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는 정답이 없는 딜레마들이 상존한다. 현재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화두인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 먼저 접종을 해야 하는가’, ‘접종을 망설이는 이에게 이를 권하는 것이 옳은가’ 등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몇몇 사례일 뿐이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상황도 많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당사자와 가족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그 일에 관여하고 있는 의료진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도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원제: Who Says You’re Dead? | 제이콥 M. 애펠 지음 | 김정아 옮김 | 김준혁 감수 | 한빛비즈 | 2021년 02월 28일 출간>는 의료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딜레마들을 다룬 책이다. 저자 제이콥 M. 애펠Jacob M. Appel은 의사이자 변호사로서 20년간 대학 강단에서 의학 윤리를 가르쳐왔다. 그는 딱딱하고 지루해지기 쉬운 의학 윤리라는 소재를 79개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담아낸다.

이 책은 크게 7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순서대로 살펴보면, 의사들의 고민, 개인과 공공, 현대의학, 수술, 임신과 출산 그리고 죽음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의 딜레마는 흔히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므로 어느 한 범주로 정의하기 어렵다. 예컨대, 수술 과정에서 마주하는 갈등 상황에 의사들의 고민이 없을 수 없으며, 연명치료 같은 죽음에 관련된 문제에는 개인과 공공 사이에 의료 자원의 분배에 대한 논의도 포함되곤 한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아보자면,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지라 ‘아이에게 꼭 백신을 맞혀야 하나요?’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부모가 자기 아이에게 자폐증 후유증을 염려하며 홍역 백신을 맞추지 않으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의료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난해한 상황들을 제시하면서도 직접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들이 원래부터 정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자가 원한다면 자신이 옳다고 믿는 답을 제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데, 앞서 이 문제를 연구했던 여러 의료 윤리학자들의 견해를 제시하며 독자들이 저마다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답을 제시하지 않고 독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재미이자 매력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의료가 의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의료 현장의 딜레마는 언제든 첨예한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때 이 책에서 다룬 사례들이 환자와 의사가 서로에 대한 신뢰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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