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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근교의 농장 체험기

오늘은 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같은 반의 싱가포르 친구네 가족과 함께 런던 근교의 농장 체험을 다녀왔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주말농장을 가본 적은 있었지만, 학부모가 되어 농장 체험을 가는 것은 처음이다. 새삼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농장으로 가는 길

오늘 다녀온 농장은 런던의 가장 북쪽인 엔필드Enfield에 있다. 집에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1시간이 조금 넘는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 근교의 주말농장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갔던 한국의 주말농장은 일종의 분양방식으로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두 참여하면서 중간중간 관리를 맡기는 곳이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주말에 가서 이용료를 내고 하루 동안 수확만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이번에 간 곳은 후자에 해당하는 곳으로 그날 하루 동안 이용료를 내고 원하는 만큼 먹을 것을 수확해서 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기서는 이렇게 이용료를 내고 들어와서 농장 체험을 하는 방식을 Pick-Your-Own, 줄여서 PYO라고 한다. 런던 근교에는 여러 군데의 PYO Farm들이 가족 단위 손님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킹스크로스역

먼저 기차를 타기 위해서 킹스크로스역Kings Cross Station으로 향했다. 이전에도 소개한 바 있지만, 킹스크로스역은 바로 옆의 국제철도역인 세인트판크라스역St Pancras Station과 함께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기차역이다.

우리는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10번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고, 그 바로 옆은 9번 플랫폼이다. 바로 이 사진 속 어딘가에서 해리포터는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떠났을 것이다.

영국의 기차 실내는 이렇게 생겼다. 이 기차는 런던에서 1시간 정도 거리인 케임브리지Cambridge를 종착역으로 하는 기차이다. 물론 우리의 목적지인 엔필드의 포터스바역Potters Bar Station은 그보다 가깝기 때문에 15분 후에 내리면 된다. 만약 제때 내리지 않는다면, 무척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포터스바역

다행히 포터스바역에서 내렸다. 여기서부터 다시 15분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버스에서 내린 다음에는 또 1km가량을 걸어가야 한다. 농장에 가서도 열심히 일해야 할 텐데, 도착하기까지 과정부터 만만치 않다.

파크사이드 팜

토요일 아침잠을 포기하고 집을 나선 끝에 드디어 목적지인 파크사이드 팜Parkside Farm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확실히 런던 시내하고는 다르다. 파크사이드 팜은 1938년에 일가족이 시작한 농장으로, 1979년부터 4에이커, 약 5천 평 규모의 체험형 농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50에이커, 그러니까 약 6만 평 정도의 대지에 펼쳐진 체험형 농장으로 성장했다.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 애호박, 양파, 시금치, 스위트콘 등을 직접 수확하여 집에 가져갈 수 있다.

직접 작물을 수확하는 즐거움

처음에 입장료를 내면 수확물을 담을 수 있는 종이 바구니와 비닐봉지를 원하는 만큼 준다. 입장료는 어른, 아이 모두 한 명당 2 파운드로 대략 3천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처음에는 종이 바구니와 비닐봉지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입구 한쪽에 손수레가 있어서 함께 가지고 갔다. 비용은 한 명당 2파운드로 다 끝나는 것은 아니고 나중에 수확한 개수나 무게에 비례하여 다시 결제를 한다.

6만 평이라는 넓이가 대략 여기 사람들이 좋아하는 축구장 30개의 넓이다. 숫자로는 감이 안 왔는데, 반나절 동안 두 발로 누벼보니 장난이 아니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기 손으로 과일과 채소를 따는 게 재밌다며 뛰어다닌다. 그 모습을 보니 시간을 내어 온 보람이 있다.

땀과 노력의 결실

오늘 수확한 과일과 채소다. 최대한 익숙한 것들 위주로 모아보았다. 딸기, 라즈베리, 옥수수, 시금치, 호박, 스위트콘, 양파다. 개수와 무게 측정을 마치고 정산을 하니 2만 5천 원 정도가 나왔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직접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해 보이나, 또 여기까지 오는 데 들인 교통비와 시간 그리고 수확하는 노력을 감안하면 싸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추억만큼은 결코 돈으로 그 값을 매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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