 생활비를 지급한다면, 정부가 기업의 이익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1단계 : 로봇의 보편화로 일자리가 줄어든다.
2단계 : 상품은 넘쳐나는데 소비자의 구매력이 하락한다.
3단계 : 소비가 없으니 기업의 수익도 하락할 위험에 처한다.
4단계 :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어서 소비자들에게 생활비를 지급한다. (저자의 주장)
5단계 : 생활비를 받는 국민들의 소비가 되살아나고 기업의 생산 활동도 지속된다.
6단계 : 정부는 국민들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대신 그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세금을 내는 기업들의 결정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다. (나의 주장)

요컨대 저자가 주장하는 ‘기본소득 보장제도’는 결국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것이다. 이는 중동의 산유국 가운데 국민들에게 생활비를 나눠주고 왕권도 유지하는 몇몇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 산유국의 왕들은 석유에 권력의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석유 시설과 기업만 잘 통제하면 된다. 굳이 국민을 쥐어짤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받아야만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정부는 끊임없이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수익성을 높이고자 국민의 이익을 침해해도 정부가 이에 눈감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정부의 돈줄이 국민의 세금이 아니라 기업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생활비를 받아서 살아가는 국민이 이를 막을 방도는 없다. 언젠가 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선거제도 폐지될지 모를 일이다.

유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리엄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자신의 이름을 딴 5단계 욕구 이론을 정립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 및 애정 욕구, 존중 욕구, 자기실현 욕구로 계층화되며, 뒤로 갈수록 더 높은 차원의 욕구에 해당한다. ‘기본소득 보장제도’에 기대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정부를 국민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은, 가장 낮은 단계인 생리적 욕구의 해결을 위해서 가장 상위 단계인 존중 욕구와 자기실현 욕구를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쯤 와서 생각해보니, 로봇이 초래할 일자리의 소멸과 그에 따라올 문제들은 나 역시 뾰족한 답을 모르겠다. ‘기본소득 보장제도’라도 제안할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답답함이 이해가 된다.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라도 『로봇의 부상』은 시간을 내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나는 섣불리 해결책이랍시고 설익은 의견을 내놓을 생각은 없다. 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규모를 생각하면, 섣부른 미봉책으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더더욱 피하고 싶다. 쉽고 간단한 해결책은 그 순간은 모면케 하지만 결국 훗날 그 대가를 치르게 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로봇이 가져올 이러한 위험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기본소득 보장제도’는 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확실히 이해하게끔 하는 것이다.

문제를 공론화하여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것까지가 내 그릇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이 글을 읽는 이들 가운데 나보다 훨씬 현명한 누군가가 나와서 더 나은 해결책을 마련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를 기대해본다.

“로봇의 부상”의 4개의 댓글

  1. 궁극적으로 일자리의 소멸은 단순히 사람들의 일자리의 소멸만을 의미하는게 아니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본주의의 구조를 바꿀수 밖에 없게 만들게 됩니다. 결국 좀 심한 표현으로 자본주의의 소멸… 종말을 얘기할수도 있겠죠.
    전 책은 읽지 않았습니다만 이에 관심이 많아서 오래전부터 관련 분야를 쭉 봐왔었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기본소득보장제도 정도에서 궁색하게 대안을 얘기할수밖에 없었을지 보입니다.
    단순도식화 하면 결국 해법은 대체한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서 그것으로 기본소득보장을 해줄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너무 뻔하게도 일자리 자체가 없는데 세금은 어떻게 걷겠습니까
    당연히 이것은 결국 법인세의 확대와 다름이 없는 것이고 말씀하신대로 기업의 입김이 더 커진다는 논거는 맞는거 같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순환구조에 절대 맹점이 또한 사주는 소비자 역시 반드시 존재해야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기업도 역시 아킬레스건이 있는 것이죠…

    불안과 공포는 모르는 것으로부터 온다고 합니다. 미래도 그렇죠.
    솔직히 어설픈 대안등 보다는…
    과연 이런 흐름과 추세가 유토피아를 만들어 줄것인지 디스토피아를 만들어줄 것인지…
    제레미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이란 책 이후 이제 실제 체감되고 직면한 시대에 있어서 오늘날 통찰력 있는 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댓글로 여러 얘기를 풀어놓기는 그렇고 최근에 이런 책이 나왔다 해서 검색해 보던 중 우연히 님의 글을 접하고 지나가다 간단히 의견을 남겨봅니다.

  2. 미래사회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네요~

    몇년후가 되면 집집마다
    로봇을 두어 가사를 돕는다는 글을
    어디서 봤어요
    먼미래가 아니라 실현가능한
    가까운 미래라고 하는데..

    편리하긴한데 가사마저도 로봇이
    대신하면 편리할까요~?
    아니면 그마저도 뺏앗겨 사람이
    설자리는 더 없어지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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