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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워: 새로운 권력의 탄생

뉴파워 새로운 권력의 탄생

고백건대 내 블로그에 담긴 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그렇지 않을까. 특히 애써 쓴 글이라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를 바라게 된다. 내가 쓴 글에 누군가 지나가다 나름의 생각을 댓글로 남길 때는, 뭐랄까, 세상에 조그만 흔적을 남긴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것은 20년이 막 넘었을 뿐이고, 사람들의 손마다 스마트폰이 쥐어진 것도 이제 겨우 10년 남짓이다. 내가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적은 글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전해질 수 있는 것은 아주 최근에야 가능하게 된 일이다.

흘러간 시절의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지금 우리가 그런 기술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어쨌든 지금 우리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누구든지 자기 생각을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릴 수 있고, 또 다른 이들처럼 동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릴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만 있다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저마다 세상에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게 되었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강력해졌다.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이야기를 시의적절하게 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세상의 시선을 끌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권력’을 ‘의도한 결과를 낳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는데, 말 그대로 이제 누구에게나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길이 열린 듯 보인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목소리 하나하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사실 이 세상에는 그런 목소리가 셀 수 없이 많다. 수많은 목소리 가운데 사람들의 주목을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복권을 산 사람은 누구든지 당첨될 가능성이 있지만, 복권을 산 수많은 사람이 모두 당첨되지는 않는 것과 비슷하다.

『뉴파워: 새로운 권력의 탄생 원제 : New Power | 제러미 하이먼즈 , 헨리 팀스 지음 | 홍지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01월 30일 출간』은 이처럼 수많은 목소리들이 뒤엉킨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강력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이자 저명한 시민 사회운동가인 제러미 하이먼즈Jeremy Heimans와 헨리 팀스Henry Timms는 이 같은 강력한 목소리를 가리켜 신권력이라 칭한다.

저자들이 그냥 권력도 아니고 굳이 신권력이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권력이 기존에 세상을 움직이던 힘인 구권력과 여러모로 대비되는 특징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오래된 왕정이나 독재 정권처럼 상명하복과 중앙집권적 성격이 구권력의 특징인 것과는 다르게 신권력은 아래로부터 위로 향하는 전혀 다른 양상의 영향력이다.

과거의 권력이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걸 원동력으로 삼았다면, 신권력은 자발적인 공감과 참여를 통해 움직인다. 또한 신권력은 개방과 공유를 그 힘의 원천으로 삼는다. 참여, 공감, 공유 같은 단어에서 대충 느낌이 오겠지만, 신권력은 사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늘 하는 일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선거철 동안 유세차에 오르는 게 구권력의 정치라면, 평소에 SNS를 통해 유권자와 소통하는 건 신권력의 정치다. TV 채널이 서너 개 밖에 없던 시절의 공중파 방송이 구권력의 미디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방송국을 열고 기존 방송국을 넘어서는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유튜브는 신권력의 미디어다. 극소수의 영화배급사가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영화관을 통해서 영화를 유통하는 기존 영화산업이 구권력이라면, 수많은 스마트폰을 통해 각자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고를 수 있는 넷플릭스는 신권력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신권력을 신권력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신권력은 어떤 점에서 기존의 구권력과 다른 것일까. 이 질문에 저자들은 신권력의 세 가지 특징으로 답한다. 바로 ‘행동Actionable’, ‘연결Connected’ 그리고 ‘확장Extensible’이다. 영어 앞글자를 따면 ACE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는 이 세 가지가 바로 신권력의 핵심이다.

구권력은 지도자와 그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극소수 엘리트가 주도한다. 대다수 대중들은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뿐이다. 그에 반해 신권력은 사람들이 자발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유도한다.

또한 신권력은 연결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사람들은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어 생각을 공유하고, SNS에서는 글을 퍼 나르고, 현실 세계에서는 한 장소에 모여 시위에 나선다.

마지막으로, 신권력은 어느 한 가지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는 영화가 되었다가 때로는 책이 되고 또 때로는 노래가 되기도 한다. 신권력은 다양한 수단과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을 파고든다. 당연히 그 수단과 매체를 선택할 때, 사람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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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신권력은 그 의도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연결된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다양한 방법으로 수단과 매체를 확장하며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소수의 폐쇄적인 엘리트 조직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을 통제하여 이끄는 구권력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나는 책을 덮으며 신권력의 세 가지 특징, 즉 행동과 연결 그리고 확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을 발견했다. 이 세 가지는 공히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자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즉 신권력이 작동할지 아닐지는 행하는 자가 아니라 받는 자가 결정한다.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내가 글을 쓰는 행위에도 이러한 해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내가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보아야 남이 그 글을 읽고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남이 내 글을 주변에 전달하지 않으면, 그리고 또 다른 형태로 확장해 주지 않으면, 나의 글은 그저 공허한 독백을 문장으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남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하려면, 즉 기존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나아가게 하려면, 전에 없던 새로운 발상의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메시지가 행동과 연결 그리고 확장으로 이어지려면 내가 아닌 남을 움직여야 하지만, 결국 남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제껏 남에게는 없던 새로운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나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즉 남이 이제껏 접해본 적 없는 나만의 고유한 생각 혹은 아이디어가 남을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렇게 해야만 내가 남에게 구체적인 움직임을 요구하지 않고도 나의 고유한 생각에 남이 스스로 감화되어 움직이게 된다. 요컨대, 생각대로 움직일지 결정하는 것은 남이지만, 애초에 그 생각은 나에게서 비롯된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 나 자신에게서 비롯된 독자적인 생각이야말로 앞서 말한 신권력이 갖추어야 할 핵심 중의 핵심인 것이다.

남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글. 이곳저곳으로 퍼 나를 가치가 느껴지는 글. 그런 글만이 바이러스처럼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그 어떤 추가적인 홍보나 꼼수도 필요 없다. 이미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퍼뜨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유튜브까지 나서서 만들 필요도 없다. 그런 재능이 있는 사람이 유튜브를 만들어 확장을 담당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생각을 담은 가치 있는 글이다. 그것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든다. 새롭고 독자적인 생각을 통해 남들을 움직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신권력의 핵심 조건이다? 맞는 말이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결국 신권력이란 내가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식하고 그에 맞추어 적절히 생각과 글을 조율해야 얻을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글쎄다. 나는 권력이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사는 쪽을 택하고 싶다. 새롭고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실제로 그렇게 생각지도 않는 걸 써 내려가기보다, 비록 남들의 마음은 움직이지 못해도, 그냥 내 생각 내 글을 적어 내려가는 그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만족하고 싶다.

역시 권력은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닌가 보다. 그게 구권력이든 신권력이든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나는 남이 공감하든 공감하지 않든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내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계속 나와 함께할 것이고, 내 이야기가 듣기 거북한 이들은 발길을 돌릴 것이다. 발길을 돌리는 이들까지 잡기 위해서 머리꼭지에 연기를 피우기보다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이들을 소중히 여기며 더 진솔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마음 편하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뉴파워: 새로운 권력의 탄생”의 2개의 댓글

  1. 어제 신승건님의 블로그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쑥 빨려들어가듯이 글을 읽게 되었어요. 참 글을 잘 쓰시는구나라 느낌과 함께 이렇게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자주 놀러올게요

  2. 빛이 밝으면 멀리까지 비출 것이고 빛이 어두우면 왜일까 질문할 수 있겠지요.
    항상 빛이 되는 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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