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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르는 법

2살짜리 아이가 스마트폰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세상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나중에 식당에 갈 일이 있으면 주위를 한 번 둘러보라.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어른들은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그 옆에서 스마트폰을 꼭 쥔 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것은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 사실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9년 영유아의 스마트 미디어 사용 실태 및 부모 인식 분석’에 따르면 영유아 중 약 절반(59.3%)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주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에게 방해받지 않고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31.1%)라고 한다.1

물론 세상 모든 부모들이 그렇지는 않다. 많은 부모들은 자기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키워주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만질 수 있고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는 종이책 말이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달라고 보채는 아이를 앞에 두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주위를 돌아보면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키우는 데 조언을 구할 만한 데가 마땅치 않다. 물론 이것도 나름의 수요가 있어서인지 사교육의 선택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쪽은 왠지 미덥지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좋은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일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아이들 독서 교육에 지침이 될 만한 좋은 책을 한 권 접하게 되었다.

호주의 어린이 문학 전문가 메건 데일리Megan Daley가 지은 『독자 기르는 법 원제: Raising Readers | 메건 데일리 지음 | 김여진 옮김 | 유유 | 2021년 03월 14일 출간』은 자녀에게 책 읽는 습관을 키워주고 싶은 부모를 위한 지침서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사서 교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막 태어난 아기부터 10대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 독자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 세 가지를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저자는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서 부모와 교사가 해야 할 ‘행동’에 관하여 말한다. 특히 저자는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가 직접 책을 읽어주라고 거듭 강조한다. 또한,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을 정하여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으며, 이를 위한 가장 적합한 시간은 잠자리에 들기 전이라고 조언한다.

그다음,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에 대해서 조언한다. 집 안에 아이들을 위한 서재를 꾸미는 방법부터 학교와 공공 도서관을 최대한 활용하는 요령까지, 아이들이 독서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세세하게 가르쳐 준다. 특히, 저자는 도서관을 ‘물리적 정보와 디지털 정보를 풍부하게 갖추고 여럿이 공유하는 곳’이라고 정의하는데,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본질을 명확히 짚으면서도 앞으로 도서관이 나아갈 방향까지 제대로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아이들의 독서 생활에 ‘균형’을 지키기 위한 조언들을 이어간다. 소설, 논픽션부터 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서 장르의 선택 요령은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를 아이들의 독서 생활에 조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도 소개한다. 나는 특히 저자가 “디지털 기기를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인터넷 세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발끝을 디뎌 보는’ 경험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하는 대목에 공감이 되었다.

요컨대, 저자는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부모와 교사의 세심한 ‘행동’과 더불어 책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편중되지 않는 장르의 선택과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지혜도 아이들의 ‘균형’잡힌 독서 습관을 키우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의 역자 김여진이 이 책을 번역하면서 기울인 노력이 무척 돋보였다. 원래 이 책의 원서에는 장마다 저자가 추천하는 도서 목록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책들 중에서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있다 보니 국내의 번역서 독자들은 저자의 추천 목록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역자는 저자가 추천한 책을 대신할 수 있는 국내 서적을 직접 골라서 추천 목록을 채워 넣었다고 한다. 역자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2’라는 모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애서가로서의 내공과 아이들을 향한 열정이 느껴졌다.

이제 막 육아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혼부부부터 10대 아이들을 지도하는 학교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어린 독자를 기르는 어른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거로 기대한다. 특히, 평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 졸였던 부모라면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물론 다른 모든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그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 그 가치가 온전히 빛을 발할 것이다. 아, 이 마지막 문장은 누가 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잊지 않으려고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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