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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심결에 동의하는 것들

이제껏 내가 중점적으로 다뤄온 주제는 환자의 권리와 인터넷 시대의 명암, 이렇게 두 가지다. 얼핏 보면 이 두 가지 주제는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두 소비자의 알권리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환자의 권리는 곧 의료 소비자로서의 권리이고, 인터넷 시대의 명암도 그 중심에 기술 소비자로서의 권리가 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을 몰랐을 때 뜻하지 않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서로 비슷하다. 오늘 소개하는 강의도 그 연장선으로 기술 소비자로서의 알권리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당신 손에 쥐어있는 스마트폰의 홈 화면을 보자. 이 글을 스마트폰으로 읽고 있어서 볼 수 없다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잠시 이 창을 닫고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아마도 갖가지 앱들이 깔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수많은 앱들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어디서 왔기는. 모두 당신이 설치한 것들이다. 주변의 누가 써보니 기가 막힌 앱이 있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넘쳐나는 사진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그때그때의 필요로 하나씩 깔아둔 앱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게나 많이 쌓였다.

요즘에는 앱을 설치하고 사용하기까지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 예전에는 앱을 하나 설치할 때마다 회원 가입을 새로 해야 했지만, 요즘에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혹은 카카오 계정을 사용해서 별도의 가입 없이도 이런 앱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쉽게 지나치는 게 하나 있다. 앱을 깔고 가입을 하는 그 모든 과정에는 몇 가지 ‘약관’에 ‘동의’하는 절차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흔히 네모 칸에 체크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절차는 보통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일 뿐일까.

예전에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한 비유를 글로 남긴 적이 있다. 다시 짧게 언급하면 이렇다. 우리는 인터넷 검색이나 SNS를 공짜로 이용하면서, 이 회사들은 뭐로 돈을 버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사실, 진열대 위에 올려진 고등어가 ‘생선가게는 어떻게 돈을 버는지’ 궁금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갖가지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약관’에 ‘동의’한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이유가 있겠거니 하면서 체크를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번거롭기만 한 일이 아니다. 그 이유가 단순하지도 않다. 우리의 개인 정보라는 고등어가 어느 생선가게에서 팔릴지 결정하는 일이다. ‘지금 사용하고 싶은 앱’, ‘지금 가입하고 싶은 웹사이트’를 위해서 당신의 개인 정보를 거리낌 없이 내놓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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