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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시대

고립의 시대 책 표지

딸 아이가 하나이다 보니 항상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 있다. 지금은 늘 함께 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만, 언젠가 아이가 부모 품을 떠나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외롭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자기 나름의 삶을 잘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형제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부모 된 입장에서 못내 미안하고 그렇다.

내가 외로움을 주제로 다룬 책 <고립의 시대 원제: The Lonely Century | 노리나 허츠 지음 |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15일 출간>를 집어든 이유다. 이 책의 저자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세계번영연구소1의 명예교수이다. 그는 책에서 외로움이 감염만큼 위험하다고 강조하며 특히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개인화, 비대면이라는 사회적 흐름이 외로움의 문제를 다루는 데 아주 큰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로움에 관해서 깊이 있게 다룬 책이고, 잠시 멈춰서 생각하게끔 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자면 역시 이 책을 읽게 된 처음 이유로 돌아가게 된다. 그것은 바로 향후 딸 아이가 외로움을 이겨낼 방법에 대한 조언이다. 나는 저자가 공유 사무실을 이용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부분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공유 사무실이란 프리랜서처럼 홀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사무 공간과 물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최근 들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공유 사무실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은 이용자들에게 더 편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걸 넘어서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혼자 일하는 게 자유롭고 업무 능률도 높은듯해도 실제로는 그런 환경에 놓이면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이라, 이를 해결하는 서비스의 하나로 공동체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공유 사무실 이용자들과 인터뷰하며 조사한 바로는 실제로는 이런 공동체들이 이용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살펴보니, 공유 사무실이 기획한 공동체 자체가 하나의 잘 구성된 상품이라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용자들은 공동체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기여할 여지가 없었고, 따라서 그런 희생에서 오는 만족감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로운 이들을 돕는 방법으로 그들에게 관심을 두고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이는 것만을 강조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접근 방식이 틀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서 남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지금까지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서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이 외롭지 않게 해주는 길이라 믿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남을 위해 뭔가를 기여하는 경험,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자부심은 딸 아이가 형제 없이도 외롭지 않게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는데, 일단 그거부터 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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