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비만을 둘러싼 오해들

고도 비만이란 무엇일까?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상태? 아니면 뚱뚱하게 살이 찐 모습? 둘 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질병으로서의 고도 비만은 나름 명확한 기준이 있다. 바로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로, 흔히 같은 뜻의 영어 약자로 BMIBody Mass Index라고도 한다.

고도 비만의 BMI 기준은 무엇일까. 대한비만학회는 체질량지수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부터를 비만으로 정의하고 있다. 비만은 다시 체질량지수가 25 이상 30 미만인 1단계 비만과 30 이상 35 미만인 2단계 비만으로 나누어지고, 특히 체질량지수 35 이상인 경우 3단계 비만 혹은 고도 비만이라고 한다.1 최근 들어서 학계에서는 비만이 질병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고도 비만보다 ‘병적 비만’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고도 비만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지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비만협회가 2020년 발간한 비만통계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1단계 비만이 1.11배, 2단계 비만이 1.63배 증가한 것에 비해, 3단계 고도 비만은 무려 2.7배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30대의 3단계 비만의 증가세는 더욱 심각한데, 같은 기간 동안 무려 네 배 가까이 늘었다.

고도 비만의 증가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비만에 대한 세간의 오해도 분명 한몫을 하고 있다.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비만, 그중에서도 특히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고도 비만’을 둘러싼 오해들을 알아보고 함께 바로잡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자.

고도 비만은 겉으로 보았을 때 살찐 걸 말한다?

고도 비만을 흔히 몸에 살이 찐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겉에서 보았을 때 살이 찐 모습은 주로 피부 바로 아래의 지방 즉 ‘피하지방’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심장이나 복부처럼 몸 안쪽에 쌓이는 지방도 있다. 이를 ‘내장지방’이라고 한다. 내장지방은 눈에 쉽게 드러나는 피하지방과는 다르게 외관상으로 그 양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각종 성인 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도 비만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겉에서 보았을 때 고도 비만 여부를 짐작할 수 있지만 살찌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없다.

고도 비만은 게으른 성격이나 과도한 식습관 탓이다?

고도 비만에 평소 생활 습관이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도 비만에는 유전적 요인처럼 개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키의 크고 작음이 생활 습관만으로 결정되지 않듯이, 상당수 고도 비만 환자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다. 고도 비만 환자는 게으르고 음식을 절제하지 못할 거라는 선입견이 크나큰 오해인 이유이다. 그런 편견은 그렇잖아도 고도 비만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고통을 가중하는 셈이니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도 비만은 운동과 식습관 개선만으로 개선할 수 있다?

고도 비만 전 단계에서는 일차적으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비만은 식습관이나 운동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효과에 한계가 있다. 약물요법처럼 좀 더 적극적인 치료법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통상 체질량지수 25 이상인 경우 혹은 23 이상이면서 대사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에 약물치료를 추천하고 있다.

고도 비만의 경우는 약물치료도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특히 체질량지수 40 이상의 환자에서는 수술적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4,0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의 효과를 20년 가까이 추적 관찰한 스웨덴 SOS 연구는 비만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중 하나로 꼽히는데, 이 연구를 통해 고도 비만 환자에서 비수술적 치료보다 수술적 치료의 체중감소 효과가 확실하고 장기간 유지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2

고도 비만 수술은 미용 수술이다?

고도 비만 수술을 미용 목적의 수술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오해이다. 비만 수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외모의 개선이 아니라 고도 비만과 그에 따른 합병증의 치료 및 예방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고도 비만 환자들은 당뇨, 고혈압 등 대사질환도 가지고 있는데, 수술을 통해 체중 감량뿐 아니라 고도 비만에 동반된 대사질환의 호전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고도 비만 치료를 위한 수술을 ‘비만대사수술’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고도 비만 치료를 위한 비만대사수술은 위의 용적을 줄여 음식물의 섭취를 제한하는 제한적 수술과 영양분의 흡수를 억제하는 수술, 그리고 이 두 방법을 합친 혼합형이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복강경 위소매절제술laparoscopic sleeve gastrectomy과 복강경 루와이 위우회술laparoscopic Roux-en-Y gastric bypass이다. 위소매절제술은 위를 축소해 음식물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고, 위우회술은 위를 축소해 음식물 섭취를 줄임과 동시에 소장의 일부를 우회시켜 영양분의 흡수를 줄이는 수술이다.

고도 비만을 치료하는 비만대사수술은 비용이 많이 든다?

고도 비만 치료를 위한 비만대사수술 비용은 엄밀히 말해서 의학 상식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고도 비만의 치료에 도움이 될 내용이라 소개한다. 우리나라는 2019년 1월부터 일부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고도 비만으로 일상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술 비용이 부담되어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하는 분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도 비만 여부에 따른 비만대사수술 비용 지원의 구체적인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체질량지수 35 이상의 고도 비만인 경우. 둘째, 심혈관질환,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수면무호흡증, 관절질환, 위식도역류, 고지혈증, 천식 등 대사 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경우. 셋째, 체질량지수 27.5 이상인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위소매절제술이나 루와이 위우회술을 시행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나라에서도 고도 비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보험으로 수술적 치료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가까운 병·의원을 방문하여 의사와 치료 방법을 상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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