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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 도서관에서 떠난 책 여행

런던의 토요일 오후, 창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늦은 점심을 마친 우리 가족은 소화도 시킬 겸 산책할 만한 곳이 필요했다. 기왕이면 우산 없이 다닐 수 있게 실내 시설이면 좋을 듯 했다. 그렇게 낙점한 곳이 집 근처의 대영 도서관이었다.

대영 도서관British Library은 세인트판크라스역St Pancras railway station 바로 옆에 있다. 이전에도 잠깐 언급했듯 세인트판크라스역은 기차를 타고 유럽대륙으로 갈 수 있는 국제역이다. 세인트판크라스역과 대영 도서관 모두 집에서부터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걸린다.

대영 도서관 소개

대영 도서관, 흔히 브리티시 라이브러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영국의 국립 도서관이다. 규모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도서관 가운데 하나이다. 이곳에는 책, 신문, 잡지, 지도 등의 종이 기반의 자료뿐 아니라 음악이나 녹음된 소리 등 세계의 모든 언어와 형식을 아우르는 자료들을 1억 5천만 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특히 기원전 300년의 고문서를 포함하여 약 2500만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대영 도서관 실내

1753년 설립된 대영 도서관은 원래 여기서 멀지 않은 대영 박물관 안에 있었다. 그러다가 1998년 현재의 도서관 건물을 새로 지어 독립 개관했다. 지금도 대영 박물관 1층의 그레이트 코트Great Court의 중심에는 당시 대영 도서관의 열람실이 남아있다.

대영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면 낮게 시작하여 앞으로 갈수록 탁 트이게 설계된 입구 홀Enterance Hall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도서관을 처음 찾은 방문객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도서관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한 책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왕의 도서관The King’s Library’으로, 18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영국의 왕이었던 조지 3세George III가 직접 수집한 각종 희귀본, 고서적, 초판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놀랍게도 이 책장의 책들은 장식 목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서에게 신청하여 실제로 책을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

대영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대영 도서관도 다른 도서관들처럼 열람실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열람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출입증Reader Pass이 필요하다. 우리도 기왕 온 김에 출입증을 발급받으려고 알아보았지만 몇 가지 서류가 더 필요해서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그런데 대영 도서관을 좀 더 돌아보면서 공부 장소를 얻기 위해 굳이 열람실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든지 외부의 책상이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왕의 도서관’을 중심으로 층마다 마련된 책상에는 많은 사람이 각자의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대영 도서관 탐험

대영 도서관은 학술 자료의 보전과 연구라는 도서관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배려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방문객을 위해서 대영 도서관을 탐험하기 위한 보물찾기 책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도 이 책자를 손에 들고 도서관 곳곳을 다녀보기로 했다.

실제로 도서관 안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전시되어 있었다. 보물찾기 책자에 소개된 것 외에도 진귀한 전시품들이 층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영 도서관의 보물들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은 ‘대영 도서관의 보물Treasure of the British Library’라는 주제로 꾸며진 ‘존 리트블랫 경 갤러리The Sir John Ritblat Gallery’였다. 이곳에 전시되고 있는 책과 자료들은 하나같이 여기 아니면 볼 수 없는 진귀한 것들이었다. 법으로 왕권을 제한하여 민주주의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가 죽기 직전까지 들고 다녔다는 음악 노트,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자필 문장,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찍어낸 성경, 헨델George Frideric Handel의 <메시아Messiah> 친필악보,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이 딸에게 선물하려고 직접 쓴 이야기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의 초판본,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의 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어릴 적 습작 노트,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 등의 작품의 초판본, 찰스 다윈Charles Darwin과 마르크스Karl Marx의 편지, 그리고 존 레넌John Lennon의 습작 노트와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친필 ‘예스터데이Yesterday’ 가사가 포함된 비틀즈The Beatles 컬렉션까지.

여기 전시되고 있는 것들이 모두 진품일까 의심될 만큼 말 그대로 엄청난 보물들이었다. 이 모든 걸 여기에 전하고 싶지만, 전시물은 근접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전시실의 입구와 내부의 전체적인 모습만 사진으로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게 무척 아쉽다. 만약 대영 도서관에 갈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여기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마치며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오늘의 도서관까지. 영국 곳곳에 마련된 이러한 명소들을 찾을 때마다, 지식을 향한 영국인들의 진지한 자세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대영 도서관을 나오는 길에 아쉬운 마음에 도서관 뒤편을 사진으로 남겼다. 조만간 열람실 출입증을 발급하기 위한 서류를 챙겨서 다시 찾아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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